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04 16:24
들어가는 순간부터 머리로 알던 것을 몸으로도 알게 된다. 이곳은 어린 아이가 있을 곳은 아니다. 아이도 아빠를 본다고 팔짝팔짝 뛰면서 왔건만 막상 그곳에서 아빠를 보자 어색하게 웃으면서, 아빠가 좋아 손을 잡으면서, 아빠침대에 올래 하니까 얌전히 앉아 있으면서, 몸이 경직된다. 그걸 나는 보고 있고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내가 이제 가자 라고 하기 전까지 아이는 가자고 보채지도 않고, 있기 싫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아빠한테 밝은 목소리로 안녕 하고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건물 문을 열기 전, 아이가 운다. 왜 우는 지 물어보는게 필요치 않아 그냥 안고 엄마가 이해해 라고 말한뒤 속상한 마음 가득담은채 문을 열고 나갔다. 손을 잡고 걷는데, 선물이 슬퍼 라고 물으니까 간결하고 확신에 가득찬 목소리로 응 이라고 아이가 답한다. 아빠가 아파서 여기 있어, 아빠 낫게 해달라고 기도하자. 응. 이란 답이 곧 나온다. 조금 더 걷다가, 아빠 생일 때 케익 사가지고 올까? 했더니 동그란 눈을 뜨고 나를 쳐다보고는 응! 아빠 선물도 사주자 했더니 누구한테 선물 사주는 거 너무 좋아하는 아이가 팔짝 뛰면서 응! 이라고 답한다.
아이가 건물 나오면서 울더라 라고 전화했더니 왜? 라고 묻는 사람과 통화하면서 정말 아픈건 당신이고 아이가 어른이구나, 아이들은 부모보다 더 어른일 필요는 없는데 그래야 하는 순간들, 그렇게 되는 순간들이 슬프다 란 생각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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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때쯤 에밀리 한테서 전화가 왔다. 선물이 아빠가 다시 아프다는 걸 알게된 순간, 에밀리한테 상황을 이야기 하고, 오는 15일에 선물이를 잠깐 봐줄수 있냐고 물어봤다. 원래 그 주말에 선물이는 아빠한테 가 있을 거였고, 그러면 지금은 미국에 있는 S의 생일을 챙기기로 했었는데, 선물이가 아빠한테 갈 수 없는 게 확실했고, 앞으로 어떻게 되던 S 생일을 축하해 주고 싶으니까. 빠르게 자신의 삼부 (결혼하지 않았지만 같이 사는 파트너, 스웨덴에서는 흔한 파트커 관계입니다.) 울로프랑 이야기 했다 그때 된다란 답이 왔었다. 전화통화를 하면서 에밀리는 다시 한번 15일에 아이를 볼수 있다고 말하더니, 내 생각에 선물이 아빠가 선물이를 데리고 있는 건 앞으로도 꽤 힘들거 같아 라고 말을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라고 했더니, 응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으면, 선물이 아빠가 선물이 한테 간다는 option을 지워버리면 다른 경우들을 생각하게 되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나랑 울로프는 정말로 특별히 우리한테 무슨 일이 있지 않은 이상 너를 도와줄 수 있어. 그러니까 우리를 꼭 생각하라고. 선물이는 돌보기 어려운 애도 아니고, 시리랑 같이 있으면 뭐 하나를 돌보나 둘을 돌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뭐 친구들을 만나야 한다던지, 데이트를 하던, 쇼핑을 해야 한다던지 (선물이가 소핑하는 걸 너무 힘들어 하는 걸 잘 안다) 그냥 혼자 낮잠을 자던 아무튼 네 시간이 필요할 때 필요하면 말해. 우리집에서 재워 줄 수도 있어.
그말을 할려고 다시 전화해준 에밀리한테 새삼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에밀리한테 저녁먹으로 오라고 했더니 울로프가 우리가 초대할 차례라고 하던데, 라면서 울로프는 우리는 둘이고 커피 공룡은 혼자이니 우리가 두번 초대하고 커피 공룡이 한번 초대하는 게 맞는 계산이다 라고 말했다는 걸 알려주었다. 웃으면서 나 그런 계산에 관심없다 라고 말했지만 두고 두고 정말 티내지 않고 남의 상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람들이구나란 생각에 감사했다.
바로 전에 일본만 같아도 내가 너한테 가서 애를 봐줄텐데 라고 하신 엄마가 생각났다.
