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귀에 꽂힌 노래들이라고 해야 할까요? 꽂힌 노래들은 기억이 다 안 날 만큼 많았겠지만 아직도 좋아하는 노래들입니다. 

중구난방인 것도 같지만 세월 따라서 사람도 변하고, 게다가 아마 그냥 작은 우물 안의 중구난방이겠죠.  남들 눈엔 모종의 일관성이 보일 것 같습니다.


될수록 광고 없는 영상으로 집어왔는데 그래도 광고가 있네요.


높은음자리 '바다에 누워'

이 노래가 강변가요제에서 상을 받았을 때 동년배들이 하나같이 웬 트로트냐고 욕을 하는 바람에 차마 좋단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제 기억엔 분명히 팀 이름이 '낮은음자리'인데 유투브엔 거의 높은음자리라고 나오네요.



다음은 , 도시의 그림자 '이 어둠의 이 슬픔'.


이 노래가 아마 대상곡 유미리 '젊음의 노트'에 밀려서 금상을 받았던 것 같아요. 역대 수상곡들 중 제일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잠깐 곁가지 의문인데, 1등 이름이 '대상'이라는 게 저만 안 와닿나요? 다이아몬드상이나 백금상도 이상하긴 마찬가지지만 대상-금상-은상...이라니 저는 좀 이상해요.



그리고 다음은 거의 모든 사람이 아실 그 노래, 무한궤도의 '그대에게'


 


보고 있던 제 감상은 사실 '노래 참 못 하네' 였습니다만, 들으면서 게임 끝났다는 느낌이 오더군요. 3분 30초경 노래를 잠시 쉬는 시간(...을 전문용어로 뭐라고 하나요?) 이 있고 그 다음 신해철이 반주 없이 '내 삶이 끝날 때까지...' 하면서 마무리 됩니다. 이 곡을 경연에서 부를 땐 거기서 곡이 끝난 줄 알고 이미 팬이 된 관객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었죠.

무한궤도-신해철 솔로-넥스트로 이어지는 앨범들 중에서 저는 넥스트 1집을 제일 좋아아합니다만, 이 노래가 제일 쇼킹했어요.



김현철의 '동네'


2000년대에 한 번 재편곡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저는 오리지널이 더 좋네요. 아마 일련의 징징 시리즈로 확 뜨기 전 제일 유명한 곡일, '춘천 가는 기차'도 같은 음반에 있어요. 아래 쓴 조규찬의 '무지개'하고 어딘가 정서가 비슷합니다. 실제로 두 분이 꽤 친하죠 아마. 

이것도 벌써 몇 년 전 일이지만,  이 분이 오후 라디오 디제이를 하더군요. 아니 이봐요 우리 엑스 세대잖아, 엑스세대! 도대체 뭘 생각하는지 알 수가 없다는 그 엑스세대. '설거지 끝나고 젖은 손을 대충 닦고 커피 한 잔과 함께 라디오 앞에 앉았더니 갑자기 싸늘해진 날씨에 챙기지 못하고 나간 가디건이 눈에 들어오네요' 이런 소리 하던 사람들 아니잖아!!!

그 세대는 이제 늙은 부모의 노후와 자식들의 학비를 짊어지고 대출 이자와 성인병을 끌어안고 살고 있는데 말이에요. 나는 오늘 저녁 처리할 음식물 쓰레기가 고민일지언정 어떤 사람들은 악상을 끌어안고 구름 위에 떠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어요.



조규찬의 '무지개'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수상곡이죠. 간주에서, 여름날 소나기 그치고 햇볕 쨍하고 날 때 채 안 마른 물방울이 톡 터지는 듯한 느낌이 참 좋아요.

기념 씨디 소책자에 있는 곡 설명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정확한 단어가 생각나면 좋을 텐데, 가난을 벗어난 세대의 노래였나,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비꼬는 의미는 아니었는데 문장 그대로 재생이 안되니  제대로 전달이 안 되는군요. 저도 이 노래를 그래서 좋아해요. 끈끈하거나 구슬픈 데가 없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 '환상 속의 그대'

'젊음의 행진'을 본 제 친구가 아주 난리가 났었죠. '아니, 그 , 왜, 우리나라 말로 랩 하면 웃기잖아. 근데 얘는 안 웃기게 랩을 하면서 춤을 춰!'

그리고 그 다음주 주말, 아마 대부분 서태지 데뷔 방송으로 기억할 그 무대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 프로는 실시간으론 못봤고, 볼 생각도 없었어요. 앞의 리스트에선 비하면 '난 알아요'는 꽤 튀지 않습니까?

  문제의 그 친구가 들어나 보라고 저한테 테이프와 워크맨(!)을 강제로 넘겼는데, 그게 도서관이었거든요. '난 알아요'는 '오 진짜 안 웃기네' 정도의 감상이었다면, '환상 속의 그대' 는 그 자리에서 반해버렸어요. 디지털식 워크맨 되감기를 해보신 분은 아실 겁니다. 찌익-철컹-위잉....이 소리가 아날로그식에 비해서 엄청나게 크게 나죠. 그리고 거긴 도서관이었고. 친구가 놀라서 등짝을 때릴 때까지 전 계속 그러고 있었어요.


