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때문이 아니라 그 놈의 입체안경 때문이었습니다. 3D영화 한번도 안 봤는데 모처럼만에 큰 마음 먹고 예매했죠.

그 전엔 3D영화에 관심이 없었는데 막상 예매하고 나니까 과연 남들 다 봤다는 입체감이 어떨지 무지무지 궁금했어요.

그래서 설레는 마음으로 극장을 찾았는데 극장 직원이 불량안경을 준거에요.

영화가 시작했는데 글씨가 계속 겹쳐보여서 이상하다 싶었죠. 이건 안경을 끼나 벗어나 똑같았어요.

원래 3D영화가 이런건가? 아리송했습니다. 분명히 안경 낀 사람은 입체안경을 안경 위에 쓰고 봐도 보는데 지장없는 걸로

알고 갔는데 이럴리가, 하면서 안경을 썼다 벗었다를 무한반복. 다른 사람들은 멀쩡히 잘만 보고 있더군요.

그 사이 영화는 어언 15분이 흘렀고 소문대로 그 사이에 가슴과 엉덩이가 줄기차게 나왔지만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안경이 말썽이었으니까요.

 

급기야 하도 이상하다 싶어 밖으로 나와 극장 직원한테 말하니 안경을 바꿔 주더군요. 그리고 다시 상영관 안으로 들어와

안경을 써보니 그제서야 잘 보였습니다. 그러나 90분도 안 돼는 영화의 상영시간이 20분이 지난 상태에서 초반을 완전히

죽썼으니 볼 마음이 싹 가셨습니다. 원래 아무리 소변이 급해도 중간에 나가는 일 없고 여태까지 영화관에 지각입장한 적이

한번도 없는 저로선 극장에 앉아있어야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결국 밖으로 다시 나와 평일 예매권으로 환불 받고 나왔어요.

그 바람에 하루 일정의 절반이 완전히 엉켜버렸죠. 조조로 피라냐를 보고 사이에 볼일 보다 점심무렵에 아저씨를 볼 예정이었는데

아저씨는 포인트로 예매한거였고 피라냐 발권 받을 때 같이 발권을 해서 취소를 할 수가 없었거든요.

한 80분 정도 공백이 생겨 배도 안 고픈데 패스트푸드점 들어가서 버거 먹고 책읽으며 아저씨 할 때까지 기다렸죠.

 

근데 전 앞으로 3D영화는 되도록 안 볼 것 같아요. 그동안 3D영화를 피했던 건 일반영화와 가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졌고 아바타 외에는 제대로 된

3D구현을 해주는 영화가 없다는 생각에 굳이 몇 분 되지도 않은 입체효과 느끼자고 2시간을 안경 두개 끼고 보는 게 피곤할 것 같아서

였어요. 아바타 외에는 다른 3D영화 본 사람들 얘기 들어봐도 썩 좋은 편은 아니었고요. 3D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영화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자위하면서도 궁금하긴 해서 언제고 3D영화를 한번은 보려고 벼루고 있었는데 한 5분 안경 끼고 본 피라냐를 보면서 그럴 마음이 싹 가시더군요.

그 5분 본 시간 동안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은 없어서 입체감은 잘 모르겠지만 일단 불편했고 안경도 무거웠습니다.

또한 뭔가 좀 붕떠있는 느낌이라 적응이 안 됐어요. 거기다 안경을 끼고 있다보니 대체 언제 입체효과가 날지에만

조바심이 나서 영화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더군요.

입체감보단 해상도 높은 게 저와는 더 잘 맞네요. 3D영화는 해상도가 좀 떨어지더라고요. 극장에 3D영화로 도배가 되는 날이 오거나 선택권이

3D영화가 압도적으로 많아지지 않는 이상 굳이 찾아가면서 볼 것 같진 않아요.  

