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예쁜 우리

2018.05.20 16:21

Kaffesaurus 조회 수:1695

"둘이 너무 예뻐요" 선물이를 학교에서 데리고 오는 길에 만난 막스의 엄마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날은 출근할 때 입은 에메랄드빛 원피스를 입고 있어서, 빨간 바지 입은 선물이와 내가 어울린다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웃으면서 감사했더니 막스 엄마는 이어서  "막스는 이제 손을 잡지 않아요 좋겠다 아직도 손잡고 다니고" 라고 말했다. 그제서야 무얼 예쁘다고 하는 지 깨닫고 더욱 환하게 웃는다.

다들 이제 얼마 안남았다고 경고한다. 아이들이 엄마 손을 뿌리치지 않고 잡아 주는 시간이. 개나리 노랗게 정원을 색을 바꾸는 사월이면 매해 선물이가 태어났을 때를 생각하게 되고, 마치 나없을 때 큰 마냥 언제 이렇게 컸니? 라고 물어보게 된다. 혼자 뛰어 다니다가도 엄마가 주변에 있는 지 뒤돌아 보던 아이들이 엄마 없이도 뭐든 잘 하게 된다. 그게 이치이지만 어린 아이들이 소풍때 돌아보며 우리 엄마만 나 두고 어디 갔을 까 두려워 하는 것 처럼, 부모들도 아이가 부모를 떠나는 날이 온다는 것을 약간을 두려운 마음으로 준비하게 된다. 이제 한자리 숫자의 나이 마지막이 아이들이 자기 방 문 닫고, 대답이라고는 응 아니 밖에 안하는 십대가 되고, 대학을 결정하고, 독립해서 이사가는 날들은 아직은 오지 않을 거 같지만, 손을 잡지 않고 가겠다는 아이의 의지는 언제가는 그날이 온다는 걸 신호한다.


선물이는 손잡고 가는 날도 있고, 엄마를 뒤에 두고 앞만 보고 가는 날들도 있다.


아이도 어른도 아닌 안톤을 처음 만날 날, 옆에서 걸어가는 선물이의 손이 쭈빗 쭈빗 안톤을 찾는 다. 누군가의 손을 잡고 가는 걸 잊은 지 오래된 안톤은 자신을 향한 손을 느끼지 못한다. 선물이가 손 잡고 싶어하는 데라고 말을 해 줄까 하다가 그냥 멈춘다. 두 아이 사이의 관계이니까. 조금 있다가 선물이는 안톤을 툭 치더니 달리기 경주를 하자고 한다. 좀 당황한 안톤은 뒤를 돌아 우리를 바라본다. 우리는 둘다 약속이나 한것 처럼 어깨를 으쓱거리며 나도 몰라 라는 제스처를 해보인다. 얼굴에 미소를 담고 안톤은 선물이랑 함께 뛰어간다. 천천히 따라오는 우리들은 뒤로 한채 그래도 우리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으면서. 가게에서 살것을 사고 나오는 길 놀이터를 향해가는 두 아이들, 선물이는 안톤의 손을 잡고 있다. 우리의 시선이 마주친다. 우리는 둘다 아이들을 보고 있었구나.


"막스엄마가 우리 예쁘데" 선물이 손을 꽉잡으면서 아이도 바로 옆에서 들었던 말을 다시 반복해본다. 아이는 아무 감흥없이 응 이라고 말하고 걸어간다. "선물아 엄마 선물이 사랑해"라고 말하자 또 감흥없이 응 이라고 답한다. 그리곤 갑자기 고개를 돌리고 "엄마 나 오늘 무당벌래 봤어"라며 환하게 웃는 아이. 선물아 우리 지금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7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81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327
126087 게시판 이제 되네요. [10] poem II 2012.06.26 17353
126086 나이별 경기도지사 지지율 [1] 그림니르 2010.06.02 12794
126085 경기도민, 오늘 투표하고 왔어요.. [2] 화기치상 2010.06.02 10432
126084 방송3사 출구조사는 감격, YTN 출구조사는 불안 [2] Carb 2010.06.02 10111
126083 경남 도지사 초박빙 alan 2010.06.02 9319
126082 [불판]개표방송 [13] 20100602 2010.06.02 9165
126081 구로구, '오세훈' 기표된 투표용지 배부...-_- [7] look 2010.06.02 10810
126080 근데 왜 비회원도 글 쓰게 하셨죠? [2] 비회원 2010.06.02 9475
126079 결코 인간편이 아닌 스티브 잡스,.. [7] 자연의아이들 2010.06.02 10652
126078 파이어폭스로 잘 되네요 [4] anth 2010.06.02 7379
126077 유시민이 이기는 이유.jpg [7] 그림니르 2010.06.02 12562
126076 개표방송 보는데 떨려요. digool 2010.06.02 6478
126075 [서울]한명숙 1% [22] 스위트피 2010.06.02 9578
126074 절호의 찬스! [1] 얏호 2010.06.02 5982
126073 옛날 종교재판이 판치던 시대 과학자들의 심정을 [1] troispoint 2010.06.02 6688
126072 노회찬씨에게 해주고 싶은 말 [8] 그림니르 2010.06.02 8844
126071 현재 무소속 후보의 득표율은 어떻게 되나요.. [1] 장외인간 2010.06.02 5815
126070 잘가라_전의경.jpg [5] 댓글돌이 2010.06.02 9025
126069 계란 요리 드실 때, 알끈도 드시나요?? [14] 한여름밤의 동화 2010.06.02 8703
126068 좀 의아스러운게.. [5] 장외인간 2010.06.02 705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