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왠지 싱숭생숭- 한 것이 문득 예전에 모시던 또라이 상사 생각이 나네요.
그는 왕년에 학생운동도 잠깐 하던 인물이었으나 나이 먹고 강남서 본인사업 좀 하면서 노선을 완전히 바꾼 사람이었습니다. 직원인 절 불러다 앉혀 놓고 '부자가 되고 싶으면 부자처럼 생각해야 한다. 당신의 그 '민주당 냄새' 지워라(제 고향인 전라도를 언급하며). 한나라당 찍어라. 진보 하지 말고 보수 하고 강남 교회 다녀라. 그러면 부자 된다'고 설교를 했지요.
이건희 같은 부자가 되고싶다던 그 양반은 '공대 나온 박근혜는 컴퓨터도 잘한다'면서 저에게 '노무현 좋아하지. 근데 그 사람은 엄청난 사기꾼이다'라며 저에게 개인적으로 소설 초본 하나를 보여줬습니다. 자기가 틈틈히 써둔 건데 이번에 컨텐츠 공모전에 저더러 이 초본을 다듬어서 내래요. 제목은 '디지털 히틀러'... 내용은 일개 일반인 한명이 인터넷을 통해 대중을 선동해서 대통령이 되고 나라는 쑥대밭이 되며 끝내 탄핵된다는 내용이었답니다. 이야기의 얼척없음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어요. 그보다 전 노무현을 모델로 했다는 그 소설의 주인공과 글쓴이가 너무너무 끔찍했지요.
전 결국 몇달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했어요. 가장 큰 계기는 어느날, 그 상사가 자기 집무실에서 나오는데 바지뒷춤에 길게 휴지를(아마 밑 닦은휴지였겠죠 으웩)달고 나오는걸 제가 얼른 지적해서 뺐거든요, 며칠 있다가 절 불러서 '본인에게 모멸감을 주려고 일부러 그랬지'하며 추궁하길래 바로 사표쓰고 나왔답니다. 어휴 나 토닥토닥.
그리고 전 이때의 강렬한 회사체험을 계기로 과감히 자영업자의 세계로 뛰어들게 됩니다(그리고 망해가고 있습니다!하하).
뭔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처럼 오픈된 공간에 써 놓으면 후련해지려나 했는데 괜히 더 찝찝해지네요. 아무래도 저 똥닦은 휴지 사건 때문인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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