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

2019.12.23 04:33

보들이 조회 수:979

이번 주에 씨름의 희열도 결방해서 허전하던 차에,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웬 수도원 이름이 올랐길래 보니 다큐멘터리 방송을 하더라구요.

kbs에서 만든 3부작인데 1회 시청률이 4.5%이고 실검 1위를 할 정도면 다큐로서는 상당한 결과 아닌가 싶어요. 

성탄에 맞춘 방송이어서인지.. 그 곳의 무엇이 그리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걸까요.

수도원의 이름에 걸맞게 철저한 고립과 침묵, 청빈의 생활을 하는 수도사들의 삶이 거기 있었어요.

한국 유일이자 아시아 유일이라는 봉쇄수도원의 건물은 종교성을 드러내려는 노력은 조금도 하지 않은, 그냥 최대한 싸게 지은 가건물이었어요.

종교 의식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자재 이외의 모든 것은 그냥 실용적인 것, 저렴한 것들, 스뎅 식기와 낡은 슬리퍼들, 은촛대 하나 없는 예배당..    

한 젊은 수도사는 자기 방의 십자가 마저 그냥 흰 종이에 싸인펜으로 그린 것을 붙여 놓고 있었어요. 

그걸 내내 쳐다보면서 기도하고 또 기도하는 모습..

혼자 식사를 하는 어느 서양인 수도사의 식탁에는 오직 흰 밥 한 그릇만 있었구요. 

서양식으로 하면 밀가루로만 만든 빵 한덩이의 모습과 비슷할지.. 

찬 한 가지 없이 식은 밥을 젓가락으로 떠서 조용히 씹는 모습.

수도사들의 의복은 무척 정갈했어요.

실내에서는 주름 하나 얼룩 하나 없이 깨끗이 손질된 흰 수사복, 노동할 때는 실용적인 진jean 소재의 수사복, 산책 갈 때 입는 건 역시 잘 손질된 베이지색 수사복.

영상을 아직 보기도 전에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마 제일 좋은 건 이 고해 속에 안 태어나고 안 사는 것이었겠지만, 그 다음으로 복이 있다면 그건 구도자가 되는 삶이 아닐지..

21세기에 천 년 전에 정한 수도회의 규율을 지키며 사는 사람들

그 분들의 평안을 기도합니다. _()_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80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433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3046
124148 [펌] 멍청한 주장이 주류 정치에 편입되는 과정 [5] Johndoe 2010.07.02 2402
124147 현실을 도망치는 자에게 파라다이스는 없다. [5] 살구 2010.07.02 2931
124146 주말에 뭘 해야 잘했다 소리 들을라나요 (영화추천받음) [9] 사람 2010.07.02 2497
124145 전 아들키우기 싫었어요. [11] 비네트 2010.07.02 4473
124144 일자리 구합니다. [5] Johndoe 2010.07.02 2768
124143 노래 찾습니다. [2] doxa 2010.07.02 1926
124142 SM은 어떻게 소녀시대를 2세대 아이돌 아이콘으로 만들었나 [17] Robert Frost 2010.07.02 5511
124141 러브크래프트 세계의 괴물 중 셔브 니거라스 Shub Niggurath (약간 15금적 묘사 있음) [4] Q 2010.07.02 4963
124140 방학때 뭐할꼬야? [26] 전기린 2010.07.02 3413
124139 이거 해보셨어요?[지웠어요] [13] 전기린 2010.07.02 2677
124138 Albums of (the first half of) The Year [4] kilroy 2010.07.02 2510
124137 신사동호랭이 스타일의 댄스음악 추천받습니다. [6] doxa 2010.07.02 2869
124136 여러 가지... [10] DJUNA 2010.07.02 3236
124135 지름 후엔 인증샷을 올리는 것이 인지상정. [11] 로이배티 2010.07.02 4611
124134 오 마이 곰돌이 빙수기 [15] 크리스틴 2010.07.02 4665
124133 [불판] 월드컵 8강 브라질 vs 네델란드 [211] 2010.07.02 2980
124132 오늘 청춘불패... [30] DJUNA 2010.07.02 2593
124131 SF영화계의 막드 "스플라이스" 보고왔어요ㅋ (스포일러 소소하게 포함) [15] 폴라포 2010.07.02 3505
124130 조금전 슬픈일을 겪었어요.. [33] 사람 2010.07.02 5135
124129 오늘 있었던 일... [1] Apfel 2010.07.03 200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