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적평형 2주년 정모 후기

2016.09.26 22:39

디나 조회 수:1019


  지난 금요일에 동적평형 2주년 정모가 있었습니다. 작년 여름 제가 가입했을 무렵엔 소소한 독서모임이었는데 이제는 스테로이드를 맞고 벌크업하여 무려 23명이나 모이는 그런 모임이 되었네요.

  처음부터 들뜬 분위기였는데 아무래도 2주년,신입회원,좋은날씨(응?) 등등의 버프가 모여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 좁은 공간에 정말로 스물세명이 다 모였는데 클럽이나 공연장 같은 곳을 제외하면

  근 몇년간 이렇게 여러 사람이 밀착되서 무언가를 했던적이 있었나 싶습니다. 그래서 중간중간 멍 해지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신나기도 하고 복합적인 기분이 들었네요...


  주제도서는 제임스 로드의 작업실의 자코메티 였습니다. 저자인 제임스 로드의 초상화를 자코메티가 작업했던 18일을 기록한 책이죠. 로드가 작업실에 찾아가면 자코메티는 딴 짓을 하고....멱살잡고

  이젤 앞에 앉히면 그림을 그리다 좌절하고 절망하고 짜증내고 그걸 또 받아주고 그날그날의 한계까지 밀어붙인후에 끝을내는.... 이야기가 18번 반복됩니다. (허허허허) 그런데도 굉장히 재밌습니다. 

  지루할 틈이 없는 책이었구요. 어쩌면 동평에 와서 읽은 책 중에 가장 좋았다는 느낌까지 받았네요. 여기다가 붙이기엔 너무 창피하지만 저도 창작을 하는 사람(인가요?)이어서 뭐 그런식의 반복작업

  과 신경질적이 되는 경험을 했기 때문인 것도 같고 초상화 작업 자체보다 로드와 자코메티의 대화나 두 사람의 관계가 더 흥미롭기도 했고 그냥 자코메티 사람 자체가 귀엽기도 했고 뭐 그랬습니다. 

  저는 그림에는 전혀 문외한인데 말이죠... 


  엄청난 인원의 압박에 부담을 느꼈지만 수줍수줍하면서도 할 이야기를 다 한 발제자님. 영화연출을 전공하시는 분 답게 무언가를 만드는이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잘 해주신 것 같구요. 은사의 은사로

  두다리만 건너면 레알로 자코메티와 연결되는 미술전공하긴 회원님의 생생?한 이야기, 자코메티가 나의 초상화를 그려준다면 어떨까 상상하셨다는 미녀 회원님, 결론은 저자 제임스 로드가 참 존잘

  이더라는 몇몇 여성 회원님들....등등 이런저런 재밌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언젠가 대학때를 떠올리면서 이렇게 책을 보고 여러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인생에서 지나갔구나...하고

  거창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 참 이렇게도 흘러가네요. 



  "나 오늘 집에 안 들어감!" 


  뒷풀이 시작즈음에 이렇게 호언장담을 했는데 '그래 너 혼자 강남역에서 밤 새라 ㅋㅋ' 이런 반응이었으나 결국은 또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서 다음날 귀가를 하게 되었네요. 어떻게 놀았는지

  자세히 밝히긴 뭐하지만.... 참 나이란게 의미가 없기도 합니다?? 껄껄

  2년이 지났고 신입회원도 잔뜩 장전한 동적평형은 앞으로도 즐거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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