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사장의 이메일

 

2010년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한 고등학생과 이메일을 주고 받습니다. 관련 기사  정태영 사장이 쓴 답신에 보면 학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건 반대다, "문학, 역사, 경제학, 수학, 물리학, 공학 등 조금 더 기초적인 학문을 전공해서 자신의 세계를 깊고 넓게 열어 놓으라고 권하고 싶"다. "저 자신도 불문학을 전공했고 지금 대학에 다니는 두 딸도 학부에서 문학과 사회학을 전공하고 있고 저는 그런 선택에 매우 기뻐하고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당시에 이 내용을 읽고 아 이 답변은 약간 위험한데...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나네요. 왜냐하면 불문학, 문학, 사회학을 공부하는 건 부의 징후이지 그게 부의 원인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참고로 조언을 받은 학생은 2013년 한국외국어대 국제통상학과에 입학했다고 조선일보는 전하네요. 


오병돈 - 김창환 연구 


Social Science Research에 오병돈 - 김창환 교수의 연구가 실렸습니다. 연구 내용 요약하면 (1) (미국에서) 대학이 태어난 계급을 극복할 수 있게 해준다 (2) 대학원으로 인해서 계급 재생산이 일어난다는 겁니다. 이 매커니즘에 대해서는 김창환 교수가 다음과 같이 요약합니다. 


(1) 하나는 대학원도 다 같은 대학원이 아니라는 것. 석사와 박사가 다르고, MBA나 의대 같은 프로페셔널 스쿨이 다름. 고소득층 자녀일수록 석사보다는 박사와 프로페셔널 스쿨에 많이 진학.  이를 수직적 계층화(Vertical stratification)로 명명. 


(2) 다른 하나는 전공 선택. 고소득층 자녀들은 학부에서는 인문학이나 순수자연과학 등 돈안되는 전공을 선택하고, 대학원에서는 공대, 의대, 경영 등 노동시장 보상이 높은 전공을 선택. 이를 수평적 계층화 (horizontal stratification)로 명명. 

이 때문에 학부 전공을 제대로 통제하면 대학졸업자 중에서도 노동시장에서 부모의 영향력이 나타남. 과거에 대학 진학 후 부모의 영향력이 없어보였던 이유는 저소득층은 돈되는 전공을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고소득층은 그러한 미래의 재정적 압박에서 자유로워서 인문학을 전공했기 때문 (미국에서 인문학은 고소득층 덕분에 유지 ㅠㅠ). 같은 전공자 내에서는 돈많은 부모를 둔 자녀의 소득이 여전히 높음.


(3) 마지막은 연령. 고소득층 자녀는 학위를 일찍 따는데, 저소득층 자녀는 알바 등을 뛰기 때문에 학위 취득에 시간이 더 걸림. 그래서 같은 연령이면 고소득층 자녀의 노동시장 경력이 저소득층 자녀를 앞섬. 이 마지막 기제는 이 전 연구에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던 새로운 내용.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대학원 중에서 MBA는 오히려 부모 계층의 영향력이 없다는 것. 이는 많은 MBA 진학자들이 이미 회사에서 한 번 능력을 검증받아서 선택편향효과가 크게 때문일 것으로 보임. 


출처  (강조는 제가) 


나심 탈렙은 예전부터, 부자들이 인문학을 전공한다고 해서 당신도 그렇게 따라서 하면 안된다. 그들은 돈이 있으니까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돈이 있어서 할 수 있는 행동을 보고 그게 부자가 되는 비결이려니 하고 생각하면 안된다는 거죠. 계급상승을 하고 싶은 저소득층이라면 학부전공을 선택할 때 유의하라는 함의가 있죠. 쉽게 말해서 대학 전공은 인문계를 피하고, MBA는 회사 돈을 받아서 가고, 대학원을 간다면 박사/로스쿨/메디컬 스쿨을 가되, 학위 취득 시간을 최대한 줄인다. 이런 전략을 취해야한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미국 상황에서). 


남미 같은 경우를 보면 유치원-고등학교 교육까지는 교육의 질적 차별을 통해서 계급 재생산을 하려고 합니다. 미국도 마찬가지구요. 미국은 K-12 뿐 아니라 대학 교육도 양보다는 질적 차별을 해서 계급 재생산을 하려고 하죠. 그런데 이 경우에는 질적 차별이 아니라 교육의 양적 차별을 통한 불평등 유지 역시 존재한다는 걸 보여준 연구네요. 이 경우 저소득층이라면 어떤 전략을 취해야할지 떠오르난 바들이 있겠지요. 사실 몇가지 더 중요한 함의가 있는 연구인데 몸이 안좋아서 코멘트를 하기 어렵네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4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80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304
124073 듀게 오픈채팅방 멤버 모집 물휴지 2023.08.22 105
124072 [아마존프라임] 시작부터 할 것 다했던 타란티노씨, '저수지의 개들' 재감상 잡담입니다 [14] 로이배티 2023.08.22 451
124071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2016) [3] catgotmy 2023.08.21 247
124070 [넷플릭스] 블랙 미러 시즌 6. 폭망이네요. [14] S.S.S. 2023.08.21 665
124069 프레임드 #528 [4] Lunagazer 2023.08.21 81
124068 '피기' 보고 짧은 잡담 [6] thoma 2023.08.21 291
124067 탑 아이돌의 가사실수가 흥하는 순간(너, 내 동료가 되라) [3] 상수 2023.08.21 495
124066 요즘 외국어의 한글 표기 [7] 양자고양이 2023.08.21 448
124065 미스테리 하우스 [6] 돌도끼 2023.08.21 209
124064 (드라마 바낭)마스크걸이 수작인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6] 왜냐하면 2023.08.21 743
124063 이번 주 무빙 예고 [1] 라인하르트012 2023.08.21 251
124062 최신영화 관련영상들: 콘크리트 유토피아 엄태화X박찬욱 GV, 알쓸별잡 오펜하이머 크리스토퍼 놀란에게 이름을 음차하자 놀란 반응 상수 2023.08.20 349
124061 아이유 선공개 라이브곡 - 지구가 태양을 네 번(With 넬) 상수 2023.08.20 224
124060 오펜하이머, 대단하네요. 전 재밌었습니다. [4] S.S.S. 2023.08.20 631
124059 미션임파서블7 400만 돌파 감사 영상/13회 차 관람/ 씨네 21 평론 daviddain 2023.08.20 212
124058 [EIDF 2023] EBS 국제다큐영화제 [7] underground 2023.08.20 633
124057 프레임드 #527 [2] Lunagazer 2023.08.20 74
124056 [아마존프라임] 90년대풍 에로틱 스릴러의 향수, '딥 워터' 잡담입니다 [2] 로이배티 2023.08.20 304
124055 동시상영관 : 비뎀업 리메이크 작품들 [2] skelington 2023.08.20 123
124054 [왓챠바낭] 의도는 알겠는데... '고스트 버스터즈' 리부트 잡담입니다 [11] 로이배티 2023.08.20 55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