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들었던 가장 심한말. 게시글을 보니 떠오르는 저의 트라우마들.
다 어린시절 얘기네요.

1)어머니는 선생님이셨는데, 우아한 말투와 행동거지와는 괴리되는 굉장히 걸진 화법을 구가하시는 분이셨죠.
  지금도 그렇지만 일반인이라기 보다는 조금 남다른 여배우의 아우라가 풍겨대는 분이에요.
  어머니는 화가 나면 그 분을 주체못해서 남의 감정을 햘퀴고 직접적으로 생채기를 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을 가지고 계셨죠.
  내가 무슨 말을 해야 상대가 치명적일까,피하고 싶은 그 부분을 후빌 수 있을까.에 대해 동물적인 직감을 가지고 머리회전을 하시죠.
  일반적인 욕설들은 흔했지만,사실 그것들은 너무 관념적이며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보편적인 경향이 있기때문에 이골이 날대로 난 어린 저에게 욕설로 아픈 감흥을 주는건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하지만 저를 향해 '비굴하다,비열하다'는 표현을 할때면 그건 참 참을 수가 없더라고요. 제가 진짜 비굴하고 비열해서 그런 것도 있지요.
  그러나 아이로서 으례 할 수 있는 작은 투정이나 거짓말들에 대해서 그렇게 직접적으로

  "넌 어쩜 그렇게 하는 짓이 비열하기 이를데가 없니"

  라고 퍼붇는 소리를 들으면... 뭔가 저를 이루는 자존감이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거에요. 

  저희 누이가 어머니에게 대들거나,따질때 가끔 비아냥대며 했던 

  "너 진짜 깜찍하다. 진짜 깜찍하게 논다"

  하는 표현은 표면상으로 그렇게 공격적인 어휘들은 아니지만, 알수없는 천박함과 불쾌감을 동반하는 마법의 문장이었던것도 기억나네요.


2) 초등학교 5학년때 담임선생님은 40대초반의 여성분이셨는데,아주 독특한 교육관을 가지셨던 분이셨죠.
   그분에게 찍힌 아이는 형벌로서 교실 제일 뒤켠으로 책상과 함께 유배되는 벌을 일주일간 받곤 했어요.
   그리고 징벌을 받는 그 아이에게 말을 걸거나 함께 행동을 하는건 엄격하게 금지되었고,행여 그런 아이가 눈에 띈다면 같은 벌을 받게 만들었죠.
   지금 생각하면 기이하게 느껴지는 사례들이 상당히 많아요.

   당시 저는 부반장이었어요. 반장선거를 하면서 누이가 써준 연설문으로 아이들과 선생에게 큰 인상을 남기긴 했지만 
   그게 투표로 이어지진 않았던 그런 전사가 있지요.

   새로지은 학교의 교실바닥은 고급스러운 장판이 깔려 있었고,매일 학생들은 왁스를 발라가며 방바닥을 집안청소하듯이 무릎으로 기면서 밀어대야 했어요.
   당시 반장은 부재해 있었고,선생님이 제게 아이들 청소에 대한 지휘를 지시했던것 같은데,제가 그걸 잘 못했던것 같아요. 워낙 숫기가 없고 통솔하는 일에는 잼뱅이었던 탓이죠.
   선생님이 우왕자왕하는 저를 보고 마구 화를 내셨는데,아이들이 다 있는 그 자리에서 호통치며 이렇게 얘기했어요.

   "진짜 너 같은 애가 반장이 안되서 얼마나 다행이니.우리 반 큰일날뻔 했다"

   청소는 다시 시작되었고,무릎을 꿇고 손걸레로 바닥을 닦는데 고개를 숙이자 마자 눈물이 핑돌더라구요.

3) 이건 좀 다른 얘길수도 있는데..

   누이가 사춘기가 되면서 행동들이 위악적으로 변하기 시작했어요.
   택시를 타고서 택시기사가 행여 목적지가 어딨는지 잘 모른다고 얘기하면 "택시 운전하면서 어떻게 그것도 모르냐"며 막 싸움을 하기 시작했죠.
   저를 대하는 태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전 누이의 그런 태도와 사고방식들이 견딜 수가 없는거에요.
   정말 죽이고 싶다.죽이고 싶다...머리카락 한올한올이 쭈삣쭈삣 서는데 어떻게 죽여야 내 이 감정을 드라마틱하게 풀 수 있을까..혼자서 씩씩대며 생각하기 일쑤였어요.
   그러다 생각한게 마치 오징어처럼 누이의 살들을 한점씩 쭉쭉 찢어 죽인다는 망상이었죠.
   왠지 그건 맛살처럼 일정한 결을 이루며 쭉 찢어질 것 같았어요.
   나중에 누이에게 널 이렇게 죽이겠다.라며 그 얘길 했더니 놀래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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