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간다는 것 + 로맨스의 함정

2016.02.13 20:05

장모종 조회 수:1159

살아간다는 게 뭘까 고민을 좀 해 봤어요.

어렸을 때 봤던 동물의 왕국이 생각납니다. 동물의 왕국 다들 아시죠? 요즘도 bbc나 그런데에서 프로그램 떼와서 자주 틀어주는 거 같더라고요. 나레이션은 국내 성우가 하고요. 그리고 그 성우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MONSTER에 나레이션이 아닌 배역 하나로 출연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다른 데로 샜군요. 


동물의 왕국에서 보면 미어캣, 비버, 얼룩말, 사자, 목도리 도마뱀 등의 기괴한 동물들이 평생 도망을 치고, 먹이를 먹고, 땅을 파거나 무리 간의 관계를 통해서 어떻게든 거주지를 만들어 냅니다. 사자들간의 관계는 무슨 픽션 같더군요. 어쨌든요, 인생이라는 것이 단지 그런 것에 지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생 먹이를 찾고, 무리를 짓고, 억지로라도 거주지를 만들고. 여기에서 동물들조차 악을 쓰며 살아가는데 지나치게 자유로워지면 코끼리는 상아가 도드라지는 백골이 되고 사자는 신흥세력을 주도할 새로운 숫사자에게 목덜미를 물어뜯겨서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사람 삶도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해 봤어요.


전 너무 어렸을 때 봐서 기억들은 잘 안 나는데, 삼국지 초한지 이런거 드라마로 만들어주는거 티비에서 하면 좀 봤어요. 형제조차 믿을 수 없고 부모가 명예 때문에 아들을 죽이고는 하던데, 어쩌면 그게 삶의 진실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나마 권력층이라서 우아하게 묘사된 것이지 보다 낮은 계층은 완전히 생지옥 아니었겠나요? 그런 생각을 해요. 예전에 읽은 책 중에서 한국 괴담집이 있었는데, 귀신이 나타나면 첫번째로는 베개 속에 과도 같은 작은 칼을 넣고 자고, 두번째로는 칼을 휘저은 물을 마시라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그런데 정작 어르신들은 칼을 한국의 무속에 쓰는 이야기는 청룡도를 밟는 무당 정도 이야기만 하십니다. 혹은 복숭아 가지나, 복숭아 정도죠. 제삿상에 복숭아 올리지 말라는 이야기가 좀 퍼져 있는 이야기인 것 같던데 아닌가요?


저는 감정에 대한 감동적인 격언들을 거의 믿지 않습니다. 와신상담 이야기는 좋아합니다. http://www.jnuri.net/news/articleView.html?idxno=24109


그런데 감정에 대해 쓰다 보니까 서구에서 이성과 감성을 구분하는 것이 올바르냐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는 도덕책의 말이 떠오르는데, 아직 서구 사회에서의 주요 종교나 생활 양식은 기독교인데- 종파의 차이는 있지만- 무슨 가짜 무속 이런거에서 명상하고 그런데에서 하는 말을 써 놨더군요. 그런 사람들이 한국 와서는 서구가 "변하고"있다고 쓰고, 무언가를 굉장히 떠드는 것 같더군요. 그래도 서구의 생활 양식이든 정신세계든 기독교가 지배하고 있는 것은 사실 아닌가요? 뭐 현대에 쓰여진 소설이 아닌 경우 주일에 교회를 가고 교회에는 그나마 좋은 옷을 입고 가고 주일에는 일하지 않고 교회 내에서는 우는 것도 웃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말이죠. 억압적인가요? 저는 그것이 억압적인 것이 아니라 원시적인 분노나 쾌락 표출이 세련되어지고 다듬어지는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하거든요.


로맨스의 함정 이유는 세태가 변한다는 것 치고는 갈구되는 혹은 누군가들이 갈망하는 로맨스가 너무 불쾌할 정도여서 써 본 이야기입니다. 어쩌다가 드라마를 좀 봤는데 주인공인 여자에게 남자가 소리지르면서 위협하는 것은 기본이요 - 그래도 절대 그 여자는 헤어지거나 데이트폭력의 전조를 눈치채지는 않습니다- 여차저차, 그런 이야기입니다만. 저는 왜 (왠지 빅토리아 여왕과 그 인도인 하인이 생각나는데요) 그런 로맨스에 누군가들이 반응하고 재생산하는지 고민을 해 봤는데 별로 명확한 답은 제 정도 선에서는 나오지 않더군요. 덤으로 요즘은 끝난 줄 알았더니, 감정이나 금전 소비 패턴 등에 문제가 있으면서 폭력을 행하는 "굉장히 매력적으로 묘사된 남자주인공"에 대한 무언가도...최소 생산 중입니다. 한 요 근래 까지도 생산이 되었거나. 어디 격언이었는지 아니면 책의 인용 중에서, "결혼한 여자가 죽었으면 일차적으로 그 남편을 의심해야 한다. 그만큼 가정폭력은 심각한 문제다" 라는 것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혹은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기억하시나요? 이게 왜 피해자인 측에서 로맨스가 되고 소비가 될까요? 아시면 좀 알려주세요. 놀라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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