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19 20:49
1.어제 유치원 선생님 말씀이, 선물이가 9월 지나고 부터 변화하는 게 벌써 보인답니다. 아이가 훨씬 안정적이고 다른 아이들한테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그리고 잠을 잘 자는 것 같다고. 크게 위안입니다.
많이 걱정했는데 벌써 더 좋은 쪽으로 보인다니 다행이지요. 말을 안하니까 얼만큼 이해하는 지 어떻게 생각하는 지 알기가 조금 힘들지만, 아이한테 열심히 설명해주어요. 어제 '내일은 아빠가 오는 날이야 그러면 선물이 아빠네 가서 주말에 자네'라고 말하니까 아이가 순간 긴장하는 게 느껴졌습니다. 다시 아이보고 '엄마가 매일 저녁에 전화할께, 엄마는 선물이 많이 보고 싶을거야. 아빠랑 잘 놀아. 월요일에 보자' 라고 설명하니까 몸의 긴장이 조금 풀어집니다.
아침에 새로 산 검은 청바지를 꺼내서 주었더니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씩웃더니 하는 말, 아빠 바지. 늘 편한 바지만 입다가 이런 바지를 보니까 아빠 바지를 같은 거란 생각이 드나봅니다. 요즘에 안개가 많이 끼어서 아침에는 오통 세상이 축축합니다. 그래서 보통 그런 바지 위에 방수복을 입히고 유치원에 데려 가는 데 오늘은 멋진 바지위에 그런 방수복 입기 싫다고 하더군요. 그냥 아이를 데리고 유치원에 간뒤, 선생님 보고 저 바지 위에 방수복 입기 싫다고 한다고 설명했더니, 선생님이 '선물아 네 새 바지 정말 멋있다, 그런데 그 바지만 입고 지금 밖에서 놀면 바지 지저분해져. 방수복 입자' 라고 선물이에게 말씀하시더군요. 그재서야 따라 하는 선물이.
아침에 매일 매일 웃으면서 일어나는 선물이는 너무 예뻐요.
2. 금요일이라 (왜 ?) 아침에 자판기 커피 대신 맛있는 커피를 사려고 학교내에 있는 커피 점에 갔다가 심리학 부서에서 일하는 G와 한때 의대쪽에서 일했던 K를 만났습니다. 같이 앉아서 이야기 하는 데 갑자기 G가, '아 이 얘긴 해준다고 해놓고 잊었다. 우리 며칠전에 학생들과 수업 평가 했는데 학생들이 커피공룡을 좋은 예로 말하더군. 그러니까 선생님들이 보통 질문을 하고 그 질문을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데 커피공룡 선생님은 질문을 하고 한참 기다려주신다고, 우리가 답이 없으면 본인이 설명하시는 게 아니라, 나 너희가 이거에 대해 말할 수 있다는 거 안다 라고 하시면서 우리가 답을 하도록 하신다고, 그 선생님 질문은 정말 질문이다 라고하더군. ' 사실 그 수업한지가 벌써 한학기 지났는 데( 제가 유일하게 심리학과 강의 하는 수업, 일년에 한번) 학생들이 아직도 나를 기억한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또 잘했다고 하면 기분 사실 좋으니까 아 좋아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사실 며칠 전에 반대로 작년 가을에 했던 수업 하나 나쁘게 평가 받은게 있어서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그때 나 많이 아팠었고, 사실 그날 나 스스로도 오늘은 정말 강의 제대로 못했다 라고 느꼈다, 그래서 내가 잘할때도 있었다 란 얘길 들으니까 좋다라고 말했습니다. 사람이 늘 잘할 수많은 없다, 라는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K가 '넌 심장에 관해 강의하는 의사는 아니잖아.' G 랑 저랑 갑자기 이게 무슨 말? '심장에 대해 강의 잘못해봐, 사람 죽일 수 있다고, 니가 강의 한번 잘못했다고 사람죽일 일은 없으니 다행이지'. 순간 같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웃다가 G는 '나쁜 강의도 좋을 수 있어. 나쁜 것을 경험해봐야 어떤것이 나쁜 것인지 나의 장점을 알고 단점을 알고, 어떻게 발전해 갈것인가를 알게 되잖아'라고 덧붙였습니다. 다시 K가 '라고 심리학자는 말하지,' 라고 답을 하면서 킥킥 거리는데, 제가 '너희는 그렇게 생각하지 난 adult learning 종사자 인 만큼, 학생들 보고 그러지, 너흰 성인이야, 자신의 배움에 스스로 책임을 져. 라고 생각해' 라고 저의 전공에 의지해 잘 안된 강의 지난 뒤에 스스로 하는 말을 전해주었습니다.
자기 위안의 방법도 여러가지 입니다.
2014.09.20 00:21
2014.09.20 01:01
1. 방수복이면 비옷 같은 걸까요?
2. 엉뚱한 결론이긴 하지만 대화를 보다보니 새삼 의대는 안 가길 잘 했다 싶으네요. 누군가의 생명을 다룬다는 일 그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 못 견뎠을 거 같아요. 내가 친구들하고 술 먹는 사이에 환자가 죽을 수도 있다면 정말 병원 바깥으로 한발짝도 못 나갈 거 같아요. 그렇게 무시무시한 책임감으로 살 자신이 없어요. 엉엉. 제가 의사가 아니라서 이렇게 다행스럽다니 ㅋ
2014.09.20 06:56
2014.09.21 14:38
2. 저도 누군가의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는건...너무 막중한 부담감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런 책임감은 아무나 못 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