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 후에 머리를 자르러 갔어요.

단골로 가는 미용실이 있죠.

이름이 '미남 미용실'이에요, 말 그대로 미남들만 가는 곳이죠.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어떤 남자가 머리를 자르고 있더군요.

별로 미남은 아니었는데 말이죠.

저는 뒤쪽에 앉아서 잠시 기다렸어요.

미용실에는 가끔 두 명의 여자가 있을 때가 있는데

저는 늘 그중의 한 명에게만 깎았어요.

어제는 그 여자 혼자 있더군요.


지난번 머리를 자르러 왔을 때 소개팅이 있으니까 좀 예쁘게 잘라 달라고 했죠.

어머, 그래요? 그러면서 여자가 누군지 어디 사는지 사진은 봤는지 몇 가지 묻더라구요.

그냥 평소에도 이런저런 얘기를 조금씩 나누곤 했지만

남이 소개팅한다는데  뭐 그런 걸 묻나, 생각이 들 수밖에요.


나중에 머리를 감고 보니까 머리가 좀 이상했어요.

평소에는 잘만 깎더니 그날은 정말 머리가 맘에 안 들었죠.

소개팅한다고 잘 깎아달라고 했는데 왜?


어제는 순서가 되자 그냥 아무 말도 없이 가서 앉았죠.

여자는 뭐 어떻게 깎아드릴까요 말도 없이 그냥 알아서 자르더라구요.

머리가 좀 길어서 지저분했죠.


지난번에 소개팅한다고 했잖아요, 하고 제가 먼저 말을 꺼냈어요.

여자는 네, 그랬어요? 하고 잘 모르겠다는 듯이 대답했죠.

모르는 척하는 거 다 알아, 저번에 머리 엉망으로 깎았잖아.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물론 말하지는 않았죠.

그냥 소개팅 망했어요, 그러고  말았죠.

여자는 호호호 웃기만 하고 뭐라 말을 못하더라구요.


나중에 샤워를 하고 머리를 털고 거울을 봤어요.

괜찮더라구요.

머리 말이에요.

그제야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미용실 아가씨가 날 좋아하는 게 틀림없군.


어머니한테 물어봤죠.

엄마, 오늘 머리 어때?

뭐, 니 머리는 만날 똑같은데 뭘 물어보냐?


나참, 여자들은 남자들의 머리에 대해서 잘 모른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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