 

피라냐3D 영화 보기에 실패한 후 몇 시간 지나 아저씨를 이제서야 봤습니다. 개봉 한 달이 됐는데도 여전히 교차상영 같은거 없이

무사히 걸려있네요. 이 영화 흥행은 관객점유율이 높기도 하지만 개봉시기 운대도 좋은 것 같습니다. 마땅한 경쟁작이 없었죠.

재밌게 봤어요. 원빈 멋있는거 잘 모르겠어서 원빈 미모에 대한 감탄은 전혀 느끼지 못했지만 시간이 금세 지나갔습니다.

감독의 전작도 재밌게 봤었는데 이번 영화도 잘 만들었네요. 촌스러운 대사는 일부러 그렇게 만든건지 주인공은 온갖 폼을 다 잡고 있는데

저에겐 그 모든 것이 코미디로 보였습니다. 원빈 미모에 대해 남들처럼 감탄을 느낄 수 있었다면 더 재밌게 볼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아무리 봐도 멋있는 걸 모르겠어요. 잘 생긴 것 같지도 않고. 사람들이 많이 본다고 하니까 엄마도 보고 싶어했었는데 엄마는 제목이 아저씨다보니

옆집 아저씨가 나오는 친근한 얘기인 줄 알았던 것 같아요. 전혀 그런 얘기 아니고 폭력적이고 잔인한 영화라고 제가 얘기해줬고 저 혼자 봤는데

엄마 봤으면 놀랐을겁니다.

 

재밌게는 봤는데 딱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없네요. 주연은 괜찮은데 조연들 연기가 영 별로였어요. 피라냐2D상영관이나 찾아야겠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54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08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396
119049 온라인 대나무 숲을 열겠습니다. [55] moonfish 2010.09.08 4361
119048 승승장구를 지나치다 보고.. [10] 라인하르트백작 2010.09.08 3243
119047 재밌는 다큐 시리즈 있으면 추천해주세요. [21] Paul. 2010.09.08 3448
119046 모르고 봤으면 굉장히 아름다운 사진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5] Wolverine 2010.09.08 4425
119045 [ 바낭 퀴즈] 혈액형 퀴즈 [19] beluga 2010.09.08 4563
119044 [듀나in] 만화 '맛의 달인' 보신 분들께 도움 요청합니다. [9] mekare 2010.09.08 2395
119043 올드 스파이스 바디워시 광고. [10] S.S.S. 2010.09.08 3183
119042 Scissor Sisters News, Sept 2010: Katy Perry watches Adam Lambert make out with Jake Shears [3] Jekyll 2010.09.08 1881
119041 (바낭) 어린 시절. [4] 01410 2010.09.08 2806
119040 Rihanna - Only Girl (In the World) [1] Jekyll 2010.09.08 1582
119039 대학 강사의 제노포비아/ 호모포비아 옹호 발언. [36] hybris 2010.09.08 4960
» 피라냐3D 보다 20분 만에 나온 이유 [6] 감자쥬스 2010.09.08 4087
119037 제가 탄 UFO에 관한 기사 보셨나요? [21] 플레아데스 성단 외계인 2010.09.08 3013
119036 문지은 신곡MV, 이민정 & 박신혜, 신인 걸그룹 비돌스MV [5] 메피스토 2010.09.08 2883
119035 도박에 중독되는 이유는? [28] 산호초2010 2010.09.08 4712
119034 1대1 관계는 괜찮은데 1대多 관계는 불편하신 분들 계신가요? [16] Eggplant 2010.09.08 4507
119033 부모님들도 딸아들 키에 예민하군요.. [7] 7월9일 2010.09.08 3429
119032 뭐 그냥... [5] 셜록 2010.09.08 2335
119031 역 원조교제 사이트 무더기 적발 (한겨레) [12] nishi 2010.09.08 5493
119030 이거 린킨파크의 보컬 목소리 같은데 체스터일까요 마이크일까요? [5] nishi 2010.09.08 166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