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창업을 하고 싶다는 청년에게

2021.01.26 22:53

Bigcat 조회 수: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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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편의점 위드미 서울 예술의전당점을 찾은 여성들이 매장에 설치된 청음장비로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출처 : 여성경제신문(http://www.womaneconomy.kr)



언젠가 제가 타로점을 보러 갔던 때의 일입니다. 두 젊은 남자가 바로 제 앞에서 타로 마스터와 앉아서 점을 보고 있었죠.(영세한 타로 가게의 특성상 한 공간에 마스터와 손님이 마주 보고 앉아 있고 그 바로 뒤에 고객들이 줄줄이 앉아 있…) 그러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상담받는 고객들 사연을 듣게 됩니다. 물론 제가 들을려고 그런 건 아닌데 그냥 들리게 되더군요. 사실 그 타로 마스터 양반이 보통 인기가 아니거든요.

각설하고, 제게 들린 상담 내용은 바로 이랬습니다. 이제 30대 초반인 두 젊은 남자 중 한 사람이 그동안 직장생활로 모은 종잣돈으로 카페를 차리고 싶은데, 그 창업계획에 대한 상담을 받으러 온 것이었죠. 왜 하필 카페인가? 라는 마스터의 질문에,
그들은 '여자들한테 어필할 것 같아서' 라고 대답하더군요. 사실 식당도 생각해 봤는데 그건 여자들이 질색할 것 같다는 겁니다. 지금 사귀는 여자는 없지만 앞으로 결혼도 해야 하고…그러니
사실은 여자 만나고 싶고 결혼도 하고 싶은데 내 가게도 해야 하니까 요즘 한참 뜨는 카페 창업을 하고 싶다. 그러니 전망이 어떻겠느냐 그게 궁금해서 찾아왔다. 바로 그런 얘기였죠 ㅎㅎ

그 때가 한 10년 전이니까 정말 카페가 전국적으로 우후죽순 생기던 시절이네요. 그런 분위기였으니 저런 얘기가 나올 법도 하구나 싶었죠. 그런데,

타로 마스터 말씀이 대박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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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서울 중구 회현동에 위치한 세븐일레븐 남대문카페점에서 고객들이 도시락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출처 : 여성경제신문(http://www.womaneconomy.kr)



그는 카페가 아닌 편의점을 제안하더군요. 그 편이 훨씬 전망이 있다고요.(물론 타로 카드 점궤가 그렇게 나왔다는 얘기와 함께) 물론 젊은 남자들은 고개를 가로 저었습니다. 편의점 운영자는 여자들에게 인기 없을 것 같다. 아무래도 카페 사장이 훨씬 여자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을까?

그러자 타로 마스터 말씀,

"그러면 편의점을 차리고 한 구석을 카페처럼 꾸미면 되죠. 어차피 편의점에서 커피도 팔고 쥬스도 팔고 (조각)케잌이나 쿠키도 팔잖아요? 그거 사는 손님들 앉아서 먹을 공간 만들어야 하니까, 아예 편의점 한 쪽을 카페로 만드는 겁니다."

순간, 기가 막히더군요. 편의점 한 구석에 간이바가 있어서 삼각 김밥이나 컵라면이나 도시락같은 거 사서 먹는 공간은 이미 익숙 하긴 한데, 그런 공간에 카페?

사실 카페나 레스토랑이라는게 분위기를 파는 곳 아니겠습니까, 사실 편의점이라는 곳도 기존의 동네 슈퍼에 비해 세련되고 깔끔한 분위기로 비교우위를 점한 건데, 난데없이 카페를?

저는 그 때 그 얘기가 정말 터무니없이 느껴졌습니다. 편의점과 카페라니…뭐, 그 둘이 서로 어울리기는 할까요? 그 둘을 한 공간에서 보면 진짜 이상할것 같은데. 당시 그 젊은 남자들이 타로 마스터 양반의 조언을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제게는 너무 생뚱맞은 얘기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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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서울 중구 회현동에 위치한 세븐일레븐 남대문카페점에서 한 직장인이 1인용 테이블에 앉아 컵라면으로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출처 : 여성경제신문(http://www.womaneconomy.kr)





그런데, 어느덧 10 여년이 흐르고…




요즘 편의점 분위기가 바뀌는가 봅니다. 제가 사는 동네의 오래된 슈퍼 하나가 얼마전부터 리모델링 공사를 한참 하더니, 편의점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그 편의점 한 구석이 카페 같은 분위기네요. 편의점과 카페야 어디든 익숙한데 이렇게 한 구석만 카페가 있으니까 정말 신기하네요. 길 모퉁이 카…아니, 편의점 한 구석이 카페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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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세븐일레븐 세븐카페에서 고객들이 도시락과 커피 등을 즐기고 있다. /세븐일레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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