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작이죠. 런닝타임은 1시간 42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 몰아서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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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로 제목을 검색하려면 MEGAN이 아니라 M3GAN으로 해야 합니다. 왜 E가 아니라 3인지는 극중에서 설명이 나와요. ㅋㅋ)



 - 엄마, 아빠, 딸로 구성된 3인 가족이 폭설이 펑펑 쏟아지는 외딴 산길 도로를 달려요. 딸래미는 허접한 인공지능 털복숭이 인형에 과하게 꽂혀 있는데 부모는 저게 다 니 때문이다 아니다 너 때문이다 이러고 싸우기만 하고. 그러다 차가 미끄러져 사고가 날 뻔 하는데, 간신히 차를 멈춰 놓고선 '제설차가 올 때까지 기다리자.', '도대체 그게 언제 올 줄 알고???' 라며 또 싸우는 부모들입니다만. 이때 이 영화에서 가장 웃기는 악취미 개그가 나옵니다. 저 말이 끝나자마자 제설차 불빛이 코앞에 나타나서 차를 박살내 버려요(...)


 그래서 부모는 사망, 어린 딸래미만 남았는데 일단 이모가 맡기로 하구요. 근데 문제는 이 이모란 인간이 사회성 떨어지고 가족 관계 같은 덴 일생 관심도 없이 살아 온 소시오패스성 매드 사이언티스트(...)였다는 겁니다. 사실 이런 성격인 사람이 왜 굳이 자기가 맡겠다고 우겼는지 좀 이해가 안 가지만 암튼. 그래서 예정대로 이모는 조카를 잘 돌봐주지 못하구요. 그래도 장난감 개발자인 본인 특성을 활용해서 어떻게 좀 버티다가... 자기가 거의 다 만들어놨다가 윗선에 까인 아이템 생각이 나는 거죠. 인공지능 친구 로봇! 그래, 이걸 다시 제대로 만들어서 애 보는 문제도 해결하고 회사에서 히트도 좀 쳐보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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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반부의 메간은 부모들의 환타지 같은 존재로 묘사됩니다. 만능 육아 머신!!!)



 - 정말 하품 나오는 기획 아닙니까. '사탄의 인형'의 존재는 둘째 치더라도 그냥 진부 식상하잖아요. 너무 식상해서 뭔가 참신 대단한 아이디어를 숨겨놨나 보지? 라고 생각했는데 영화 끝날 때까지 그런 것도 없어요. 그냥 전형적인 '상냥하던 우리 인공 지능이 스스로 학습하다 미쳐 버렸어요' 호러에요. 

 그리고 '사탄의 인형'이 또 문제이긴 합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게 원래 시리즈는 장난감 인형에 미치광이 살인마의 영혼이 들어갔다... 라는 오컬트 영화였는데요. 2019년에 나온 리부트 영화는 컨셉을 바꿔서 인공 지능의 폭주 이야기가 되었거든요. 그러니까 3년 전에 남이 했던 얘길 거의 비슷하게 또 하는 겁니다. 그 영화만 없었어도 비교적 신선해질 수 있었는데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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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주인공은 위의 두 분이 아니라 이 분이십니다. ㅋㅋ 옛날에 재밌게 봤던 넷플릭스 호러 '퍼펙션' 주인공 하셨던 분이죠. 반갑.)



 - 그래도 나름 차별점이 있긴 합니다. 그냥 사이코 인형의 디자인과 성별이 다르고, 거기에 맞춰 여자 아이의 성별도 바뀌었죠. 보호자도 엄마가 아니라 이모, 그것도 사회성 떨어지고 가족 관계 잘 못하는 이모로 설정되어서 심플한 '엄마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대안 가족에 대한 이야기처럼 되었구요. 이런 식으로 기본 설정이 다 다르니 거기에서 파생되는 드라마도 달라지는데 그게 나름 괜찮아요. 

 그리고 이 영화는 '사탄의 인형' 리부트와 비교해서도 확실히 더 진지하게 스마트 기기들에 중독된 현대인들에게 훈계하는 영화에요. 정확히는 자식들 돌보기 빡세다고 스마트 기기로 해결하려 드는 부모들에 대한 풍자이기도 하고. 또 어린 나이에 그런 기기에 애착을 형성하는 것의 위험성에 대해 상당히 근엄하게, 그리고 적절하게 지적질을 합니다. 오은영쌤이신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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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먼저다. 영화의 메시지를 정말 초간단으로 요약하면 대략 저런 얘깁니다. 정말로. ㅋㅋ)



