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에 대한 생각

2012.01.22 06:14

Hollow 조회 수:6351

꽤 오래전에 나는꼼수다에 대한 단상을 올리면서 김어준에 대한 불안감과 정봉주에 대한 짜증을 말한적이 있습니다. 이 둘에 대한 비호감에 근거한 평가였죠. 그리고 그 비호감의 원인은 취향의 차이였습니다. 잘라말해 저는 그들이 가끔식 옹호하기도 하고, 지지자 대부분이 지닌, 우파적이고 마초적 가치관, 지나치게 "저렴한" 문화코드에 대한 거부감이 매우 강한 사람입니다. 진중권이 나꼼수 "지지자"를 혐오하는 이유도 본인이 트위터에서 밝혔듯 취향의 차이에서 근거합니다.

 

그런데 김어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직접" 접하게 되면서 김어준이라는 인물에 대해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실제의 김어준과는 상당히 다른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소한 일 같지만 처음의 계기는 김어준 열애설이었어요. 김어준 마초님이라면 어쩐지 그럴듯 있어보이는 말로 자신을 숭배하는 어리고 이쁜 여자를 사귈것만 같았거든요. 그러나 놀랍게도 그는 동갑의, 제법 쿨하고 괜찮은 드라마들을 만든 작가와 사귀고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그 둘의 관계가 어떨지를 알수는 없습니다. 어쨌거나 김어준의 파트너가 어린 미녀가 아니라는 "사실"은 제게는 조금 김어준이라는 인간에 대해 재고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누구와 사귀는가는 생각보다 사람의 많은 면을 말해줍니다. 학교를 다닐때부터 침튀기게 인민해방을 외치던 멋진 선배들이 참하디 참한 베필을 얻어 가족만큼은 별로 해방같은거 신경안쓰고 "알콩달콩" 착취하면서 사는 모습을 정말 많이 보아왔기때문에 더욱 그랬습니다.

 

항상 문제가 되는 황빠 심빠 선동죄,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김어준의 당시 글을 실시간으로 본적이 없기때문에 정확한 맥락을 잡아내기 어렵습니다. 김어준의 주장에 따르면 황우석에 대한 비난중 과장된 것이 있다는게 당시 주장의 핵심이라고 하더군요. 당시 딴지가 황우석 관련 비판을 싣는것을 김어준이 편집차원에서 막았었다는 글을 보건데 김어준은 황우석에 대한 공격이 황우석 책임이 아닌 부분에 까지도 부당하게 이루어진다고 생각한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황빠가 황우석을 무슨 거대 권력의 희생양처럼 우상화 했다면, 이것과는 조금 다른, 즉 잘못은 있되 비난이 지나치다 정도 되는 입장이라고 이해합니다. 물론 저는 이부분에서 김어준과 생각을 전혀 달리합니다. 황우석은 논문조작을 주도했을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러나 조작을 주도했음을 짐작은 하지만 법적으로 입증하는것은 별개의 문제이고, 아무도 기억 못할지 모르지만 사법부는 놀랍게도 황우석이 줄기세포 조작에 개입하였음을 증명할수 없다고 판단하여 사기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유죄가 난 대부분은 지원금 유용문제). 진중권은 요즘 사법부의 합리성을 부쩍 강하게 믿으면서 열심히 자기 주장을 하시던데 황우석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서는 알고나 계신지 모르겠네요. 사법부가 개입을 확신할 증거가 없다고 본 시각을 합리적이라고 인정한다면 김어준의 황우석 옹호에 대해서도 재고해보아야합니다.(살다살다 진짜 황우석 편드는 소리를 하게 될줄이야, 물론 이게 제의도는 아닙니다만 사법부의 판단에 대한 진중권의 입장을 대입해서 본다면 나오는 결론입니다)

 

김어준이 디워를 옹호했는지 어쩐지는 모르겠는데, 이건 정말 취향의 차이.

