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국서 돌아와 오랜만에 한국서 직장생활하고 있는 30대 중반입니다.

귀국 직전까지, 한국에서 직장 생활 시작하고 나서도, 온갖 겁주는 얘길 많이 들었어요.

요즘 한국은 허울좋은 골드미스가 넘쳐나고, 눈높은 그들이 원하는 남성들은 무조건 어리고 예쁜 여자를 원한다는 겁주기 말입니다. 

레퍼토리도 다양합니다. 여자는 애를 낳아야 한다는 남 자궁 걱정이 제일 만만한 핑계긴 하겠죠.

그런 말 들으면서 막연한 불안감을 품는 3고, 키크고 나이많고 가방끈 긴 싱글 여자들이 꽤 있고

저라고 그런 불안감에서 자유롭진 않았던 것도 사실.


돌아오자마자 구직하고 취직하고 바쁘게 살다 보니..일단 저런 불안감을 끌어안고 갈 여유가 없습니다.

주중에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 그동안 해오던 대로 놀아제끼고 스터디 좀 하면 나머지 시간엔 잠자고 드라이클리닝 맡기기도 바쁩니다 (..)

주변에서 남녀 막론하고 당사자와 부모의 불안감 때문에 결혼정보회사 등록했다가 잘되는 몇 개 사례만 인구에 회자되고 나머지는 조용히 돈만 쓰고 묻히는 걸 봐서

그쪽으로는 더더욱 생각조차 안했구요.


그런데..정말 저렇게 남자가 없는지 팩트 체크부터 해보면

생각보다 사람은 많아요. 제 나이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위아래 2-3년으로는 싱글인 남자나 여자도 한 다리 정도 건너면 찾기 쉬워요.

불과 몇 년 전에 비해서도 결혼들 정말 안하나봐요, 출산은 말할 것도 없고.

멀쩡한 남녀는 일찌감치 다 가버렸다는 속설은 선남선녀 아닌 사람들이 오히려 절박하게 일찍 가려 하는 경우를 봐서 크게 와닿지 않고

대기만성형으로 나이들어 멀쩡해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가 읽히기도 하니 환영할 만하죠.


그리고 걸려드는 남자도 많아요. 비슷한 동네에서 끼리끼리 놀다 보면

의외로 나이차이 별로 없고 남녀 공히 먹고 살만큼 능력 되는 사람들끼리 더 순조롭게 연결되거든요.

나이 있는 남자들이 결혼 생각 확고한 사람 만나고 싶다고 어린 사람 마다하는 경우를 종종 보구요.


아예 많이 어린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방법. 나이에 딸려오는 연봉과 지위가 있으면 동경에서라도 접근해오는 사람이 꼭 있으니까요.

이걸 여성이 연상인 구도에서는 꼭 연하 남성이 벗겨먹는 것처럼 생각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성이 연하인 연애구도에 대입해 보면 항상 여성이 꽃뱀질 남성이 호구질하던가요 어디.


결론은..많이 만나고 많이 놀고 잘 연애하고 있어요.

그래서 궁금해집니다. 어느 정도는 사실이겠죠. 나이 많은 여자들에게 가혹한 연애와 결혼 시장이라는 말이요.

그런데 유독 여자들에게 그런 건지, 바꿀 수 없는 남녀의 종특인지에 대해서

유난스럽게들 불안을 조장하고 저 명제를 마치 공고한 법칙인 양 확산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아요.

어쩌면 제 또래의 여성 스스로 노화에 대해 남성보다 민감한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사회에서 일정 연령대 이상의 여성들에게 의도적으로 불안감을 주입하는 트렌드는 분명히 읽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올 초 언젠가 게시판에서 남성 유저 몇분이 남자는 몇 살이건 무슨 상황이건 20대 여자만 원한다고 핏대 세우시는 걸 봤거든요.

여성 유저 한분이 남성이 어린 여자를 원한다면 본인이 몇 살이 되든 그보다 나이가 훨씬 윗길인 남자를 만나면 그만이라고 하니까

남자분들이 70대 남자라도 여자 사오십대보다는 20대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신경질적으로 대응하시는데 좀 놀랐어요.


제가 체감하는 팩트는 엄연히 다른데,

진화심리학까지 끌어다 대면서 젊음에 대한 집착이 남성에게는 당연하고 무조건적이고 또 용인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걸 보면 웃겨요.

본인들의 연애나 결혼이 아닌데도 무조건적인 법칙을 세워놓고 덤비는 것도 웃기구요.

그리고 뭘 원해서 나이가 많은 여자라면 시장에서 도태된다고 답을 정해놓고 자꾸 그 믿음을 확산시키는지, 그 동기가 궁금해져요.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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