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그리고 파이팅!! 바낭.

2011.02.23 04:22

산체 조회 수:1412

1. 날씨가 매우 상당히 따뜻해 졌습니다. 몸으로 느껴지던데요.

저는 원래 상당히 춥게 입고 다니는 편입니다. 그런데 지난주 같았으면 돌아다니는 내내 으슬으슬했을 차림새였음에도 오늘은 살짝 땀이 났습니다.

슬슬 외투의 두께가 포근하기 보다는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시기가 다가온 것 같습니다.


2. 날씨가 따뜻해져서 그런지 운동할때 편해졌습니다.

저는 복싱을 합니다. 복싱을 좀 전문적?으로 하는 분들은 땀복이라고 보기만 해도 답답한 옷을 입고 운동을 합니다.

게다가 운동을 하면 금방 더워지니 체육관은 아무리 추워도 따로 난방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답답한 것도 싫고, 최대한 가볍게 뛰고 싶어서 반팔에 반바지 차림으로 운동을 해요.

그러다보니 한창 추울때 운동을 하려면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나서 엄청나게 곤욕스럽습니다. 가만히 있으려고 해도 가슴께부터 심하게 떨려오곤 하지요.

줄넘기를 몇라운드는 해야 몸이 더워지고 자체적인 열기로 추위를 이겨낼 정도가 되곤 하는데, 오늘은 옷을 갈아입은 직후에도 별로 춥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날씨가 풀리다보니 몸도 경직되지 않고, 몸이 경직되지 않다보니 스트레칭을 할때에도 훨씬 효율적인 느낌이었습니다.


몸은 잘 풀었지만 오랜만에 한 메쏘드복싱(약하게 주고 받는 스파링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의 결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죠.

그 이유는 제가 생각한대로 잘 움직이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오늘 같이 메소드 복싱을 한 분은 저보다 키가 10cm 가까이 큰 분이었어요.

기본적으로 복싱은 키큰 사람이 유리하죠. 키가 크면 그에 따라 팔도 더 길테고, 팔이 길면 더 먼 거리에서 펀치를 적중시킬 수 있으니까.

하지만 서로 거리가 가까우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서로 반팔간격 정도의 거리로 붙게 되면 키가 작은, 혹은 팔이 짧은 사람이 더 유리합니다.

반팔 간격 정도의 거리가 되면 훅이나 어퍼같은 펀치를 주로 주고 받게 되는데, 이때 팔이 짧은 사람의 펀치가 돌아나오는 거리가 더 짧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취할 전략은 간단하겠죠. 어떻게든 상대방의 안쪽을 파고 들어서, 멋있는 말로 하자면 인사이드를 점령해서 제가 주로 연습한 그 주먹을 내면 되는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것이지요. 저보다 훨씬 긴 리치를 가진 분을 상대하면서도 저는 주로 링사이드를 맴돌며 잽을 던지는데 그쳤습니다.

제가 들어가지 못했던 이유는 간단한데요, 맞을게 무서웠거든요. 하지만 맞을게 무섭다면, 오히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안쪽으로 파고 들었어야 옳은 것이었습니다.

거리가 멀수록 제 펀치는 상대방을 적중시키기에는 부족하고, 반대로 상대방의 펀치에는 쉽게 노출이 되기 때문이죠.

미천하지만, 저도 약간 경험이 쌓여서 눈을 부릅뜨고 있으면 몇몇 편치는 피할 수가 있습니다. 이때 뒤로 피하지 않고 앞으로 머리를 숙이면서 살짝 발을 전진하면 되는거죠.

오늘도 몇몇 주먹을 그런식으로 피하긴 했지만, 결국 멀리서 주먹을 내지르는 수준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사실 제가 요새 거울을 보면서 주로 하는 연습은 그거거든요. 주먹을 뻗지 않은 상태에서 상체를 이리저리로 흔들면서 앞으로 전진하는 겁니다.

그 짓을 체육관이 아니라 길거리를 걸어가면서도 슬쩍슬쩍 하는데, 뒤에서 그 모습을 본 사람이 있다면 매우 불안해하고 심지어는 무섭게 생각할지도 몰라요. 

하여튼 열심히 연습이라고 하고 있는데, 실전에 들어가면 그걸 써먹지 못합니다. 


이게 다른 마찬가지인거 같아요. 우리는 알게 모르게 앞날에 대해 준비하고, 궁리하며 살아가죠. 앞으로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면 어쩔 수 없죠. 그때는 운이 나빴다든지 준비를 더 해야겠다든지 그런식으로 생각하겠죠.

하지만 정작 내가 준비하던 일이 닥쳤을 때, 그 일을 내가 생각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이것처럼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또 없거든요.

아니 이럴꺼면 준비는 왜 했데...라는 생각이 들죠. 생각한대로만 하면 되었을거 같은데, 정작 내가 생각한건 시도조차 못해 본 거니까요.

이런 상황에 닥쳤을 때 필요한 것은, 뭐 간단한 것들입니다. 용기. 투지. 단순하게 생각하기.

어짜피 여기 이러고 있어도 맞게 되어있거든요. 어짜피 맞을거라면 내가 준비한걸 시도라도 해보는게 나을테니까.



3. 내일...이 아니라 이제 오늘이군요. 오늘 정오부터 MBC플러스 스포츠 채널에서 복싱 신인왕전 중계를 합니다.

물론 제가 출전하지는 않습니다. 별 볼일 없는 인생이긴 하지만 저는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습니다.


그런데 저희 체육관에서도 선수 한 분이 신인왕전에 출전을 하십니다. 직업은 따로 가지고 계시고요. 우리나라 프로복싱이 그렇습니다. '프로' 이긴 하지만 전업은 아닌.

그 분은 인사를 하면 반갑게 받아주시고, 체육관에 다니는 꼬맹이들과 어울려 놀아주는 사람 좋고 재미있는 분입니다.


예전에 그 분과 스파링을 했는데, 보디를 맞고 '아. 이것이 프로의 세계구나'라는 걸 몸으로 느꼈어요. 맞은 부위가 한 삼일동안 쉬지않고 떠들었죠. 프로한테 맞은데라고. 


그 분이 요 몇주간 열심히 땀을 흘린걸 옆에서 지켜보아서, 그 분을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동료로서. 팬으로서.

옆에서 열심히 하는 사람을 보면 나도 의욕이 솟는거 있잖아요. 그 분이 찢어질 듯 미트를 치는 소리를 들으면 제 주먹에도 힘이 들어가더라고요.


열심히 후회없이 경기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꼭 이겼으면 좋겠습니다.

저를 꼼짝 못하게 했던 압박감으로 상대를 압도하여 화끈한 KO를 보여주길 기원합니다.   


여러분들도 여유가 되신다면, 오늘 신인왕전에서 열심히 기량을 갈고 닦은 그들을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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