지난 번에 저녁을 먹을 때 누군가 한테 실망한 이야기를 했더니, 세상에는 말로만 하는 사람들이 있고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 말로만 하는 사람인게 느껴지면 끊으면 돼. 그리고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들만 간직하면 되는 거야. 그렇게 간단한거야 라고 말하던 울로프가 생각났다.
이런 친구들한테 나도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좋은 친구가 되도록 노력해야지... 간단한거다. 그리고 제일 근본적이고 중요한거다.
2015.08.04 16:36
2015.08.04 16:39
진심이 없는 인간들은 어떻게 하나요???
2015.08.04 16:44
글쎄올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나도 뭐가 진심인지 아리까리
2015.08.04 16:45
2015.08.04 23:30
네, 이혼한 관계에서 바랄 수 있는 유일한 건데... 힘드네요
2015.08.04 23:30
네, 이혼한 관계에서 바랄 수 있는 유일한 건데... 힘드네요
2015.08.04 17:54
2015.08.04 23:32
이 모든 상황에서도 건강하게 자사주는 아이가 아침 안 먹겠다고 도망갈 때 빼고는 고마워요 ㅎㅎㅎㅎ
2015.08.04 19:26
세상에는 말로만 하는 사람들이 있고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 말로만 하는 사람인게 느껴지면 끊으면 돼. 그리고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들만 간직하면 되는 거야. 그렇게 간단한거야
친구분이 하신 말이 마음에 와닿네요. 글로 읽으면 참 쉬워보이는데, 현실에서는 왜 이리 헷갈리는지...
2015.08.04 23:34
그 상대가 그런 줄 모르고 믿어온 시간 때문에....
2015.08.04 20:23
2015.08.04 23:36
원래 좋은 사람들이고,,, 네 저한테 소중한 친구들이라 저도 잘 할려고 늘 노력해요. 사실 이 친구들한테 잘하는 건 어렵지도 않지요 :)
2015.08.04 23:10
선물이 아빠가 아프신 모양이네요.. 공지영 작가였나요, 전 남편은 잘 되어도 기분이 별로고, 잘 안되어도 걱정인 골칫덩어리라고 했던 말이 요즘엔 자주 떠올라요. 격주 주말 이틀만이라도 누군가 아이를 봐준다는게 얼마나 소중한지, 그런데 그것조차 안된다면 외국에서 일하면서 아이를 혼자서 100% 감당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를 아니까... 어린 선물이가 느꼈을 감정, 또 커피공룡님이 느꼈을 감정이 이해가 되네요.. 전 주변에 좋은 친구들, 위급 상황에서 백업이 되어줄만한 친구들을 만들어 두기 위해 정말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이곳 친구들은 드물고, 제가 사는 동네는 시골이라 친한 친구들은 멀리 살고, 한인들은 정말 다들 맞벌이에 바쁘게 사는지라, 쉽지가 않아요. 물론 도와주시는 좋은 분들이 계시지만 그렇게 알아서 편하게 챙겨 주는 친구는 아직 못 만났어요. 덕분에 정말 100% 혼자서 아이를 돌보고 있습니다. 좋은 친구를 두신 것이 부럽네요. 다 10년 넘게 그곳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시며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해 오신 덕분이겠지요. 힘 내시고 미국도 잘 다녀오시길.
2015.08.04 23:41
정말 공지영 작가 말에 완전 동감. 저랑 같이 일하시는 분 중 한분은 전남편이 아픈 바람에 현남편과 1년 넘게 준비한 요틑타고 세계 일주를 포기했어요. 아이들이 성인이라도, 아버지가 죽게 될 경우 애들을 혼자 둘수가 없다고....
진짜 애를 2주에 한번 주말 데려가는 곳 조차 그런 병때문에 할 수 없다니,,, 절망이랑 화가 느껴지더군요.
정말 100프로 혼자 어이를 보신다니,, 무엇보다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2015.08.04 23:39
말 < 돈 <<<<< 행동
제가 사람의 진심을 판단하는 기준입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제 맘대로 융통성 약간 발휘하죠.
2015.08.04 23:43
할 수 잇는 것만 말하면 될텐데, 왜 다들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모르고, 되고 싶은 사람으로 그림만 그리는지,,(되려고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결론은 자신을 알고 자신한테 솔직한 약속을 하며 살자 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