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해변에서 혼자

2017.03.25 00:19

푸른나무 조회 수:2539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봤습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배우 김민희와의 관계 때문에 영화가 너무도 자전적으로 당장 느껴지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전작들도 유부남과의 사랑을 다뤄왔죠. 감독 쪽에서는 늘상 해오던 이야기를 하던 거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의 당사자인 김민희가 영화 속의 배역을 맡으니 더 그래보이지만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과 이 영화가 그리 다른 것 같지는 않아요. 물론 그래도 생각보다 노골적으로 현실과 따로이 생각할 수 없는 말들이 내뱉어지고 분노가 담겨 있고...어떤 면에서는 잔인하다 생각이 들었는데 누군가를 생각하고 잔인하다기보다 그저 놀라울 정도로 솔직해서..... 그런 측면의 잔인함이 있었습니다.


영화에서는 몇 시냐고 묻고 영화시간표를 보는 등 여러 번 시간과 관련된 대화가 나옵니다. 또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안다'고 1부에서 영희는 말합니다. 1부에서 그는 오겠다고 했다지만 왔는지 안 왔는지는 2부를 통해 짐작할 수 있습니다. 2부에서 그들은 우연히, 꿈에서 만날 뿐이죠.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죽음의 그림자가 몇 번씩 스칩니다. 배우도 영화도 좀 음울했어요. 간단히 말해 (그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안다, 라는 건 밤의 해변에서 혼자, 라는 걸 안다는 뜻이라고. 영화에서는 정작 밤의 해변은 나오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정말 해변에 있는지 없는지가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정말 밤인지 낮인지가 중요한 것 같지도 않고요. 그저 그런 상태가, 존재라는게 또 그걸 안다는게 중요하겠죠. 영희는 강릉의 까페를 나와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노래를 부르는데, 그 장면이 정말 멋있었습니다. '지금은 맞고 그 때는 틀리다'도 봤는데 그 때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더군요.


3월인데 봄이 왔는데 미세먼지 수치가 높아서 괴롭네요. 해결책이 있기가 힘든 이 문제 때문에 한숨이 납니다. 언제까지 이런 공기에 갇혀 살아야 하나, 하고 밑도 끝도 없는 짜증이 생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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