낯선 사람들 '해의 고민'

이 앨범에서 제일 좋아하는 노래. 배움이 짧아서 이 노래에 대해 뭐라 제대로 된 말을 쓸 수 없다는 게 아쉬워요. 이 노래는 별 추억도 없고 따라서 주절주절도 안 됩니다만, 좋아요. 그냥 좋아요.


 


듀스 '나를 돌아봐'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썩 마음에드는 팀이 없었어요. 미안하지만 좀 아류처럼 느껴지고도 하고. 아마 팬심 탓이 컸겠죠. 그래서 한동안은 아예 장르가 다른 음악만 들었었는데 어느날 동네 아주머니가 놀러 오셔서 오라비 방에 갇혀버린 저는 어쩔 수 없이 오라비의 카세트로 듀스 노래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엔 노래가 뜨면 길거리에서 울려 퍼졌기 때문에 이 곡은 사실 모를 수가 없는 곡인데 저는 애써 모르고 있었죠.ㅋㅋㅋㅋ 라디오가 됐다면 아마 영원히 듀스 노래를 몰랐을지도요.

그때도 안 친하긴 했지만, 형제들이 각자 가정을 꾸리면서 그때하곤 다른 의미로 안 친하거든요. 둘이 있게 되면 꽤 어색하죠. 결혼식 갔다가 방향이 비슷해서 이 오라비 차를 얻어타고 둘이 어색어색 서먹서먹 침묵....이 상태로 라디오나 들으며 오고 있었습니다. 마침 이양반들 노래가 나왔는데, 둘이 노래 따위 아무 상관 없다는 듯이 근엄하게 앉아 가다가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에서 갑자기...네...들썩 들썩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합창을...




신윤철 '녹색 정원'

타이틀 '컴퓨터 세상'이 좋아서 앨범을 샀더니 '녹색 정원'이 더 좋더군요. 이 앨범은 전곡을 다 좋아합니다.

앨범 버전은 없고 공연 녹화 영상이 있군요. 이 곡은 전주에서 뚱뚱뚜두둥뚜두둥 하는 현악기 소리를 제일 좋아하는데 라이브에선 더 잘 들리네요.



자우림 '새'

자우림 노래는 1집부터 좋아했습니다만, 제일 귀에 꽂히고 -귀에 꽂힌 노래가 비교적 빨리 질리는데 반해- 오래 좋아하고 있는 노래입니다.

제 친구는 어떤 이유로 자우림 -정확히는 김윤아-를 안 좋아하는데 저는 바로 그 이유로 김윤아를 더 좋아하죠. 우선은 노래가 마음에 들어서, 그리고 그런데다가 예쁘기까지 해!라서 좋아하지만요.  뭔가 모순된 분위기? 그게 나 같기도 하고 뭐...좋습니다.



동방신기 '주문'

이 팀 역시 1집부터 좋아했어요. 딱 꽂힌 노래가 있었다기보다 -저는 SMP를 썩 안 좋아해요- 그냥 오 잘 하네, 하는 식으로 스며들었다가 노래에 꽂힌 건 이 노래죠. 

이 팀과  , 다음에 쓰게 될 샤이니 얘기를 하면 오래 본 친구들한테 꼭 듣는 얘기가 있어요.  아니 어떻게 판을 뒤집었던 서태지 좋아하던 사람이 공장형 아이돌을 좋아할 수가 있냐? 네...뭐, 그 이유로 에쵸티 노래는 듣지도 않았습니다만, 어쩌면 그 이유가 아니라 단지 에쵸티에 제 맘에 드는 매끈한 비쥬얼이 한 명도 없어서 일 수도 있는 거고,  동방신기엔 제 취향 얼굴이 있었던 거고, 단지 그런 건지도 모르는 거죠.  전 얄팍하단 말입니다.  뭐가 됐든 내가 좋으면 좋은 거고 이 팀 좋아요.



샤이니 '에브리바디'

이 양반들은 진입장벽이 좀 높았죠. 데뷔곡 제목이 그게 뭡니까. 누난 너무 예뻐라니.

하지만 줄리엣에서 무너져버렸고 그 뒤로 쭉 좋아합니다.  딱히 SMP라고 할 만한 곡이 없어서일 수도 있고요.  하필 제일 알려진 두 곡, '루시퍼'와 '링딩동'이 그 냄새가 나긴 합니다만  그래도 적어도 링딩동 링딩동 하면서 이 썩을 눔의 세상 뒤집어 엎어버리겠어 우아아악!은 안 한 단 말입니다.

''셜록'을 올릴까 하다가 이 곡을 골랐어요. 셜록은 내 취향인지 남의* 취향인지 헷갈릴 정도로 반응이 좋았기도 했고, 이 노래를 들으면 실제로 가슴이 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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