박정희 시대가 어땟냐구요?

2012.12.05 23:18

Weisserose 조회 수:3033

0. 초등학교 들어가고 얼마 안된 때였는데 12월로 기억합니다. 당시 교과서 두 페이지에 가득 펼쳐진 '국민교육헌장'을 다 외워오라는게 숙제였습니다. 하루 종일 그거만 외웠던게 기억납니다. 어머니 따라 시장


갈때 옆에서 외우고 또 숙제로 쓰고 또 외우고.. 결국 다 못외워갔고 못 외운 애들은 복도에서 그걸 다 외울때 까지 교실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추운 복도에서 달달 떨면서 결국 그거 다 외우고 따뜻한 교실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 국민교육헌장은 초등학교 시절의 만득이 귀신이었는데, 소풍날도 민족중흥 운동회 날도 역사적 사명 졸업식에도 이땅에 태어났다를 줄기차게 들어야 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는 대졸자 수에 비해 일자리가 남았습니다. 특히 교원 인력은 더욱 부족해서 당시에는 '할꺼 없으니 선생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죠. 그러다 보니 교사들 자질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죠. 보


통 초등학교 여학생들은 6학년 정도 되면 성인으로 성징이 시작되죠. 그러면 선생(이라고 쓰고 변태라고 읽는) 들은 그런 애들 어깨에 손 올리고 몸을 더듬고.. 뭐 그랬죠.


당시엔 북한 남침에 대한 공포가 현재 진행형이었죠. 그래서 민방위 훈련이라고 해서 건물 밖으로 도망나와 숨는 훈련을 했는데, 초등학생들이 뭘 아나요? 한 명이 옆에 있는 애랑 장난 했습니다. 그러자 걔 끌


려 나와 글자 그대로 선생한테 밟혔습니다. '그래 이 **야 총알 맞아 **해라'면서 반 죽여버리더라구요. 



1. 박정희 대통령 하면 떠오르는 건 분명히 이승만-윤보선-박정희로 이어지는 대통령이 세 명인데 박정희 대통령은 3대 대통령이 아니었단 거였죠. 맨날 미국 대통령은 바뀌는데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똑같은


사람이었고 그게 장기 집권 즉 독재였다는 걸 늦게 알게 됐습니다. 전에 대통령배 축구대회는 당시엔 박스컵 (Box Cup)이 아니라 (Park's Cup) 이었습니다. 박대통령컵 국제 축구대회가 우리말 명칭이었구요.


살아 있는 사람에 대한 말을 공공연하게 할 수 있었던 시절이었구요. 지금 이명박 대통령이 아무리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른다고 해도 저런 명칭을 못만들어내죠. 당시 대통령이 얼마나 막강한 권력을 휘둘러 댔


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일껍니다. 극장에 갔는데 선전 영화에 그런 게 나오더라구요 '10월 유신이후 경제가 발전하고 어쩌구 저쩌구' 유신이 뭔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유신이란 말은 그때 엄청나게 쓰였죠. 


전에 도시전설 처럼 떠돌던 이야기인데 20대 시골 총각 하나가 박대통령 딸에게 반해서 연애편지를 넣었답니다. 그리고 얼마후 기관원이 메신저 (일리가 있겠습니까?) 로 와서 어디론가 끌려가고 그 뒤에 그 총


각은 지금 말로 멘붕 상태로 집에 돌아오더라는 시절이 그때 였습니다. 



2. 왜 박정희 대통령의 그림자에서 못벗어날까? 저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던 부분은 당시에 재벌기업은 은행을 관할하는 정부 앞에선 돈 때문에 순한 양이 되버려야 했습니다. 지금이야 골목상권 침해라고


할 정도로 자본주의 시스템이 곳곳에 퍼져있지만 당시만 해도 지금 처럼 고도화된 자본주의 국가가 아니었죠. 그리고 대기업들은 굳이 빵가게까지 차리지 않아도 장사할 꺼리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장사


만 해도 자기만 부지런히 하면 아들 3형제 다 대학가르쳤다거나 생선장사 해서 아들 의사나 판검사 시켰다는 이야기가 흔했죠. 하지만 지금은 그게 확률이 아주 엄청나게 떨어졌습니다. 결국 사회적으로 기회


자체가 차단된 사회다 보니 미화되는 부분이 많아 보입니다. 또 한 가지. 당시엔 산업이 형성되다 보니 일자리가 필요했고 자동화가 되지 않다 보니 뭘 해도 일단 돈을 벌수 있었습니다. 결론은 뭘 해도 자기만


잘 하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많았고 그러다 보니 거기에 맞춰서 환상이 형성된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은영전에서 양웬리의 아버지 양타이롱이 그런 이야기를 하죠.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귀찮아 루돌프를 만들었다"던가 뭐 그런 이야기.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귀찮으니 죽은 박정희의 환상


을 다시 대통령 선거에 출마시켰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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