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09 01:15
삶과 죽음에 대해 올라온 글들을 읽고 덩달아 끄적..
저는 천주교인입니다. 요즘은 냉담하지만요. 어느 순간부터 사도신경과 주기도문을 진심으로 믿지 못하게 됐고 그런 상태에서 미사를 본다는 게 좀 이상한 것 같아 지금까지 냉담중이죠.
아내도 천주교인이지만 결혼은 그냥 호텔에서 했구요. 신혼초에 그래도 성당 안나가고 있는 게 조금 찔리고 죽으면 지옥행 특급 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던 저는 아내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죽으면 어떻게 될 거 같아?' 아내의 쿨한 대답인즉슨.. '텔레비전 화면 꺼지는 것 처럼 끝이 아닐까?'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너는 교인이 어떻게 그러냐던 제가.. 지금은 아내의 입장에 거의 동화되어 버렸습니다. 죽으면 막다른 골목, 화면이 꺼지듯이 픽하고 꺼질 것 같아요. 귀신이요?? 나쁜 짓하고도 잘 사는 사람들이 이렇게 넘치는 걸 보면 귀신은 없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ㅎ
누군가 증거를 보여주면 믿겠어요. 내세가 있고 천국과 지옥이 있고 착하게 살면 보상을 받는다는 그런 시스템을 말이죠. 그런데 아직은 그걸 증명하기 힘든 것 같아요. 착하게 살면 이용만 실컷 당하고 착취 당하다가 인생 쫑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만 더해 갑니다.
머리위가 천국이고 발밑이 지옥이라는 스님 말씀을 올려주신 분이 계신데.. 저는 천국도 지옥도 자기 마음속에 있다는 데 동의합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오늘 하루, 지금 이시간을 잘 살아야 하는 것이겠죠. 굳이 죽어서 갈 천국을 찾을 게 아니라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데 이 개똥밭에서의 생활을 즐겨야 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러다가 죽어서 천국이냐, 지옥이냐의 갈림길에 놓인다면 그때 가서는 엄청 후회하겠지만 그때는 그 나름대로 신기함과 궁금함과 어떤 희열을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싶고.. 그런 깜짝 선물이 있다면 내세를 믿지 않는게 역시 낫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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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내세건 윤회건 사람들 길들이기 위한 사기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래도 윤회쪽은 내세에 비해 낭만적이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