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한 사전놀이

2020.11.09 06:37

어디로갈까 조회 수:746

일주일에 두어 번, 기상 후 해보는 놀이가 있습니다. 일종의 '오늘의 운세 보기' 같은 거예요. 
가지고 있는 사전들을 늘어놓고 '오늘의 단어'를 찾아보기인데, 방법은 이러합니다. 
1 .눈을 감고 사전의 아무 페이지나 펼친 후
2. 점자를 읽는 기분으로 더듬어서 예감이 닿는 지점에다 손가락을 가져다 놓는다. 

제가 애용하는 건 국어, 영어, 독어, 라틴어, 불어사전인데, 가끔은 일어, 옥편까지 범위를 넓히기도 합니다. 
이 놀이의 유익한 점은 몰랐던 단어와의 만남이고,  이 놀이의 재미는 우연히 접한 단어로 생각의 가락을 흩어놓아 보는 것이에요.
꿈보다 해몽이라고, 평범한 단어들의 조합으로  얼마든지 의미를 확장시켜 하루의 운수나 심리상태를 재단/조작해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좀전에 국어, 영어, 독어, 불어, 라틴어, 옥편 순으로 단어놀이를 해본바, 저의 '오늘의 단어들'은 이랬습니다. 
국어: 절애 - 1.깎아 세운 듯 가파른 낭떠러지 2. 몹시 사랑함. 
영어: isolation - 고립. 격리. 분리 
독어: pause - 휴식, 멈춤
불어: eternel - 영원한 
라틴어: aspera - 거친, 불평등한, 뾰족한, 날카로운, 무례한
한자: 은 隱- 숨김

단어를 접한 뒤, 이 놀이를 완성하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메모지를 잘라서 한 단어씩 적어넣고 뒤섞은 뒤, 무작위로 뽑아 단어들을 나란히 펼쳐 놓아요. 그러면 상징이 가득한 이상하고도 재미있는 문장이 탄생합니다. 오늘 제가 짚은 단어들이 조직한 문장은 이렇군요.
- 고립(은) 휴식(일까) 거친 절애(를) 영원히 숨기는 걸까.
......
뻘덧: (좀전에 조카와 주고받은 메일 문답.)
그> 한국에서 잉글랜드는 영국이고,  아메리카는 미국, 저머니는 독일인데 왜 프랑스는 프랑스예요?
나> 프랑스는 불란서라고 해. 
그> 아...
나> 중국 사람들이 '프랑스'를 그들의 말에 가깝게 옮긴 한자를 다시 한글 식으로 읽은 거야.
그>아...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6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81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318
125903 [모두에게 완자가] "못 봐. 죽었어 ^^" [29] zxmn 2013.05.21 15511
125902 왜 남자들이 비싼돈주고 룸싸롱에서 술을 마시냐하면요 [43] 메피스토 2010.10.06 15476
125901 Ron Cobb 1937-2020 R.I.P. 조성용 2020.09.22 15474
125900 이병헌 음담패설 내용. [20] 자본주의의돼지 2014.09.02 15458
125899 이력서 가족사항에 결혼한 형제자매를 쓰는 게 맞나요? [8] 정독도서관 2012.05.18 15442
125898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남자가 여자에게 All In 하지 않는 이유? 에 대한 이야기 [30] still water 2012.05.30 15386
125897 '참하다'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27] 봄눈 2010.09.19 15385
125896 송지선 아나운서 19층에서 투신 자살. [100] 매카트니 2011.05.23 15370
125895 조금 야한 우리 연애 (여전히 전 듀나) [31] DJUNA 2010.06.05 15265
125894 [공지] 영화 <역린> 원작소설 출간 기념 서평 이벤트 DJUNA 2014.04.17 15234
125893 [듀9]애플파이 먹고 싶어요 ㅠㅠ [21] 빛나는 2011.02.18 15211
125892 제가 들고 다니는 가방이 버킨백 짝퉁이었네요-_- [27] 소상비자 2010.11.19 15180
125891 이은혜 블루가 드디어 완결이 났네요. [11] 쥬디 2016.04.06 15134
125890 엣지오브투모로우 결말에 대해서요 [스포일러] [5] 우후훗 2014.06.07 15112
125889 휴가 때 찍은 사진이 광고 사진으로 [9] daviddain 2020.08.27 15051
125888 보일러를 껐다 켜는 것보다 쭉 켜놓는 게 가스비가 덜 든다.. [28] fan 2010.12.15 15001
125887 휴대폰 번호 바꾼 후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14] gravity11 2012.06.03 14961
125886 [공지] 게시판 관리자의 공지입니다. [22] DJUNA 2010.08.09 14946
125885 생일이 빠르신 (1,2월생) 분들 띠는 어떻게 정하시나요? [16] 화기치상 2011.01.09 14920
125884 [19금 엑기스] 섹스 파트너의 복수 [14] 화려한해리포터™ 2012.11.07 1489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