 

"닥치고 정치"라는 제목부터 마초스럽고 선동적인 책 역시 거부감을 당연히 느꼈습니다. 당장 떠오르는 건 "뭔가 반론을 차단하는 파시스트 선동물"의 이미지죠. 물론 김어준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정말 그렇게 행동합니다. 그러나 내용을 막상 읽어보면 그냥 최근 정치지형과 몇몇 정치인에 대한 대중적이고 상당히 균형감있는 글입니다. 아니, 조금은 진보/좌파 편향적이기는 하죠. 다루는 인물 대부분도 진보 정치인이고 진보적 아젠다에 대한 막연한 호감도 있으니까요. 김어준이 정말 바라는건 진보진영이 실제 구현가능한 정치력을 획득하는것이고요.

 

진중권이 김어준에 대해 가지고 있는 막연한 비호감(아마 김어준 글을 읽은적이 별로 없을것 같아서 하는 짐작)은 김어준이 정치적 기획을 할때마다 폭발을 하죠. 곽노현 사건과 정봉주 구속. 김어준식 기획이 진중권쯤 되는 수준에서 보자면 한심하기도 하고 무식하기도 하고 위험해보이기도 합니다. 김어준이라는 인물에 대한 비호감이 비판의 강도에 영향을 주는것도 같고요. 둘 다 "선거"라는 정치적 사건과 맞물려 돌아가는 일종의 아젠다이기 때문에 이긴다면 성공한 기획, 진다면 실패한 기획이겠죠. 서울시장 선거를 곽노현 구속 프레임으로 끌고 가려는 저쪽의 기획을 격파한게 김어준이 성공한 지점이고, 이어서  민주당 지도부 구성에 정봉주를 적극적으로 들이민 것은 4월 총선용 기획입니다. 이 좋은 이슈를 왜 버리나요?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정치인이 사람들이 싫어하는 대통령을 그럴듯한 사안으로 공격하다 과다한 벌을 받아 구속되었는데, 법원의 판단은 존중해야 하고 정봉주는 감옥간거 받아들여 사람들은 다 잊은뒤, 총선은 복잡하고 세밀한 복지 아젠다만으로 김종인 달고 나온 박근혜당을 맞선다? 그 세밀한 차이를 인지할수 있는 3퍼센트 미만의 사람들에게는 의미있는 전략일지 몰라도 말이 안되는 이야기죠. 4월까지 꽤나 긴 시간동안 어떤 방식으로 정봉주를 잊혀지지 않게, 그러나 지겹지 않게 만드는지가 김어준의 기획자로서의 능력을 발휘할수 있는 시험대가 되겠죠.

 

누군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적 틀을 깨거나 수정하는것은 쉬운일이 아닙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김어준을 똘아이/파시스트/마초라고 혹은 싸나이/행동가라고 설정된 틀 속에서 김어준을 소비하겠죠. 김어준이라는 꽤나 매력적인 폴리테이너이 그런 틀에 벗어나는 부분이 있다는것도, 아니 그런 부분을 보는 사람도 있다는 것 정도를 알아주시면 좋겠군요.

 

최근 여러가지 이유로 오랫동안 지지해왔던 진보정당에 대한 믿음이 많이 흔들립니다. 트위터를 통해 너무 근거리에서 보게된 일부 진보정당의 정치인들과 진보지식인들의 모습이 그다지 합리적이지도, 지식인/정치인 답지도 않기때문입니다. 다들 여러가지 이유로 마음속에 쌓아놓은 혐오와 증오에 너무 휘둘리는것 같습니다. 김어준의 이명박에 대한 증오가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드는데 쓰일지 진보진영의 노무현/친노 혐오와 증오가 더 생산적으로 쓰일지 아직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김수현이라는 꽤나 유능한 정책가(종부세를 설계한 분중 한분이죠)를 노무현 정부에 있었다는 이유하나만으로 토건족으로 몰고 박원순이 김수현을 기용한 것과 가락동 종상향을 연결짓는 우석훈의 경악할만큼 무식하면서 선동적인 글에 충격받고 석패율제 하나에 야권 연대 파기를 협박하는 이정희의 글에 실망하게 됩니다. 제게는 이런 진보 "스타"의 행동들이 곽노현의 "선의"를 옹호하는 김어준의 판단보다 훨씬 위험하고 편파적이며 비생산적이라고 보여집니다.

 

또다시 두서없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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