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기에는 은근히 많이 쌀쌀해져버린 날씨이지만,

하여튼 여름은 지나갔고 아직은 기온이 영상이니 일단은 가을인듯 합니다.

 

전 봄은 안 타는데, 가을은 정말 무지 타요. 아니나다를까, 지난주 더울때만 해도 뽀송하니 덤덤하던 마음이,

그렇게 비가 퍼붓고 온 다음날 기온이 떨어지자마자 마구 두근거리기 시작합니다. 시도때도 없이.

 

가을에 관련된 단어, 책, 영화, 드라마 심지어 패션까지도 거기에 아주 푹 빠져버립니다. 생각해보니 옷 중에서 가을옷이 가장 많아요.

좀 관계없을수도 있지만 파스텔뮤직 기념앨범에서도 fall edition을 가장 좋아하고, 느꼈지요.

 

봄에는 창경궁을 가고 여름엔 한강을 가듯, 가을에는 반드시 삼청동 정독도서관을 가는데

그래서 어제 오늘 다녀왔어요. 심지어 내일도 갈 예정입니다.

 

어제는 밤에 갔고 오늘은 낮에 갔는데 낮에 그 가는 길목에 사람이 많았다는것 빼면 어느 때 가도, 그곳은 참 좋더랍니다.

비록 아직 단풍은 물들지 않았지만 길가에 하나둘 떨어진 낙엽들과 제법 노랗게 변한 나뭇잎들을 보니

가만히 서 있어도 설레더라구요. 사람들이 노곤히 담담히 앉아있는 모습도 보기 좋고. 구석구석 난, 아무도 없는 길터도 좋고.

 

그렇게 정독도서관을 한시간 반정도 돌면서 친구와 이야기를 하고 집에 오려는데,

갑자기 선배가 추천해준 한강공원이 생각이 났습니다. 돗자리 깔고 자다오면 너무 좋다나. 

그 길로 안국역에서 종로3가인지 5가로 가서 환승을 해 다녀왔습니다.

친구가 너 왜 이렇게 즉흥적이야, 하는데 으아, 나도 모르겠다. 그냥 진정이 안돼. 막 돌아다녀야될것 같아, 그래버렸어요.

 

환절기만 되면 동생과 저는 일년동안 묵혀두었던 알레르기비염을 포함한 각종 질환들을 한꺼번에 앓습니다.

그래서 요즘 거의.. 알약들을 끼나마다 한 10개는 먹거든요;

소위 '약밥'을 먹고 있다보니 잠오는 약들이 많아 솔직히 몸이 축축 쳐지는데

참 희한한건 돌아다닐 기운은 나더라구요. 그 기운은 어디서 온 것인지....

 

그래도 나이 먹긴 했나봐요. 돗자리 깔고 막 얘기하다가, 어느순간 지쳐서 전 잠이 들어버렸어요.

그야말로 돗자리에 대자로, 후드를 뒤집어쓰고 잠이 들었어요.

잠이 자기 전까지 하늘을 보고 있었는데, 아 그 하늘이란 너무 파랗더라구요. 눈부실정도로. 눈물이 날 정도로.

깨져버릴것 같은, 하늘. 어쩌면 하늘이 저러냐, 어쩌면 하늘이 저러니. 하는데 친구가 피식피식 웃었어요. 그러다 울겠다고.

 

햇살이 막 내리쬐는데 그게 따갑지 않고 따뜻했어요.

강바람이 차가워도, 햇살에 푹 빠져서 그렇게 잠들었어요.

가을인가봐요, 정말로. 햇살이 따갑지 않고 따뜻하다니, 바람이 덥지 않고 서늘하다니.

갑자기 마음이 마구 아팠어요. 왜 아팠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마구 아팠어요. 그러다 잠이 들었네요.

 

한 시간 정도 지나니 강바람이 너무 세고 추워져서 거기에 잠이 깼고, 돌돌돌 돗자리 말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혹시 가실 분들 계시다면, 모포나 좀 꽤 도톰한 옷을 챙겨가시는게 좋을듯 해요. ^^

 

하여간 집에 돌아오고 나서도 설레서 이러고 있네요...

집에 컴퓨터가 없어서 굳이 부득불 학교에 와서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머리 식히고 마음 도닥이기에는 (저는 되려 더 설레버렸지만) 정말... 돌아다니는게 최고인가봐요.

 

그래도 정독도서관 와플은 아껴두었어요.

그냥 흔하디 흔한 와플이지만, 그곳의 와플은 왠지 특별합니다. 그냥.

내일은 꼭 먹고 와야지요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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