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2016.04.29 14:19

여은성 조회 수:786


 1.휴...심심하네요. 할 게 없어요. 사실 할 게 없다는 건 좋은 거예요. 강제적인 게 없다는 뜻이니까요. 한데 강제적인 할일이 있던 시기에는 늘 착각을 하거든요. 강제적인 할일들이 다 사라지면 하고 싶은 걸 하게 될 거라고요. 인생이 풍요로움으로 가득 찰 거라는 헛된 망상을 품어요. 하지만 할일이 없어지면 정말 할 게 없는거예요. 


 

 2.하고 싶었던 일이래봐야 사실 별 게 아니거든요. 뭔가를 소비하거나, 자아실현을 하거나 하는 두 가지 중 하나일 뿐이예요. 뭔가를 소비하는 일은 한달이면 질리게 되고 자아실현을 하는 일은 며칠이면 그만두게 되죠. 물론 자아실현을 그만둘 때 스스로 그럴듯하게 들리는 이유들을 대곤 해요. 하지만 진짜 이유는 게으름과 귀찮음이죠. 


 '자유시간이 생겼는데 왜 자아 실현 따위를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진짜로 자아실현하는 건 힘들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자아실현하는 걸 포기한 사람처럼 보이는 건 좀 폼이 안 나죠. 그래서 차선책을 택해요. 남들이 보기에 자아실현을 하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도록, 그럴듯하게 보이는 정도로만 하는 거죠.  



 3.요즘은 운동하러 가는 것까지는 어떻게든 해내고 있는데 운동하는 걸 못하겠어요. 가서 어슬렁거리다가 돌아오는 거죠.


 사실 이건 초원의 사자도 그렇잖아요. 배가 고파서 뭘 먹거나 졸려서 잠을 자거나 할 때 말곤 어슬렁거리는 것 말곤 할 게 없는 거예요. 평생을 어슬렁거리는 거죠. 문제는, 사자는 멍청해서 그렇게 살아도 괜찮겠지만 인간인 나는 똑똑하잖아요. 어슬렁거리는 건 똑똑한 인간들에겐 정말 지루한 일이예요. 


 어슬렁거리고 있으면 트레이너가 다가와서 '데헷, 운동 좀 하시져?'라고 하곤 해요. 그러면 '데헷, 남자는 아무래도 잘 보이고 싶은 여자가 있어야 운동을 하잖아여.'라고 하죠. 그러면 트레이너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계속 어슬렁거리도록 내버려 둬요.


 

 4.휴.



 5.요즘은 스스로, 인생이 풍요롭기를 바라지만 풍요로움을 가져오기 위한 노력은 싫어하는 도둑놈 심보를 품고 있었구나 하고 주억거리곤 해요. 하지만 누군가 '그럼 오늘부터 진짜 노력해 볼래?'라고 물으면 '아냐. 풍요로움이 공짜로 찾아와주면 좋고, 아니면 됐어.'라고 할 거예요.


 누군가는 뭐 그딴식으로 사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깨달음을 얻었거든요. 하루 열심히 사는 건 할 수 있지만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건 진짜 어렵다는 거요. 


 물론 이렇게 하루하루를 버려가다가 마지막 날이 오면 후회라는 걸 하겠죠. 하지만 괜찮아요. 후회는 한순간이지만 힘든 건 평생이잖아요. 평생 힘들게 살고 마지막 날에 만족스러워하는 것보다 평생 편하게 살고 마지막 날에 후회하는 게 수학적으로 이득이죠. ...이득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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