 -  당연히 진지한 SF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챗GPT덕에 기본 소양으로 장착하게 된 지식을 바탕으로 볼 때 우리 주인공 박사님이 혼자서 이런 로봇을 뚝딱 만들어낸 것은 그냥 말이 안 됩니다. 뭣보다 핵심 컨셉인 A.I.에 대한 부분이 그렇죠. 이렇게 빠른 속도로 학습하며 진화하는 인공지능이라니, 이런 걸 만들어낸 양반이 어째서 장난감 회사 구석탱이에 처박힌 개발부에서 지원도 변변히 못 받으며 삽질을 하고 있답니까. ㅋㅋㅋ


 하지만 그걸 그냥 그러려니... 하고 보면 나름 열심히, 성의 있게 개연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게 보입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안전 장치는 되어 있었는데 그게 주인공의 어떤 실수와 계산 착오로 인해 무력화되는 과정을 보여주고요. 또 메간의 행동 양식도 (처음부터 지나치게 고성능이긴 하지만 ㅋㅋ) 나름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변화해요. 그냥 자기 주인의 행복을 위해 이것저것 하다가, 그 과정에서 주인공의 실수와 몇 번의 불행한 우연으로 인해 목적을 위해선 폭력을 불사하는 무시무시한 기계가 되어가는 것. 그걸 뭐... 아주 설득력 있진 않습니다만 (ㅋㅋ) 그래도 최소한의 면피는 충분히 한 정도로는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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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주인공에게 저런 교훈 하나 얻게 하려고 너무 민폐가 큽니다... 뭐 다른 작품들도 다 그렇긴 합니다만.)



 - 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건 우리의 빌런, '메간'이겠죠. 

 이 녀석의 묘사가 꽤 괜찮습니다. 일단 '사탄의 인형'과 다르게 실제로 여자애들이 가지고 싶어할만큼 예쁘고 세련된 디자인이구요. 덧붙여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불쾌할 정도의 어색함, 로봇스러움이 남아 있어요. 이렇게 비주얼면에서 합격이고. 또 비주얼이 그럴싸하니 이 놈이 나쁜 짓을 할 때의 위압감도 썩 잘 살아납니다. 

 그리고 또 이 녀석을 무시무시하게 표현해 보려는 아이디어들이 꽤 있어요. 숲속에서 불량아를 뒤쫓을 때 움직임이라든가. 막판 회사 복도에서 갑작스레 펼치는 댄스 무브 어택(?)이라든가. 모두 성공적이진 않아서 종종 웃기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그렇게 다양하게 표현해보려 애 쓴 건 좋았어요. 역시나 처키와는 차별화되는 느낌이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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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는 메간 댄스(?)씬을 넣었다가 그것도 나름 스포일러일 것 같아서 영화 홍보 행사 짤로 대신합니다. 이렇게 모아 놓고 테일러 스위프트 춤을 췄다네요. ㅋㅋ)



 - 뭐 얘기할 거리가 많은 영화는 아니어서 대충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러니까 뭐 하나 새로울 건 없는 얘깁니다. 여자애 버전의 '사탄의 인형'이라고 생각하면 대충 비슷할 거에요.

 뭔가 되게 안전하고 익숙하게 짜여진 이야긴데, 전반적으로 퀄이 고르고 준수하달까요. 

 좋게 말하면 매끈하게 잘 만든 인공지능 호러였고, 나쁘게 말하면 단단하게 잘 만들었는데 빌런 캐릭터 말곤 새로울 게 전혀 없는 수십 번 들은 이야기이고... 그렇습니다만.

 그러니까 메간 캐릭터가 그럴싸해 보이고 맘에 들면 보세요. ㅋㅋ 참고로 '사탄의 인형' 리부트에 비해 평가는 훨씬 좋고 흥행도 잘 했다는군요.

 저도 그럭저럭 즐겁게 잘 봤습니다. 끄읕.




 + 이미 개봉 전 공개된 영상들로 입소문 퍼졌던 부분이지만, 중간에 정말로 메간이 K팝스런 댄스를 추는 장면이 잠깐 나오기도 합니다. 오오 국뽕!



