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04 00:58
추석 하루 전날 아내와 조경철 천문대에 다녀왔습니다.
작년에 개관한 이 천문대는 강원도 화천 광덕산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해발 1,010m의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천체 관측에는 그야말로 적격인 천문대지요.
허나, 별을 보려면 달빛이 가장 적은날을 골라서 가야 하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갈 수 있는 날이 추석 전 날 밖에 없었습니다. 달이 제일 대빵 크고 밝은 날의 바로 전날에 말이지요... 어차피 별은 포기하고 이래 된 거 달이나 실컷 보자라는 마음으로 갔었는데...
정말 실컷 봤습니다. 그것도 엄청 큰 달을 엄청 큰 망원경으로요.
강의 및 관측 지도를 해 주신 천문대 대장님이 망원경 접안렌즈에 제 아이폰을 가져다 대고 사진을 찍어 주셨는데, 이렇게 대빵만한 달 사진이 나왔습니다. 진짜 수퍼문 (정확히는 하루 전 이지만). 저 달을 망원경을 통해 눈으로 볼 때는 정말 황홀했어요.
관측을 신청한 팀이 저희 부부 외에도 4팀이 더 있었는데, 한 팀은 길이 너무 막혀서, 한 팀은 산에서 길을 잃어서(...), 한 팀은 술을 너무 마시는 바람에(...) 오지 못했답니다... 정말 민족의 명절답다는 느낌이 들었지요. 덕분에 이래저래 호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네요. 달 외에도 구상성단, 산개성단, 안드로메다도 관측 했으니 나름 선방 했다고 보구요.
사실 머 아무것도 못 봤어도 상관 없었긴 하지만요. 간만에 아내랑 단 둘이서 깜깜한 밤에 하늘 쳐다보고 있었던 것 만으로도 다 좋았어요.
가는 길이 참으로 멀고 험난하기는 합니다만, 가볼만한 곳 입니다. 데이트나 작업을 목적으로 한 방문에도 아주 적격일듯한 장소입니다.
아래는 간만의 음식사진...
장모님이 명란젓을 잔뜩 사오셔서 명란 파스타를 만들어 봤습니다. 인터넷 뒤져보니 레시피란게 딱히 정해져 있는게 아닌듯하여 그냥 맘대로 만들었는데 아주 훌륭한 맛의 파스타가 나왔습니다. 제 음식이 원래 다 그렇긴하지요 (기고만장)
오븐 사용 빈도가 점점 늘어가고 있는데, 이번에는 고갈비를 후라이팬이 아닌 오븐에다 해 봤습니다.
결과는, 팬보다 오븐으로 한게 훨씬 더 맛있습니다. 오븐 좋아요. 정말 좋아요.
좋은 메이플 시럽이 생겨서 뭘 해먹까 하다가 팬케잌을 해 봤습니다. 흰자로 머랭을 쳐서 케잌 반죽을 하면 푹신푹신한 질감이 난다고 해서 그대로 따라 해 보았는데, 정말 그렇더군요. 아기도 무척 좋아했습니다. (당분 많다고 조금만 맥이고 엄마 아빠 둘이서 치사하게 다 먹었지요)
순식간에 10월이네요. 아이를 키우고, 아픈 몸을 추스리다 보니 한 해가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게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한 해를 어떻게 잘 마무리 할까 라던지 이런건 어차피 생각하더라도 그대로 될리가 없으니 생각도 안 할거 같고, 지금 중요한건 10월에 마션이 개봉하고 12월에는 스타워즈 7이 개봉한다는 거겠지요. 아이를 데리고 극장에 가서 스타워즈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지만 (아이의 첫 영화는 스타워즈가 되어야 하니까요. 당연하게도), 두 돌 갓 넘은 아이를 극장에 두시간 넘게 앉혀 놓고 아무런 사건도 안 터지기를 바라는건 매우 어리석은 일일테지요. 자동차 극장엘 가야 하려나.
어쨌든 환절기 입니다. 다들 감기 조심하시고, 독감 예방 주사는 꼭 맞으시길...
2015.10.04 01:19
2015.10.04 18:21
앗 좋은 팁 감사합니다. 다음번에 할 때는 그렇게 해 봐야겠네요 :)
2015.10.04 01:43
2015.10.04 18:22
울지 마세요 ^^ 오늘 맛있는거 드시면 되지요 :D
2015.10.04 04:53
2015.10.04 18:23
건강해야 하는데 자꾸 몸이 망가져서 아내가 많이 속상해 하고 있습니다
이제 정말로 건강해 져야겠지요.
감사합니다. 럽귤님도 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요.
2015.10.04 08:41
달 사진 음식 사진 훌륭합니다 +_+ 명란파스타와 팬케이크 사진보니 먹고싶네요 츄릅;;
2015.10.04 18:25
명란 파스타는 특히 제 아내가 너무나도 좋아해서 한동안 주말마다 만들곤 했습니다.. 하아 식대가...
2015.10.04 10:53
명란전 파스타 먹고 싶어지네요
2015.10.04 18:26
생각보다 만들기 쉽습니다. 만들어 보세요 :D
물론 귀찮을 땐 그냥 파스타 잘 하는 집에 가서 먹는게 최고지요.
2015.10.04 11:07
2015.10.04 18:26
멋진 달이었어요. 망원경으로 크레이터들이 눈에 들어올때는 경탄이 절로 나더군요.
2015.10.04 13:19
와, 이런 천문대가 있는 것도 몰랐어요. O.O
평소에 별자리에 대해 공부 좀 해놨다가 나중에 시간 날 때 천문대 여행을 다니는 것도 괜찮겠네요.
망원경으로는 핸드폰 촬영이 잘 되나 봐요. 저는 쌍안경(8x30)에 사진기를 대고 찍어보려고 했는데
쌍안경 직경이 너무 작아서인지 눈에 대면 달이 잘 보이는데 사진기만 대면 달을 못 찾겠더라고요. ㅠㅠ
팬케잌 사진 처음 봤을 땐 왜 생고기에 바나나를 얹어 놓은 걸까 했어요. ^^ (제대로 된 팬케잌 못 먹어본 사람)
2015.10.04 18:29
2000년대 초반 부터 민간에게 공개되는 천문대들이 국내 여러곳에 생겨났어요. 유명한 곳으로는 영월 별마로 천문대 같은곳이 있는데, 말씀처럼 그런 천문대들을 하나하나 다녀 보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사실 팬케잌을 잘 구우면 저런 나이테 없이 매끈한 갈색 표면의 팬케잌이 나오는데 저는 처음 해 보는거라 서투르게 구워서 저런 고기같은 모양이 나왔지요 ㅎㅎ
2015.10.04 18:19
우와 달사진 정말 아름다워요! 혹시 개인감상용 오른쪽 클릭 괜찮은가요? 다음에 한국가면 조경철 천문대 꼭 가보고 싶네요. 어릴적에 그 박사님 티비에 나오면 좋아했었는데 말이죠 ㅎㅎ
2015.10.04 18:36
네 그럼요. 소장하시어도 됩니다 :)
조 박사님은 저에게도 어릴적 히어로 중 한 분이시죠 ㅎㅎ 조경철 천문대는 건설 초기 부터 박사님이 깊게 관여하셨다더군요. 아쉽게도 완성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지만.
2015.10.05 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