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03 03:00
1. 요즘 급하게 마쳐야 할 일이 있어서 이틀 정도 무리했더니, 사흘째는 병자처럼 누워있어야했습니다. 그렇게 힘든 일도 아닌데 장시간 쉬지 않고 일하니 정말 머리가 울리고 토나오는 느낌이 들더군요. 병자처럼 누워있으면서 이 생각 저 생각 했습니다.
요즘 걱정하는 부분은 IT가 앞으로 제 업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coolcat님이 저와 비슷한 생각을 적어주셨네요. http://hotcat.egloos.com/3003435
생산요소에는 land, labor, capital, and innovation (technology)이 있는데, 맑스은 자본을 가진 자본가가 노동력을 가진 노동자를 착취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자본가들이 노동자를 착취할 필요도 없어질 거라는 게 제 암울한 전망입니다. 왜냐하면 IT와 로봇으로 점차 대체하면 되니까요. 최근 이코노미스트와 비즈니스 인사이더에도 이와 관련한 기사가 나왔었구요. 이코노미스트에서는 제조업 노동자 1만명당 기계 도입의 비율을 비교한 그래프를 보여줘서 제가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http://www.economist.com/sites/default/files/20140329_robots.pdf 의 4쪽. 오른쪽 아래 그래프). 한국이 1위였거든요. 하도들 현대 자동차 노조가 세다 세다 하길래 한국의 노조가 꽤 센 줄 알았는데, 어느새 이정도까지 대체가 되었는지요.
http://www.economist.com/news/leaders/21599762-prepare-robot-invasion-it-will-change-way-people-think-about-technology-rise
http://www.businessinsider.com/jobs-that-will-be-lost-to-robots-2014-1
같은 이야기를 로렌스 서머스도 월스트릿저널에서 하고 있습니다. http://online.wsj.com/articles/lawrence-h-summers-on-the-economic-challenge-of-the-future-jobs-1404762501
로렌스 서머스의 글에서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이 부분입니다. "Yet it is a reasonable estimate that 1 in 6 men between 25 and 54 will not be working if and when the economy returns to normal cyclical conditions." 즉 한창 일할 나이의 남자 중에서 여섯명 중 한 명은 일자리를 갖지 못할 것이라는....
2. 싱가폴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싱가폴에서는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 내륙지방의 가난한 가정을 데려온다고 합니다. 이른바 소셜 엔지니어링이라는 것인데요. 아시다시피 여성의 소득이 높아질 수록 아이를 가졌을 때 생기는 기회비용이 높아집니다. 왜냐하면 커리어에 단절이 생기고 장기든 단기든 돈을 못벌게 되니까요. 싱가폴에서는 그래서 여성 한 명당 출산율이 낮은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민자를 받는 방향을 생각해봤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말레이지아나 필리핀에서 무조건 이민자를 받을 것인가? 싱가폴 관료들은 중국인과 기타 인종을 적절한 비율로 섞는 게 사회적 안정에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는군요. 그래서 부유한 중국 해안가가 아닌, 내륙의 가난한 가정을 데려와서 교육시킨다고 합니다. 이 사람들은 헝그리정신이 엄청나게 강해서 일단 싱가폴에 들어오면 빠른 속도로 영어를 배우고 적응한다고 합니다. 물론 토착 싱가폴인들 중에선 이렇게 중국에서 데려온 가정들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는군요.
한국도 출산률이 낮은데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가, 싱가폴의 정책을 한국에 적용한다고 하면, 탈북자들을 적극적으로 교육시키는 방안으로 나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3. 제니퍼 란스키의 American Dreams 시리즈를 아시나요? 이 작가는 인디아 잉크와 칼라펜슬로 조그만 집을 그렸는데, 그림에는 이 집을 사기 위해서는 몇시간이나 일해야하는가를 적어놓았습니다. 그림 자체는 따뜻하지만 아래 달린 설명은 미국인이라면 섬뜩하게 느낄 그런 것이죠.
http://jenniferlanski.com/americandream/index.html
2014.09.03 10:37
2014.09.03 11:05
유년기의 끝에서는 생산은 기술이 담당하고 사람들은 일 보다는 예술과 학문을 탐구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세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현실은 생산은 기술이 담당하고 사람들은 일 보다는 굶어죽고 멸시받는 세상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과도기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설국열차가 딱 이 이야기였죠. 잉여인간 이야기.
그런데 윗집 4717시간이면 시급 만원일때 4천 7백정도 하지 않나요. 안 비싼 것 같은데(...).
2014.09.03 11:11
그러니까요. 집이란 저정도 가격이어야 쳐다볼만한 희망이 생기는거 아닌가 말이죠. 미국이야 땅덩어리가 넓어서 그런건지..
2014.09.03 23:19
예술과 학문 업계에서 남보다 뛰어나기란, 단순히 생산을 위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보다 더 어렵지 않을까요? 당장 한국의 웹툰시장만 봐도 경쟁이 엄청나잖아요.
2014.09.03 16:22
1. 원사운드의 [텍사스 홀덤]에서 스치듯 그런 얘기를 툭툭 건드리죠. 이 만화 읽다가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단순히 도박만을 그리는 게 아닌, 요즘 젊은이들의 고민이나 생각같은 걸 묘사하는 게 꽤 리얼해서 맘에 들더라고요.
http://www.thisisgame.com/webzine/series/nboard/213/?series=42&n=48091
추가로... 결론은 바보같이 내리긴 했지만 관련 내용에 대해 언급한 아래 기사를 본 기억이 납니다.
로봇의 습격..20년내 현재 직업 47% 사라진다
http://media.daum.net/digital/newsview?newsid=20140206033605852
생각해 볼만한 글들 잘 봤습니다.
1. 청년층 실업 문제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당 최저 임금만 쳐줘도 구직자가 몰리는 현실. 그만큼 일자리가 귀하다는 얘기인지.. 아니면 최저임금 조차도 못받는 일자리가 많다는 뜻인지. 여러모로 암담합니다. 청년층의 소득 저하는 경기 침체와 맞물릴테니까요.
2. 탈북자 교육도 좋은 아이디어지만 체제와 이념 문제때문에 현실적으로는 다문화 가정이 늘겠죠. 농촌에 가면 두집 건너 한집은 외국인 며느리라고들 하더군요. 재미있는 건 농촌 지역에서 진정한 의미의 바이링궐이 등장할 10년~20년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필리핀 엄마를 둔 아이라면 자연스럽게 3개국어를 하게 될테니까요.
3. 저는 섬뜩하다기 보다 이 지역에서는 이런 집을 사려면 이정도 시간을 투자하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네요. 집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지역에 따라 시세가 달라지는 일종의 부동산 지도같은 느낌. 역시.. 하와이가 비싸군요. 최저 임금 기준으로 산정한 것이겠지만.. 일만시간.. 하루 8시간 일한다고 했을때 4년만 일하면 저런 집중에 하나를 소유할 수 있다는 건.. 한국과는 많이 차이가 나는 일이죠.
심지어 이 집은 임금을 모두 저축한다고 했을 때 1년 반이 좀 넘으면 살 수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