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원작을 워낙 인상 깊게 봐서, 영화 버전은 어떨까 싶어서 봤는데... 정말 심하군요.

영화가 원작만화를 대폭 개작했다는 이야긴 미리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망.가.뜨.려.놓.았.을.줄.이.야!!!

 

강우석 감독이 제 기억엔 청춘영화라든가 좀 야한 에로영화 같은 걸 찍다가 갑자기 스타일(?) 샥 바꿔서 낸 작품이 용의 발톱 어쩌고 하는 거였는데, 이게 당시 평론가들에게 평이 좋았죠. 강우석 감독 필모를 보면 좀 재미있어요. <투캅스> 같은 뻔뻔한 표절 개그영화부터 시작해서 어깨에 힘을 꽉 준 <실미도> 같은 영화까지, 좀 종잡을 수가 없긴 한데 전체적으론 사회문제와 정의(...)에 상당한 관심이 있는 것 같고 많은 분들도 그런 코드가 강우석 감독의 특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특징이 이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 것 같아요.

 

전 이끼에서 '더러운 기분'을 봤는데, 강우석 감독은 '사회문제'를 봤나 봅니다. 마을사람들이 신처럼 떠받드는 이장은 한때 한국에서 끗발 날린 박모씨로 바꿔놓고, 마을 역시 박모씨에 의해 철저히 통제되던 한국사회로 바꿔서 생각하면 감독이 표현하려는 바가 너무 노골적이지 않나요. 물론 만화원작에서도 그런 메타포는 상당히 노골적이었지만요. 만화의 등장인물들 집의 벽에 걸린 이장의 사진들... 과거 관공서나 학교 건물 등에 걸려 있던 박모씨 사진이 떠오르고, 뭐 제가 과하게 넘겨짚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원작만화 주인공의 말을 따르자면 "이렇게 단칼에 죽으면 안 될 인물'인 이장이 굉장히 허무하게(?) 죽는 그 모습이 특히나 읽는 사람의 기분 므흣하게 만들더군요.

 

감독이 원작에서 뭘 봤든 영화로 뭘 표현하고 싶었든 간에 이건 실패한 각색, 실패한 연출이라고밖엔 생각이 안 드네요. 만화원작을 보지 않았더라도 같은 생각을 했을 거예요. 예술에서 주장은 너무 강하게 드러나면 거북한 법이죠. 그러려면 웅변을 경청하지 왜 영화를 보겠습니까.

만화 <이끼>는 차라리 <소름> 같은 연출이 더 어울렸을 것 같아요. 아니... 그냥 <신시티>처럼 만화를 영화로 그대로만 옮겨도 괜찮았을 것 같아요. 가지치기만 좀 하면 만화를 그대로 영화에 옮기는 것이 어려울 것 같진 않은데...

 

박해일이 이리 연기 못한다고 느끼긴 처음이었습니다. 유준상의 버럭 검사도 굉장히 부담스러웠구요. 등장인물들의 노인 분장도 너무 어설프고 이상했고, 막판의 반전은... 그냥 유치뽕해서 눈물이 나왔습니다.-_ㅜ 이런 걸 케이블 VOD 보기로 3500원이나 주고 관람하다니... 내 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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