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21 18:31
원래 아이돌을 극히 혐오하다가 불과 일이년새에 걸그룹 덕후가 된 꼰대입니다.
특정그룹을 좋아하는 덕후는 해당 팬카페 활동을 하기도 하는데
보통 카페활동이 체질에 맞지 않는 덕후들도 많아서 디씨 해당갤러리에서 많이들 놀죠.
그런데 디씨에 해당 갤러리가 개설이 안됐다거나
한 그룹만 아니라 여러 걸그룹을 같이 좋아하는 잡덕형 덕후들은
따로 놀만한 게시판이 현재로선 일베의 걸그룹 게시판 밖에 없습니다.
다른 대안이 없는건 아니지만
활성화 정도가 도무지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이라
자연히 그 쪽으로 쏠릴 수 밖에 없고요.
일베 걸그룹 게시판의 수준은 뭐 그렇습니다.
외모가 몸매가 끌려서 이쁜 사진 올리며 팬질하는 경우가 많고 꽤 열성이긴 해요.
섹드립도 나오지만 팬질의 속성상 플라토닉한 짝사랑인 사람들이 더 많을겁니다.
상대적으로 정치적 우익성향이나 여성혐오는 덜한 편인데
아무래도 서식처가 일베이다 보니 자연스레 사이트의 분위기에 물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걸그룹에 관심을 가지면서 여기저기 둘러보다
일베 걸그룹 게시판도 기웃거리게 됐는데
하다 보면 얼빠 몸빠 성향이 다분한 걸그룹 덕후라는게 참 허무한 짓이긴 합니다.
그거 아세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인생의 영화판과 소설 원작이 다르다는걸.
남자아이돌에 빠져서 광분하는 꼴불견 덕후 마츠코의 모습은 영화감독이 추가한 설정입니다.
영화를 볼 때만 해도 아이돌 덕후가 아니였던 저는
지금에 와서 감독의 설정에 감복하게 됩니다.
그래도 걸그룹 덕질을 하다 보니 상황 돌아가는 것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되는건 있어요.
효성 민주화 발언이 논란이 됐을 때 전 뻔히 보였죠.
자기 팬들에게 열심히 잘하는 효성이 디씨의 시크릿 갤러리를 드나들다가
일부 갤러들이 즐겨쓰는 민주화라는 표현이 요즘 유행하는 유머인가 보다 오해해서
방송에서 무심코 내뱉다 곤욕을 치루게 되었다는걸.
그럼에도 일베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던 저는 효성이 안됐다는 동정심만큼이나
이 사건을 기화로 일베를 성토하는 분위기가 형성된게 즐겁기도 했어요.
나의 뇌가 제 정신인지 의심스...
제가 모 영화애호가 사이트의 영화게시판은 가지도 않으면서
사는 이야기 잡담게시판에만 주구장창 드나드는 것처럼
크레용팝 소속사 사장이 걸그룹 관련 게시판을 모니터링하다가
멋도 모르고 일베 가입을 인증하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도 이해합니다.
정작 야당성향인 크레용팝 멤버들이 일베로 몰려 곤욕을 치루는 걸 보면서도
적지 않은 깨달음을 얻은게
걸그룹 덕후질을 하면서 얻은 정말 몇안되는 소득이긴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글이 뭘 말하려고 하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덕후들이 갈만한 게시판이란게 고작 일베에만 있는
걸그룹 덕후질의 구질구질함인가...
2014.12.21 18:39
2014.12.21 18:47
2014.12.21 21:17
우리나라 걸그룹 팬층이 일베 아니면 활동 못할 정도 인가요? 케이팝도 별거 아니군요.
2014.12.21 21:30
오해의 소지가 있게 글을 썼는데 걸그룹 덕후들이 대체로 일베를 하는건 아닙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있듯이, 특정 걸그룹이 아닌 걸그룹 전체에 관심이 있는 덕후들이 모인 곳이 인터넷에선 일베의 걸그룹 게시판이더라는 얘깁니다. 저도 얼마간 눈팅하다가 그만 뒀어요.
2014.12.21 21:35
다시 크레용팝의 댄싱퀸 같은 곡 기다립니다.
2014.12.21 22:38
크레용 팝이 야당성향....저런;; 그렇다면 그동안 정말 마음 고생 했겠는데요.
2014.12.21 23:37
크레용팝이 억울한 처지에 놓인건 사실이지만 딱히 특별한 경우는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이 타자를 판단하는 방식이 제한된 정보에 근거해 주홍글씨를 새기는 것에 가깝지 않나 싶어요. 우리는 타자를 저마다 편의적으로 오해하면서 이해한다고 믿어버리죠.
2014.12.22 00:01
크레용팝이 금융노조 파업 현장에서 공연한 적이 있기는하죠.
2014.12.22 00:46
저 사진은 딱히 정치적 의미는 없습니다. 대중가수로서 불러주면 달려가는게 당연하니까요. 이 사진보다 앞서 8월 24일 대우조선노동조합에서 개최한 (시민노동자 어울림 한마당(거제 옥포매립지) 무대에 선 것과 마찬가지고요. 시커먼 한밤중에 들이닥쳐 총을 들이밀고 너희는 인민군 편이냐 국방군 편이냐 선택을 강요했던 것처럼 대중가수가 초청자들의 정치적 사상검증을 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사회적 논란이 될 수 있는 건 조심해야 하지만. 결과적으로 언론과 인터넷에서 이슈가 되버린 저 상황이 웃기고도 씁쓸하죠.
용팝이가 여야 중에서도 야당 성향이에요? 시위현장 공연같은 데 나가나.. 그렇게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궁금하네요.
저는 그룹 이름이나 알지, 전혀 모르는 세계인지라 자세히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