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이미지+소리의 결합물이라 생각해 본다면,


이 영화에서는 영화를 구성하는 두 흐름의 물줄기 중 한쪽은 이미지를 통해, 다른 한 쪽은 소리를 통해 연출됩니다.


브래드 피트와 브래드 피트가 '처리'해 버리는 인물들의 강도/상해/협박/교사/살인 퍼포먼스가 이미지를 통해 연출되었다면,


부시&오바마의 음성으로 '처리'해버린 미국 지도층의 위선과 그들이 퍼뜨리는 프로파간다는 사운드를 통해 표현됩니다.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후 마이클 무어는 한 다큐멘터리에서 월스트리트의 어느 빌딩에 폴리스 라인을 치며 선언합니다, "이곳은 범죄현장이다"


엔드류 노미닉과 브래드 피트가 이 영화의 작업을 통해 보여주려는 미국의 모습도 마이클 무어의 그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월스트리트는 레이 리오타(마키 역)가 운영하는 도박판으로 대체되고, 


마키는 월스트리트의 금융꾼들처럼 수익을 위해 자기가 운영하는 도박판(은행)을 털어 버립니다.


서브프라임 사태 때 월스트리트 출신으로 재무 장관을 지냈던 비도덕적인 인물이 별 책임도 지지 않았던 것에 대해


브래드 피트가 언급하는 장면은 브래드 피트가 앞으로 수행하려는 작업(살인)의 의미에 대한 설명이 됩니다.


월스트리트가 있는 도시에서 데려온 킬러, 소프라노스의 제임스 갠돌피니의 손을 빌려 브래드 피트는 '킬링 뎀 소프틀리' 하고 싶어 하지만


술과 섹스에 쩔어있는 제임스 갠돌피니는 자기 역할을 수행해 낼 능력이 없습니다, 마치 돈에 쩔어있는 월스트리트와 미국 지도층이 자기 역할을 수행해 낼 능력이 없는 것처럼.



엔드류 도미닉(연출자)은 브래트 피트가 레이 리오타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클로즈업과 고속촬영을, 


케티 레스터가 부른 <러브레터>와 함께 연출하면서 강렬하고 아름다운 신을 만들어 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전체 문맥을 고려해 본다면 이 신이 이 영화에 썩 어울린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마치 레이먼드 챈들러의 하드보일드 소설에 오스카 와일드의 유미주의 케릭터가 돌아다니는 것처럼 우스꽝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브래드 피트(잭키 역)는 외칩니다, 이 나라는 국가가 아니라 비지니스라고.


이상득과 그 일당들이 저축은행 사태를 저지르고도 '사면' 되어 버리는 나라의 국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잭키의 이 외침이 얼마만큼의 울림으로 들렸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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