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드라마구요. 전체 3시즌으로 완결이며 시즌 별 에피소드 수는 5, 6, 6으로 총 17개. 에피소드 하나의 길이는 한 시간입니다. 저는 아직 시즌 1만 보았고 그래서 딱히 스포일링을 할 게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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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주인공입니다.)



 - 무대는 북아일랜드의 벨파스트. 이곳에서 잘 나가는 집안의 귀하신 따님이 살해되었는데 범인은 오리무중입니다. 결국 재수사를 결정하고 런던에서 프로페셔널을 불러 오는데 그 분은 당연히 스컬리 여사님. 도착해서 사건 내용을 검토하고는 바로 '이거 처음 해 본 솜씨가 아닌데?'라며 유사 사건들을 검토해 본 결과 이것은 연쇄 살인임이 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겠죠. 그런데 그 때 바로 유사한 사건이 하나 더 추가되고 스컬리는 세 사건을 병합한 특별 수사팀의 팀장이 되어 범인 검거에 나섭니다.


 그리고 동시에 진행되는 이야기 하나. 포스터의 저 훈남 아저씨가 주인공입니다. 나이는 젊지만 일찍 결혼했는지 벌써 애가 둘이죠. 아내와의 관계도 원만하고 자식들도 그럭저럭 잘 돌보는 이 아저씨의 직업은 공공기관의 유족 상담사. 힘들어하는 아내를 학대하는 못된 남편을 용서할 수 없는 이 괜찮은 우리들의 이웃 아저씨의 비밀스런 취미는... 당연히도 여성 하나를 타겟으로 찍어서 스토킹하고, 나중엔 정성들여 죽이고 멋진 장면 연출해서 사진도 찍어 소중히 간직하고 수집하는 거겠죠.



 - 흔한 수사물이고 흔한 연쇄 살인물이지만 여타의 비슷한 장르물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컨셉이 있어요. 제목에 적어 놓은 말이 농담이 아닙니다. 정말로 이 드라마는 '여성 혐오'에 대해 사람들을 교육하는 게 목적이에요. 처음엔 뭐하러 저 살인범 놈을 이렇게 시간 들여 보여주는지 (스컬리와의 비중이 거의 반반입니다) 이해가 안 가서 좀 망한 구성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죠. 위에서도 말 했듯이 이 양반은 나름 자기 아내를 아끼고 자식들도 아껴요. 아들 하나 딸 하나 있다는 설정인데 보다보면 아들의 존재는 까먹게 될 정도로 (전 정말로 까먹었습니다) 딸과 함께하는 모습만 계속 보여주는 게 또 제작진의 의도겠죠. "여성혐오라뇨? 전 제 여자 친구도 사랑하고 엄마도 사랑하고 여동생도 사랑하는데요?" 라고 반응하는 사람들에게 '그게 그게 아니거든?'이라고 알려주는 것. 한국에서 여성 혐오라는 개념이 처음 화제가 되기 시작했을 때 모 밴드 멤버가 보였던 반응이 떠오르더라구요.


 그래서 스컬리 파트에서는 이런 여성 혐오 범죄에 대한 남성 수사관들의 태도, 그리고 스컬리를 '여자'로 대하는 남성들의 태도와 시선의 문제들을 꾸준히 보여주고요.

 살인범 파트에서는 제법 여성들을 위하는 듯한 태도를 가진 남자가 연쇄 살인을 통해서는 물론 일상에서 선의(?)로 행하는 행동들 와중에도 슬쩍슬쩍 드러내는 여성 혐오적 태도들을 열심히 보여줍니다.

 

 기본적으로는 걍 살인과 수사를 다룬 스릴러물이고 주객이 전도되어 교훈 전달하느라 본업을 말아먹는 일은 없습니다만. 동시에 또 이런 의도는 충분히 선명하게 드러내는. 좀 독특한 장르물이에요. 



