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결심하고 인생을 좀 더 즐겨보자는 취지에서 한국대중음악시상식(이하 kma) 초대권 발부에 공정한 방식으로 신청하고 당첨되었습니다. 소문만 자자했던 kma에 첨 가는 거라, 무척 설레였습니다. 시상식 자체를 처음 가는 거고, 워낙 시상식 때 공연이 좋다고 정평이 나있으니까요.

고고스타의 신나는 오프닝 무대로 시상식은 한껏 달아올랐고, 무심히 음악을 듣고 있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온전히 음악만 들으며 시간을 보낸 게 무척 오랜만인걸요. 

먹고사니즘이란 핑계로 시간을 초단위로 쪼개 살아야 불안노동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하는 몹쓸 생각으로 음악이란 그저, 일할 때 틀어놓거나 이동시 이어폰으로 흘러나온 게 전부더군요. 종종 삶에 지치고 인생의 쓸쓸함을 견디지 못할 때,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음악으로 곧잘 위로받았으면서도, 어느새부턴가 온 몸과 마음으로 음악을 듣지도, 새로운 음악을 찾지도 않은 삶을 지속하고 있었습니다.

계속되는 시상과 중간중간 공연을 즐겁게 들으며 작년 한 해 동안 단 한 번도 음악을 찾아듣지 않았음을 알게됐습니다.

예전에 시상식 결과를 보면 즐겨듣지 않는 장르에도 흥한 앨범의 몇 곡은 알고 있을 정도였는데, 올해 시상식에는 자주 듣는 장르에도 새로운 음악이 계속 쏟아져나옴을 후보에 나온 음악들 태반을 몰랐습니다. 내가 이렇게 빡빡한 삶을 살았던가, 흥겹게 즐기고 웃고 떠드는 사이사이에서 괴로운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좋은 음악들이, 공연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는 동안 나는 과연 무엇을 했나, 하는 생각에 잠겨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물론 그것과 전혀 별개로, 처음보는 밴들들의 공연도 무척 신났고 즐거웠고, 그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어 무척 행복했습니다.

무엇보다 수상자들의 수상소감이 정말 재밌었어요. 특히 게이트플라워즈의 수상소감과 l♥MB 티셔츠는 정말 재치넘쳤습니다. ㅎㅎ

개그가 통해서 씐난다는 분께서 마지막에 아이러브홍명보 라고 한 것도 웃겼고요. 그걸 받아서 아이러브무비라크 라고 말하는 김제동도 재치있었어요 ㅎ

유머를 사랑하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유머가 통할 때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지 않습니까. ㅎ 특히 모르는 사람들에게 던진 말 몇 마디가 폭소가 되어 돌아오면

그만큼 뿌듯할 수가 없죠 ㅎㅎ 아, 인정받는구나, 훗 역시 내 유머란 ㅎㅎ 이런 생각이 들죠 ㅋ

암튼 유머를 아는 자와 유머를 즐기는 자들의 시간이여서 더 즐거웠어요 ㅎㅎ

수상과 박수로 음악에 대한 힘을 얻어 더 좋은 음악으로 만날 음악인들과 그들에게 더 좋은 음악을 듣기 위해 열심히 음악을 든는 사람과 만남이라 KMA가 더 의미있다고 봅니다. 올해부터는 무엇을 하는 도중이 아닌, 음악을 듣기 위한 시간도 만들려고 합니다. 그래서 내년에도 꼭 시상식에 가서 올 한 해 동안 즐겨들었던 앨범들이 수상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고 참가하고 싶다는 생각을 내내 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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