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꽤 많은 분들이 싫어하신 조영남씨의 '바람 안피우는 남자가 어딨냐' 드립도 그냥 넘길 수 있었는데, 이 분의 유서-재산의 1/4은 죽기직전 사랑한, 가장 가까운 여자에게 주고, 나머지는 자식들에게 준다-에 대해 얘기하고 난 뒤, '물리적으로 가장 가까운게 아니라, 정신적으로 사랑을 나눈 여자분을 말씀하신 거죠?'라는 신정환의 질문에, 김구라가 '물리적인거면 간병인에게 줘야겠지. 나라도 병수발을 들겠다. 조영남씨 재산의 1/4이면  그게 어디냐. 간병인이에게 줄 수는 없잖아'라는 식의 말을 하는데, 왜 이렇게 '상식적으로 어긋나'보이는 거죠? 특히나, 이 농담이 조영남씨의 뇌경색에 대해 얘기한 얼마 후에 얘기라서 더 무례하게 들렸습니다. 자신이 얘기하고 있는 사람에 대한 친분이나 개인적인 호오, 뭐 이런거를 염두에 둘 수도 없이 이 농담은 상식 밖으로 들려요. 왜냐하면, '죽을때 간병인'운운 하는 것은, 그 사람이 적어도 질병을 앓다가 죽을거란 전제하에 있는것이고, 그 농담 자체가 그냥 수준이 떨어지게 들리거든요. 이를테면, 가끔씩 진심으로 얄밉게 느껴지는 신정환의 농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해보면 적정한 선(다시 말해 상식)이하의 농담이 없습니다. 그래서 노련한 방송인인 거겠지만, 김구라씨는 정말 여기서는 그냥 생각이 짧았다고 밖에 말할 수가 없네요...


말 나온김에, 이번 라디오스타 에피소드에 대해 얘기하자면, 많은 분들이 불편하게 생각한 조영남씨는 사실 '이렇게 젋은 TV쇼에서 자주 불러주지 않는 원로 방송인'으로서 눈치를 많이 보고 있는게 느껴졌어요. 우리가 흔히들 '생각없다'거나 '똘아이'라고 거침없이 정의내리는 인물들 중 하나이지만, 어떻게 이렇게 변변한 히트곡 하나 없는 가수가 오랫동안 경력을 유지했는가에 대한 답이 바로 이겁니다. 이번 라디오스타 녹화에서 처럼, 사실 극단적이고, 절대적으로 어긋나는 행동을 할 만한 성격의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사람이 욕을 먹는 여러가지 것들이 사실은 법이나 Norm에서 어긋나지 않는 '개인적인 선택'인 경우들이 많았죠. 이혼이나, 연애사 같은 것들은 다른 사람들의 호오와는 별개로 어쨌거나 자신의 선택의 영역이니까요.  하지만, 자기가 진행하는 쇼에 나와서 토크중인 게스트에 대해 얘기하다가, 죽을때 간병인 운운 하는건 그냥 재밌지도 않고, 감각적이지도 않은, 생각이 짧은 농담이거든요.


모르겠어요. 평소에 제가 '매력 없고, 능력 없는데 그걸 되려 호통한 척 얘기하고, 또 그걸 관대하게 개성인냥 받아주는 문화'에 대한 반감이 있어서 그게 김구라씨 위에  속좁게 표출된건지도. 하지만 이 농담 한마디에, 말 그대로 '짜게 식은' 저는 라디오스타를 결국 꺼버리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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