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봤을 때 부터 외모에서부터 뿅 반한 데다가, 말(특히 문자)이 굉장히 잘 통해서 제가 좋아해 왔던 친구가 있어요.

저는 원래 '우정'같은 편안한 관계에서 사랑을 느끼는 지라, 아주 편하고 좋은 친구 사이다 사이다 하면서도 '사실 이것은 사랑'이라는 생각에 자주 심장이 덜컹덜컹 하였지요.

 

그것이 문제였어요. 오랜만에 '남자'가 생기다보니 루즈해졌던 외모관리에 갑자기 눈을 떠, 좀 더 저에게 맞는 머리와 화장을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정변이 일어나게 되었지만,

몇 해 연애를 쉰 터라 연애기술 따위 없ㅋ이ㅋ 타이밍 못 맞추고 철벽을 치거나 동네 동생처럼 편하게 굴기 일쑤였지요.

 

그래서 작은 문자 하나에도 예전에는 얘한테 쥐어 잡혀 살았었어요. 완벽한 을이었지요.

그냥 평소 관심거리로 대화(문자!)할 땐 정말 소통이라는 게 이런거구나 싶을 정도로 쿵짝쿵짝 잘 맞았는데,

뭔가 '만나자'는 분위기가 조성될 때면, 얘가 좋아하는 아이유에 훨씬 못 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스스로 자신이 없어 진심이 아닌 말로 에둘러대고,

내 외모에 실망하면 어쩌지 하고 숨다가 타이밍 놓쳐 뭔가 되려던 사이도 흐물흐물해졌지요.

 ( 아 실제로 몇 번 보기도 했는데 얘가 진짜 제 외모로선 안되겠다 싶었는지 ㅋㅋㅋㅋㅋㅋ 제가 너무 편하게 대해서 여자로서 안 느껴졌는지.. 여튼 안 됐어요 허허.)

 

 

 

몇 달이 지난 후,

어떤 사정으로 그냥 좋은 친구 사이로 관계로 사이를 마무리하면서 한동안은 자괴감에 폭ㅋ식ㅋ으로 시달렸지만

언제부턴가 저는 저 자신을 어떤 상황이 와도 저 자체로 존중하고 인정하는 법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아이유가 와도 바꾸지 않을 저만의 무엇을 발견하고 감사하게 되었지요. 저 자신을 사ㅋ랑ㅋ하게 되었달까.

 

그러다 최근 다시 연락을 하게 되었는데 굉장히 연락하기가 수월해요. 재밌고 편안해요. 이것이 연애에 좀 데여 본 사람만이 '배울'수 있다는 여유라는 거구나 싶었어요.

(전 아직 연애를 하는 것도 아니고, 아직 너무 많이 멀었지만. 듀게분들이 그렇게 저에게 많이 깨져봐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던, 그러다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던 그것! ㅜㅜ인가봐요).

나의 오늘 이 모습 그대로 충분히 사랑받을 만하고, 행여 이 사람에게 거절 당할 지라도 그것은 이 사람에게 통하지 않는 것일 뿐,

내 존재 자체를 부정받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요. 저 자신에 대한 작은 믿음이 생겨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히히.

 

그때에는 사실, 저나 그나 아주 조금은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끼면서도 서로 뭔가 소극적이었는데 이제 제 쪽에서부터 이것저것 전전긍긍하며 생각하지 않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심플하고 덤덤하게 제가 느끼는 감정 그대로 적극적이다 보니 그 쪽에서 처음으로 '보고싶다'(ㅋㅋㅋㅋㅋ)고 선포!하는 등. 어서 만나자고 보채는 등 수확이 있네요.

 

 

 

이런 게 또 밀당의 좋은 예 이지 않나 싶습니다.

예전에는 머리 쓰고 여우짓 하기 싫어서 무조건 밀당이 싫기만 했는데,

그냥 제 자신이 관계의 중심이다보니, 좋을 때 솔직하게 좋다고 표현하고, 제 상황이 안될 때 확 끊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어요.

예전에는 문자 더 하고 싶어 제 상황이 안 좋을때도 계속 지지부진하게 문자 더 하려하다가 단칼에 그 측에서 문자 끊기면 억울해서 막 눈물 나왔거든요. ㅋㅋㅋㅋㅋ 

어떻게 확실히 당기고, 어떻게 미는 줄 알게되니 오히려 그 쪽에서 덥석 무네요.


이제야 흘러가는 배 위에서 자연스럽게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1m만 움직여도, 작은 돌 하나만 지나가도, '헐! 난파하는 거 아니야? 망한 거 아니야? 나 잘못 탔나? 자격이 없나?'

전전긍긍대다가 진짜 난파했거든요... 또르르.


 

 

오랜만에 그동안 제가 쓴 망한 글들 읽어보니 '좀 컸다' 싶네요.
몇 달전에 망한 연애 관련 상담글 올렸을 때 한 마디씩 도와주신 많은 현자분들 고맙습니다. 캡쳐 떠놓고 정말 자주 봤었거든요. 흐흐.


좋은 밤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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