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가을이었어요. 연세대 생활상담 심리센터에서 외부인 상담도 받아줬거든요.

보통은 대학부설 기관이면 재학중인 학생에 한해서만 상담을 무료로 해주고

외부인은 아예 상담을 안해주는데 그 때는 운이 좋았죠.


인지치료로 8회기 상담이었어요. 인지치료를 제가 싫어하지만(제일 보편적인

우울증 치료 이론인데 .... 이건 나중에 얘기하거나 하여간 전 안맞았어요.)


역시나 상담에서 중요한건 무엇보다 나의 의지이고

어느 이론이 더 우월하다는건 없다는거죠.


자기한테 맞는 치료방법은 있을 수 있겠지만 더 선호하거나.


어느 이론으로 치료하건 상담가의 인격, 공감능력, 대화능력, 문제해결능력....

무엇보다 인격, 인격, 인격이에요. 내담자에 대한 수용력과 인내심, 이해심

이건 해외의 유명대학의 최고 학부의 명교수의 제자라도 보장이 안된다고 봐요.

그가 유명한 학자는 될지는 모르지만요.



그 분이라 해서 저한테 획기적인 해결을 해주신건 아닌데 지금 말한대로

그런 포용력과 인내심, 이해심으로 인지치료임에도 불구하고 내 생각을 억지로 뜯어고치려고

강요하지 않았다는거죠.


내가 강박적으로 하는 생각을 떨쳐내려고 애쓰고 있었는데

오히려 그 분은 "개미가 구덩이에 빠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칠수록 더 모래 구덩이에

빠진다. 그 생각을 떨치려고 의식적으로 애쓰지 말고 그냥 흘러가는대로 내버려둬라"


저는 거의 중독상태에 가까운 불치병에 걸린듯한 가망없는 짝사랑에 빠져있었거든요.


지금은 남자를 보면 정말 가로수를 보는 것과 큰 차이가 없을만큼 감흥도 없고

심지어 연애 장면들 지루해서 연애가 나오는 영화도 안보고 굳이 연애 요소가 있으면

그 장면은 돌려서 생략합니다. 질투가 나서가 아니라 정말 지루하거든요.


가끔은 그런 마음이 있던 시절이 그리울 때도 있는데 그 때는 짝사랑에서 벗어나고 싶을만큼

고통스러워서 "love addiction"에 관련된 심리학 책들 찾다가 찾다가 내가 왜 이런 짝사랑을

되풀이할까 싶어 원인을 찾아서 심리학과 나에 대한 통찰의 여행을 떠나게 되었었죠.


옆길로 새는군요. 그 분은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셨어요.


그리고 자해하는 성향과 자살충동이 있다는걸 알고 나서 "언제나 죽고 싶은 마음이 들면

나한테 전화해라"라면서 전화번호까지 주셔서 한번은 술을 진탕 마시고 죽고 싶다고

전화도 했었죠.


아, 그런데 저는 상담가가 내담자한테 개인 연락처 주는건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상담가라면 저는 절대로 내 개인번호 안주고 상담 시간 이외의 연락은 안받을거에요.

시도 때도 없이 아무리 우울한 내담자라도 상담가도 자기 생활이 있는데 그렇게 전화를 받아주면

상담가는 burn out이 올 수도 있고 개인 생활 침해가 심각한거죠.


그리고 그 분은 마지막 끝날 때까지 제가 제 문제를 들여다볼 수 있게 잘 안내해주셨고

"자신의 문제에 대한 통찰력이 탁월하다. 그 훌륭한 통찰력으로 일어날 수 있을것이다"라면서

마지막으로 회기 끝날 떄 안아주셨던게 기억나네요.


그러나 다시 그 분을 찾고 싶었을 때도 이미 연락처도 잃어버리고 그 분은 그 상담소를 떠나시고

어디에 계신지 알기 힘들어지면서   다시 상담을 이어가야지라고 까지는 생각을 안했어요.


어쩌면 딱 8회기였기 때문에 좋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그리고 다른 상담가를 만나기도 했구요. 그래도 이 분께 세월이 지나도 참 고맙고 이런 분만 상담업계에 계셔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싶어요. 제가 만난 그 숱한 상담가와 정신과 의사중 베스트 3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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