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가 한일합방 100주년일이었군요. 뭐 기념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기억은 해야 할 날이긴 하군요. 누가 그러셨나...조선 총독들 중의 하나였던 것 같은데, 이 날을 기념하여 남긴 언사가 “...신공(그 임나일본부의)도, 가토(임진왜란의)도 못한 일을 우리는 결국 해냈다...”참 멋지구리합니다. 역사적 교양이란게 이럴때 쓰라고 한건지 원...>.<

 

2.

 

이 분위기에 걸맞는 책이 나왔네요. <아버지의 깃발>의 작가 제임스 브래들리의 신작 <임페리얼 크루즈>입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중학교 때부터 배우고 있는 미일간의 비밀외교 ‘테프트 가쓰라 밀약’을 집중 조명한 책이라네요. 저도 아직은 광고만 보고 있는데, 어서 주문해서 읽어봐야겠어요.

 

국민일보 기사입니다.

 

http://book.daum.net/detail/media/read.do?bookid=BOK00010736190AL&seq=1292917

 

언젠가 첫 번째 루즈벨트 대통령의 딸이 대한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했었는데, 그 일의 흑막뒤에 이런 일들이 있었군요. 출판사 보도자료 중에서 인상깊은 구절입니다.

 

“ ....대한제국 침탈 비밀외교 100일의 기록―임페리얼 크루즈’는 대한제국의 운명에 관련된 부분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일본군의 진주만 침공으로 시작된 끔찍한 태평양전쟁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그 기원을 찾는 작업이 책을 쓴 직접적인 동기였다. 결론적으로 미국이 태평양을 무대로 펼친 외교정책에서 신흥 제국 일본에게 한국을 식민지화할 수 있는 길을 터 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역사 전개 논리다. 책의 중요한 핵심 내용이 100년 전 한국의 운명에 관한 부분이라고 보는 이유다.”

 

언제나 외교안보에 대한 사항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 동네만큼 “힘이 곧 정의”로 통하는 동네가 없더군요. 비밀 협상가들 언사나 행동들 보면 무슨 조폭들을 능가합니다.

 

....고종은 순진하게도 루스벨트를 한국을 구원할 구세주로 착각하였으나 루스벨트는 철저하게 일본 편을 들었다. 일본이 한국을 차지하는 걸 보고 싶다는 것이 루스벨트의 진심이었다. 국제정세에 무지했으며 강력한 군대와 유능한 외교관을 양성하지 못했던 대한제국은 결국 멸망의 길로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열강 세력의 농단에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한 채 고종은 미국을 비롯한 열강 여러 나라를 향해 구원을 호소하는 밀서를 보내거나 밀사를 파견해 보았으나 냉엄한 국제무대에서 힘이 뒷받침되지 않은 외교는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다는 교훈을 남긴 채 강제 합병에 이르게 되고 말았다. 대한제국은 침략에 맞서 싸우다가 장엄한 최후를 맞은 것도 아니고, 처절한 '비장미'를 보여주지도 못한 채 사라지고 말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얻는 뼈아픈 교훈이다

 

                                                                                                                                                                                                                       2010.08.17 | 아시아경제 강승훈

 

 

정말 뼈아프군요. 부언하자면 고종의 외교실패와 대한제국의 멸망은 그 체제가 근대화를 해낼 역량이 전혀 없었다는 것을 집권자 스스로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겠죠. 근데 그걸 스스로 이해한다면 자기부정을 해야한다는 얘기니 이런 모순이...

 

3.

태평양 전쟁의 진정한 기원은 어디일까요? 다른 건 몰라도 이러한 작가의 언사가 확 눈길을 끄는군요. 어렸을 때 시즌만 되면 티비에서 해주는 태평양 전쟁 관련 다큐를 보면서 “일본인들은 저렇게 먼 남방의 바다에서도 전쟁을 했구나...”면서 신기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전쟁의 결과가 우리에게 끼친 영향을 생각해보면 마냥 신기하게만 보고 넘길일은 아닙니다만.

