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말년의 소설 <고등어의 모험>

2010.10.13 23:31

사과식초 조회 수:4660

제1회 NATE 1페이지 소설공모전 수상작 <고등어의 모험> 

[출처] 제1회 NATE 1페이지 소설공모전 수상작 <고등어의 모험>|작성자 이말년

평소에 그린 만화가 상상되네요.

 아마 05년도에 쓴 소설로 기억된다.

 당시 네이트에서 제1회 1페이지 소설공모전을 했는데 거기에 지원한 소설이다.

 당선해서 30만원 타먹었다.

 내 인생 최초의 공식대회 당선작이었다.

 갑자기 생각나서 이 자리에 공개합니다. 재밌게 보아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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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마득히 오래 전, 시골바다에 조봉학이라는 청년 고등어가 살았다.

 봉 학이는 시골마을에서 엄청난 괴력의 소유자였는데 한때 마을에서 행패를 부리는 불량 오징어 떼들을 혈혈단신으로 쳐부술 만큼 그는 담력도 세고 그만한 힘도 있었다. 그는 마을 어르신들과 어린 물고기들에게 찬사와 존경을 받으며 마을의 어려운 일들을 발 벗고 나섰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봉학이가 이른 아침부터 노모를 모시고 하는 말이

 

 “어머니, 제가 심사숙고한 결과 이런 시골바다는 저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더 넓은 곳, 더 많은 물고기들을 보고 많은 것을 느끼고 싶습니다. 아무쪼록 허락해주십시오.”

 

 그 소리를 듣고는 어머니, 고개를 깊이 숙이고 상념에 잠겼다가 곧 이어

 

 “얘야, 네가 더 나이가 차면 이야기해주려고 했지마는, 이렇게 된 이상 지금 알려주마.”

 

 그리고 한숨을 푸욱 쉬며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듣거라. 너는 고등어가 아니다.”

 “아니, 어머니 제가 고등어가 아니면 꽁치라도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네가 꽁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넌 고등어이지만 고등어라고 부를 수 없는 존재이다. 네 옆 가슴지느러미를 보아라. 여타 고등어들의 지느러미와 다소 다른 점이 있지 않느냐?”

 

 봉학은 그 소리에 자신의 가슴지느러미를 꼼꼼히 살폈다.

 어릴 적부터 다른 고등어들과는 지느러미가 약간 다르다는 것은 느끼고 있었으나 그다지 큰 의미를 두고 살지 않아왔던 터였다.

 꼼꼼히 살피던 그는 경악하고 말았다.

 

 “어머니! 제 가슴지느러미가… 가슴지느러미가…… 흡사 인간의 팔과 닮았습니다!”

 “그렇다! 너는 인간과 고등어의 혼혈이다. 너의 괴력의 비밀은 여기에 있지.”

 “어머니, 제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이상 더더욱 여기 있지 못하겠습니다. 인간 세상에 나갈 수 있도록 허락해주십시오.”

 

 어 머니, 이렇게 아들이 떠나가는 날이 언젠가는 올 것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되자 그렇게 마음의 준비를 해두었는데도 불구하고 눈물이 한줄기 흐르기 시작했다. 봉학은 이런 어머니를 보며 가슴이 미어지는 듯 했으나 어서 대답을 기다렸다.

 이것이 부모와 자식의 마음 차이란 말인가.

 한쪽은 오직 주기만 하는 아가페적인 사랑이요, 다른 한쪽은 자신의 진취적인 삶에 방해받길 거부하는 이기적인 사랑이지 않은가.

 

 “너의 아버지는 조만섭이라는 분이시다. 너의 아버지 함자를 물어물어 찾다보면 너의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게다.”

 

 봉학의 어머니는 아들의 짐을 손수 싸주고는 눈물로써 아들을 보냈다. 아무리 부모의 사랑이 더 깊다지만 이렇게까지 하는 부모의 마음을 모르는 봉학이 아니었다. 봉학도 눈물로써 절을 하고 집을 나왔다.

 새로운 모험의 시작이었다. 뭍으로 나온 그는 우선 지나가는 장사꾼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조만섭이라는 분을 아십니까?”

 

 장사꾼은 말하는 고등어를 보며 깜짝 놀랐다. 그는 우선 마음을 추스리고 봉학에게 그간의 자초지종을 묵묵히 듣더니

 

 “아버지를 찾는 마음이 너무 애틋하여 내가 너를 도와주마. 우선 내 보쌈에 들어가거라. 사람들에게 수소문하여 반드시 네 아버지를 찾아주마.”

 

 그리하여 장사꾼과 봉학은 사람들에게 한 달여간을 물어물어 아버지를 찾을 수 있었다. 봉학의 아버지는 철강업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큰 철강회사를 경영하고 있었다. 봉학의 아버지를 만난 장사꾼은 보쌈을 풀어 봉학을 내보였다.

 그런데 이게 어쩐 일인가!

 봉학은 한 달여간 보쌈에 들어가 있어서 간이 잘 배인 짭조름한 간고등어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를 본 봉학의 아버지는

 

 “우선 맛을 보고 사겠소.”

 

 하더니 그 간 고등어를 덥썩 베어 물었다.

 철강업계의 대부다운 호쾌한 액션이었다.

 이를 본 장사꾼이 대경질색하여

 

 “이 간고등어는 귀하의 자녀입니다. 어찌 자식을 베어먹을 수 있는지요!”

 “이 간고등어가 내 자식 봉학이라고?”

 

 조 만섭의 당황한 얼굴이 역력했다. 그는 부들부들 떨며 통곡했다. 자신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며 찾아온 자식을 생각하면서 봉학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어찌할 줄 몰랐다. 그러나 그는 철강업계의 대부답게 다시 일어났다. 언제까지 자식의 죽음에 슬퍼할 수만은 없었다. 그는 당장에 수족들에게 명령하여 철강회사의 지분을 다 팔아치웠다.

 그리고는

 간고등어 공장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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