 ++ 영화 초반을 보다 보면 '응. 마지막 싸움은 대충 그렇게 되겠구나'라고 대놓고 힌트 주는 게 나와요. 그리고 정말 그렇게 되는데... 역시나 자꾸 그런 생각이 드는 거죠. 저 박사님은 왜 이리 모든 장난감을 오버스펙으로 만들까. ㅋㅋㅋ 아니 메간만 해도 그렇잖습니까. 애들 놀이 친구가 그렇게 힘 세고 재빠를 필요가... 보디가드 겸용인 걸까요. ㅋㅋ



 +++ 영화에 온갖 고유명사들이 여과 없이 막 나와서 괜히 웃기는데, 동시에 현실성도 좀 장착되는 느낌이라 괜찮았어요. 장난감 컨트롤 앱을 앱스토어에서 다운 받으라! 는 광고 화면에 정말 구글 앱스토어와 애플 스토어 로고가 보인다거나. 메간 가격을 추정하는데 테슬라 가격과 비교를 한다든가 등등.



 ++++ 본문에서 '비교적 개연성 있게 전개된다'라고 적은 게 뒤늦게 신경 쓰여서 덧붙입니다만. 대략 초중반까지 이야기고 막판엔 그냥 호러입니다. 막 앞뒤 맞고 현실 실현 가능한 이야기라고 오해하심 절대 안되어요. 하하;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주인공이 저지르는 실수는 큰 걸로만 두 개 정도가 있습니다. 하나는 애초에 시스템을 '계속해서 축적되는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업그레이드하는 시스템'으로 구상해 놓았다는 거. 그래서 이 놈이 자꾸만 주인공의 예상을 벗어나는 행동을 하게 되죠. 그리고 또 하나는 어느 정도 업그레이드를 한 메간을 점검한답시고 옆에다 두고 얘가 듣지 말아야 할 이야기들을 잔뜩 떠들어댔는데 전원을 안 껐던 거... 뭐 그렇구요.


 그래서 메간은 여자애를 보호하고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위협 요소들을 선제적으로 제거해 버리자는 결심을 하게 되구요. 애를 물었던 옆집 개를 죽이고, 애가 다닐 대안학교 체험을 간 곳에서 매우 격하게 행동이 거친 남자애가 일탈행동을 하자 역시 제거. 다음엔 자기 개가 죽으니 노발대발해서 자꾸 집에 쳐들어 오는 옆집 아줌마도 죽여요.

 근데 이 과정에서 주인공(=이모)은 형사님에게 '두 살인 현장에서 연속으로 마주치다니 희한하네요' 라는 말을 듣고서 설마 하는 맘에 메간의 블랙박스를 뒤져봅니다만. 갑자기 파일에 이상이 생겼다가 다 삭제 되어버리는 일이 생기죠. 그래서 불길한 맘에 메간을 속여 강제로 전원을 종료하고 회사로 가져가는 주인공입니다만.


 하필 그 날이 회사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메간의 데뷔 쇼케이스 날이었죠. 그래서 사람들도 많고 북적거리는 가운데 조카놈은 '왜 메간을 빼앗아가서 안 돌려주는 데에에엑!!!' 하고 진상을 부리다가 이모의 싸다구를 날리고. 이모는 그렇게 한 대 얻어맞고 나서야 본인 잘못을 깨달아요. 그리고 일장연설을 통해 조카를 설득해서 집으로 데리고 갑니다만. 회사에 홀로 남은 메간은 폭주를 시작해서 연구실도 폭파시키고 회사 사람들 몇몇을 죽여버리고선 역시 집을 향합니다.


 돌아간 집에서 이모와 독대한 메간은 '야. 내가 한 번 더 봐 줄 테니 걍 내가 시키는대로 하면서 얌전히 살지 않으련?'이라는 제안을 합니다만. 이미 개과천선, 정신차림을 완료한 이모는 메간 말을 듣는 척하다가 공격... 하지만 그냥 빠샤빠샤! 하고 밟히구요. 그때 먼저 자라고 침대에 눕혀놨던 조카가 말도 안 듣고 나타나서 여차저차하다가, 결국 이모가 옛날에 만들었던 메간 프로토타잎을 조종해서 메간을 좍좍 찢어 토막내 버립니다. 물론 그렇게 찢긴 후로도 상체 액션! 으로 달려들어 주인공을 밀어 붙이긴 하지만 결국 얼굴 내부가 드러나면서 외부로 돌출된 메인 프로세서를 조카님이 한 방에 꿰뚫어 버리는 회심의 일격으로 파괴. 그렇게 해피엔딩... 입니다만.


 이게 해피엔딩이 가능할까요? 이제 사태 수습하다 보면 다 엄밀히 조사 들어갈 텐데. 정상적인 세상이라면 이모는 감옥에 가는 게 당연해서요. ㅋㅋ 어린애 한 명과 개 한 마리를 빼더라도 사람 셋을 더 죽이고 두어명을 상처 입히고 난리를 쳤잖아요. 천재적 능력을 밑천 삼아 형량 거래라도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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