 - 재미... 라고 하면 좀 미안해지는 성격의 시리즈이지만, 어쨌든 재미는 충분히 있습니다. 저 살인범 놈이 대상을 물색하고, 준비하고, 실행에 옮기는 모습을 자세히 보여줌과 동시에 그 '목표물'이 죽기 전에 사는 모습들을 보여주기 때문에 (특히 첫 번째 희생자가 그렇습니다) 살인 장면에서 느끼는 스릴과 절망, 몰입이 극대화 되죠. 무심한 듯 시크하게 본인 일을 열심히 하며 능력을 발휘하는 스컬리 캐릭터를 보며 응원하는 재미도 있구요. 


 다만 전개가 좀 느립니다. 시즌 1이 거의 꽉 채운 한 시간 짜리 에피소드 다섯개인데, 네 번째 에피소드에 들어가기 전까지 수사팀이 정말 아무런 단서도, 감도 못 잡거든요. 근데 보다보면 납득은 됩니다. 수사팀이나 스컬리가 무능해서가 아니라 그냥 현실적으로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인지라. 그리고 그렇게 수사에 진전이 없는 동안에도 스컬리에겐 이런저런 드라마가 발생을 하고 또 살인범 측에서 참 많은 일이 벌어져서 지루하진 않아요.



 - 개인적으로 좀 크리티컬이었던 건... 전 이게 시즌 별로 사건 하나씩 해결하는 이야기일 거라고 멋대로 짐작하고 시작했거든요. 근데 알고 보니 세 시즌 내내 저 범인 한 놈 잡으러 다니는 이야기라는 걸 1시즌 마지막 에피소드를 보면서야 깨달았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좌절. 분노!! 아직도 열 두 시간을 더 봐야 끝이라니!!! 게다가 이제사 검색해보니 시즌 3은 평도 별로 안 좋아!!!!! 아 이걸 계속 봐 말어... 지금 이런 상태네요.



 - 그래서 종합 소감 같은 건 적지 않겠습니다. 그냥 지금까지 본 소감은 위에 다 적었구요. 이걸 끝을 볼지 말지는 좀 더 생각해 보는 걸로. ㅋㅋㅋ




 + 2013년에 시작한 시리즈니까 7년 전이죠. 질리언 앤더슨이 최근 모습 대비 되게 젊어 보여서 새삼 나이를 확인해봤더니 68년생. 암튼 내친김에 확인해 봤더니 '엑스파일'을 시작했을 당시 나이가 한국 나이로 26세 밖에 안 됐었네요. 허허. 스타일링도 캐릭터도 좀 원숙한 느낌이어서 그보다 훨씬 많은 나이일 걸로 멋대로 착각하고 20여년을 살았습니다. ㅋㅋ



 ++ 저 살인범 아저씨의 대표작은 바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시리즈입니다. 남자 주인공이요. ㅋㅋㅋㅋ 이 드라마에서 이 분은 특별한 연기가 필요한 역할은 아닌데. (그냥 잘 생기고 몸매 좋으면서 적당히 짜증나고 불쾌한 표정만 지어주면 됩니다) 그래도 어쨌든 잘 어울립니다. 세 시즌 내내 보고 싶지 않은 캐릭터라는 게 문제일 뿐.



 +++ 도대체 벨파스트는 어떤 곳이기에 늘 영국 드라마에서 현실판 고담 시티 같은 이미지로 나오는 거죠. 런던이 그냥 헬이라면 벨파스트는 무간지옥... 과 같은 이미지로 자주 등장하는데 벨파스트 시민들 기분이 별로 안 좋겠다는 뻘생각이.



 ++++ 내용과 의도가 이런 드라마이다 보니 우리 살인범 아저씨는 카리스마도 없고 매력도 없고 그렇습니다. 종종 실수도 저지르고 무능함이나 비열함, 위선적인 느낌을 자주 보여주죠. 뭐 취지에 맞는 좋은 설정이라고 생각해요. 하일라이트는 시즌 1 마지막 에피소드의 통화 장면인데... 나름 영화 속 카리스마 살인범 내지는 초월자 이미지를 어필하며 폼 좀 잡아 보려고 전화 했다가...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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