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게에서느 식상할대로 식상한 극장 에티켓 얘기라 죄송하지만 어젠 그동안 당해보지 않았던 독특한 테러를 당해서 얘기를 꺼내봅니다.
이번 말고 바로 전에 당한 테러는 설 전날 베를린 보러 갔을 때였죠. 영화 시작하기 3분전(입장시간이 아닌 실제 상영시간 3분전)에 제 뒷좌석에 일곱명쯤 되는 대가족이 맥도날드 햄버거 세트를 잔뜩 들고 입장을 하는 겁니다. 순간 이거 평온한 영화감상은 물건너 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착석 후 포장지 부스럭대는 것부터 시작해서 "얘야 콜라 좀 다오", " 케챱은 어딨냐", "콜라 마실래?" 등등으로 시작해서 슬슬 소음 테러부터 시작됩니다. 냄새와 우적대는 소리는 말 안해도 아시겠죠. 가족끼리 영화보는데 질문공세와 각종 감탄사와 추임새가 빠지면 안되겠죠? 저는 그 때부터 슬슬 주의를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타이밍을 재기 시작합니다. 영화에 대한 집중은 이미 날아간 상태.
다시 질문공세와 배우 품평들이 쏟아지고 드디어 저의 인내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뒤를 보고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나름 정중하게. 부탁 후에 조용해지긴 했지만 틀림없이 얼마 못갈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경험상 거의 그랬거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이후에도 계속 조용히 관람하더라구요. 초반 무매너 행동들에 비해서 신기할 정도의 변화였습니다. 뭐 가벼운 한 두마디 정도는 오갔지만 그 정도는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었고요. 덕분에 관람하긴 편해졌는데 저도 숨소리 하나 못내고 보게 됐네요.
어제 경험 얘기하려고 했는데 딴 얘기가 길어졌네요. 어젠 뒤늦게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을 보러갔었죠. 옆자리엔 코트에 부츠까지 잘 차려입은 여성분이 앉았고요. 친구랑 같이 온 모양인데 잡담도 하지않고 조용히 관람하고 있었고요. 그런데 영화에 집중하고 있는데 뭔가 불쾌한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제 후각은 둔감한 편이라서 일단 무시하고 관람하는데 점점 심해지면 심해졌지 나아지질 않는 겁니다. 퀴퀴하고 시큼한 냄새인데 도무지 어떤 냄새인지 감을 못잡겠더군요.
영화 중반까지 모르고 있었는데 그러다 범인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옆자리 여성의 발냄새! 무릎까지 오는 긴 부츠를 벗고 발을 자신의 의자에 올리고 무릎을 껴앉는 자세로 앉아있는데 바로 거기서 나는 발냄새였던 겁니다. 참 난감하더군요. 이걸 말해야하나, 참아야하나... 앞서의 제 경험을 얘기한 것처럼 누가 떠들거나 스마트폰 만지작거리는 비매너 관객을 보면 참지 않는 편인데(그래도 처음 두 번 정도는 참아줍니다) 이건 상대가 아주 민망해할까봐 말 못하겠더군요. 거기다 상대는 여성, 저는 남성이니. 그런데 신기한 건 그 정도의 악취라면 본인이나 일행도 인지못할 수가 없는데 꿋꿋이 보더라고요. 내 후각이 잘못됐나라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죠.
나중에는 제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 됐는데 그래도 말은 못하고 눈치 채길 바라며 최대한 상체를 멀찍히 하고 앉았지만 초롱초롱한 눈을 하고 영화에 빠져있었습니다. 옆자리에 사람이 없었다면 옮겼겠지만 옆자리에도 다른 여성관객이 앉아있었고 그래서 상체를 너무 그쪽으로 옮길 수도 없었죠. 혹시 제가 오해했다고 생각하실 분이 계실까봐 말씀드리는데, 영화가 끝나기 바로 전에 그 분이 부츠를 신었는데 거짓말 같이 냄새가 없어졌어요. 다행히 영화 막바지에는 저도 영화에 집중을 해서 크게 몰입에 방해되지는 않았는 않았죠. 하지만 앞으로 이 영화는 물론이고 제니퍼 로렌스나 브래들리 쿠퍼를 볼 때 발냄새가 먼저 떠오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