 

....태프트는 7월 15일 호놀룰루를 떠나 25일에 요코하마에 도착하여 이틀 뒤에 태프트-가쓰라 비밀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필리핀 문제, 극동의 평화유지, 한국 문제를 포함했는데 일본이 한국을 보호국으로 삼도록 허용한 내용이 들어 있었다. 태프트-가쓰라의 이 비밀협약은 19년 뒤인 1924년에야 내용이 알려졌다.

그런 사실을 모르는 이승만과 윤병구는 8월 4일 루스벨트의 사가모어 힐 별장을 찾아가서 일본의 침략으로부터 한국을 구해 달라고 청원했다는 내용이다.

1882년에 맺은 한미수호통상조약에 따라 미국이 한국을 구해 줄 것으로 믿었지만 루스벨트는 한국의 믿음을 배신했다. 루스벨트는 '무력한' 나라들은 문명국의 합법적인 먹잇감이라고 쓴 적이 있다. 그런 생각을 지닌 루스벨트와 태프트는 2인 1조로 한 팀이 되어서 후대에 제2차 세계대전이라고 부르게 될 전쟁이 태평양에서 일어나도록 파란불을 켜준 것이다.....

(위의 기사에서 인용)

 

참, 이런 외교정책의 결과가 반세기 뒤에 무려 2천만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전쟁이라니 그저 놀랍고 씁쓸할 뿐입니다. 청일 전쟁과 러일전쟁의 연이은 승리 그리고 뒤이은 서양 강대국의 식민지 확보 승인으로 당당하게 ‘제국’의 반열에 오른 일본으로서는 가슴 가득 부푼 대륙 진출의 야망을 누르기가 어려웠을 겁니다. 영미 서양 열강 입장에서는 일본이 극동에서 얌전하게 자기들 꼬붕 노릇을 하기 바랬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열강들 입장일 뿐 식민지를 갖게되어 이제 진짜 ‘제국’이 된 일본이 그런 생각을 할 리가 만무하지 않겠습니까. 가슴에 바람든 개구리처럼 야망만 커졌을 테고 결국 반세기가 채 못되어 또 다른 루즈벨트 대통령과 미국이 피비린내나는 태평양의 전쟁에 말려들게 된거죠.

(물론 두 번째 루즈벨트 역시 첫 번째 못지않은 제국주의자였다는 얘기도 있고 미국무장관 헐의 노트 얘기도 있습니다만...요건 논외로...참고로 저는 저 논리에는 아직 유보적인 입장.)

 

4.

카와구치 카이지의 밀리터리 대체 역사극 <지팡구>에 보면 이와 관련된 의미심장한 에피소드들이 있습니다. 주인공 쿠사카 타쿠미 소령은 츠지마사노부 중령(노몽한 사건 주동자)에게 누군가를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하는데 그 사람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 바로 이 전쟁(태평양 전쟁)의 방아쇠를 당긴 사람!”

 

이 대단한 사람이 누구냐고요? 예, 바로 이시하라 간지입니다. 만주사변 주동자였죠. 일본이 만주사변 일으키고 만주국을 세우면서 미국과 확실히 대립각을 세우게 되니까 어찌보면 틀린 얘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정작 이시하라 간지 본인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 이 모든 일의 시작은 바로 페리 제독 때부터인 것입니다.!”

 

전후 도쿄에서 열린 극동 군사재판에서 증인 출석한 이시하라 간지는 이런 얘기를 했다는데, 이건 뭐,,,페리 제독의 일본 개항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거의 석기시대 논변을...처음 이 구절 읽다가 어이 없어서 피식 웃었습니다만,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닌것 같더군요.

 

5. KBS의 특집 드라마 <자유인 이회영>을 봤습니다.

http://www.kbs.co.kr/drama/lhy/

 

간만에 안재모가 30년대에 등장했네요. 저는 처음에 <야인시대>속편인줄 알았습니다.--;;

별 기대않고 봤는데 재밌더군요. 비록 세트지만 30년대 상해, 멋지네요.

강대국의 높으신 어른들이 장기판 놀이를 할 때 지지 않고 그 판을 움직이려는 용맹한 졸들이 있었습니다. 후세의 속편한 졸이 그 헌신과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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