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우연히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파일럿을 봤다가 1시즌을 정주행 해버렸어요. 엄청나더군요. 아무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봤는데, 저는 이게 마스터스 오브 호러나 피어 잇셀프 같이 각각의 독립된 에피소드인줄 알고 봤어요. 근데 알고보니 귀신들린 엘에이 저택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방식으로 시즌이 죽 이어지는 이야기더라구요. 전체적으로 말이 안되는 얘기들을 다양한 장르와 기존의 영화 및 이야기들을 혼합해서 긴장감을 갖고 강력하게 관객을 흡입하는 잘 짜여진 드라마로 만들었어요. 12개 에피소드 모두 중간에 쉬어가는 에피소드가 없고, 긴장감이 유지가 되더라구요. 캐릭터들도 잘 만들어졌고, 아주 진부한 내용들을 진부하지 않은 방식으로 정말 잘 만든 것 같아요. 에피소드가 12개 밖에 안되는게 정말 다행이었다고나 할까요. 특히 제시카 랭은 엄청난 카리스마와 포스를 풀풀 품겨요. 허영끼가 잔뜩있는 남부 퀸이면서 왠간한 귀신들도 간단하게 제압하는 동네 최강 악녀의 역할에 완전히 빙의되었더군요. 


현재 2시즌이 방영중인데 1월에 끝난다고 하고 이미 3시즌 계획도 발표가 되었다고 하네요. 일단 2시즌이 끝나면 다시 정주행해야겠어요. 


2. 어제 투표를 했어요. 시애틀 영사관에 파견나온 선관위 관계자 분과 얘기를 나눴는데, 지난 총선보다 몇 배에 달하는 사람이 토요일까지 투표를 마쳤다네요. 수목금 3일동안 지난 총선보다 더 많은 사람이 투표를 했다고 하고 토요일 하루만 지난 수목금 투표한 사람 만큼 투표를 했다네요. 일단 투표일이 많이 늘었다는 건 어쨋든 좋은 소식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미주 지역의 특성상 보수적인 영주권자들은 생계에 바빠서 혹은 너무 멀어서 투표를 오히려 적게 하는 것 같고, 젊은 재외국민들 - 유학생, 주재원 등 - 이 더 투표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3. 하와이에서 오래 살다가 시애틀로 이사 온지 벌써 4개월이 넘었네요. 시애틀의 잠 못 드는 밤과 최근에 방영되었던 킬링 말고는 시애틀 배경의 영화나 드라마가 뭔지 몰랐어요. 시애틀의 잠 못 드는 밤을 여기에 와서 다시 봤더니 사실 시애틀 배경은 거의 나오지 않더라고요. 대부분 톰 행크스의 집 안이고, 시애틀의 분위기가 잘 나오는 장면은 의외로 아주 적었어요. 미드 킬링에 나오는 시애틀이 사실 이 동네 분위기를 아주 잘 보여주지요. 파란 하늘 따위는 보이지 않고, 항상 비가 오고 축축하고 어둡고 껌껌한 동네... 이 동네 코스코에는 집안에 놓는 인공 빛(?)도 팔더라구요. 하와이/시애틀은 여러가지가 다르지만 특히 날씨는 완전히 극과 극인 동네에요. 하와이는 우기가 약 2달 있고, 시애틀은 아름다운 여름이 약 3달 있다네요. 


그런데 제가 정말 좋아하던 드라마/영화가 시애틀을 배경으로 한다는 사실을 최근에 깨달았어요. 아마 한 열 번쯤 보았던 사랑의 행로 (Fabulous Baker Boys)가 시애틀이 배경이더군요. 다시 보니 그 영화도 역시 우중충한 (혹은 운치 있다고 해석될 수도 있는) 시애틀 날씨가 잘 묘사되어 있더군요. 그리고 Twin Peaks. 트윈픽스는 사실 시애틀이 배경은 아니고, 워싱턴주의 캐나다와 접경한 가상의 도시 트윈 픽스가 배경이지만, 영화의 배경이 되는 대부분의 장소가 시애틀 근교에 있어요. 드라마 시작 타이틀에 등장하는 폭포와 오드리 아버지의 호텔은 스노콸미 폭포라는 곳이고, 잠깐의 인터넷 검색으로 드라마 촬영의 배경이 된 다양한 장소들을 모아논 웹사이트가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언제 시간이 나면 트윈픽스 투어를 한 번 하려구요.


아직 만추를 못봤는데, 만추도 곧 봐야 할 것 같아요. 좋은 시애틀 여행 가이드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더라구요. 


하와이 있을 때도 하와이 파이브 오 오리지널 시리즈를 보면서 지난 50년간 하와이가 얼마나 변했는지를 확인하며 재미있었는데, 이 우울하고 습한 동네도 우선은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서 조금씩 더 배워가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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