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진짜 역사적 시간에 있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 예쁜 동생이 안부 인사를 묻는 메시지를 이렇게 마무리했습니다. 내가 역사적 시간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 사건들은 무었이 있었나요? 저한테는 걸프전, 김일성 사망 (정말 이 소식 듣고 김일성도 죽는 구나 했어요), 911, 트럼프 당선 정도요. 초현실적인 느낌이 일상생활의 일부분이 된 그 순간, 아마 그때 '역사적'이란 느낌이 드나봅니다. 

지난 1, 2주 동안 생활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스웨덴에는 아직 문을 닫은 곳은 고등학교랑 대학 뿐이에요. 다른 유럽국가보다 많이 열려있는데, 여기 정책이 바뀌기 전 영국 정책이랑 비슷하다고 할까. herd immunity 쪽으로요. 이제서야 신문에서도 조금 다른 소리들을 하고 있고, 사실 아직 모른다 그러니 조심이 더 낫다 쪽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여기 검사도 잘 안해요. 검사를 할 수도 없다고 하더군요. 가디언에 있던 기사가 생각납니다. 이탈리아 사람이 쓴 걸로 기억하는 데 제일 이상한 건 이탈리아에 지금 이 상황을 보고도 다른 유럽 나라들이 배우질 않는 것이다 라고. 문을 닫은 곳이 고등학교, 대학 뿐이어도 할 수 있는 한 자택근무하라는, 아무리 작은 증상이라도 감기에 증상이 보이면 집에 있으라 해서, 선물이를 데리고 가는 학교 길 버스에는 사람이 절반 이상 줄은 듯 해요. 


한명의 개인으로 참 어지럽고 혼돈 스러운 시간입니다만, 연구가로서는 이런 표현이 좀 이상하겠지만 참 흥미진진합니다. 몇주전에 미국 사는 동생이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어 라는 질문에 쉽게 응, 이라고 답했더니 정말? 놀라와 하던데, 우리가 사는 생활을 보면 이상하지 않죠. 우리는 잘 움직입니다. 스웨덴에 코로나를 가지고 온 사람들은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스키 여행을 간 사람들이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modern 사회가 얼마나 엉켜있는지 (entangled),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지 눈앞에서 보여집니다. 그리고 계급이 여전히 사회생활에 중요한 variable 인 것도요.예로 자택근무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종사하는 직종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지금 스웨덴에서 초등 중학교를 닫지 않는 이유중 하나로 그럴 경우 엄마 (보통 엄마)들이 집에서 아이를 봐야 하는 데 그러면 간호 보조사, 간호사등 이 시기에 꼭 필요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문을 닫는 게 쉽지 않다라는 것도 있습니다.  


제 직장생활은 다른 사람들과 비해 별 변화가 없습니다. 그럴것이 제가 맡고 있는 석사과정은 20년이 되어가는 온라인 프로그램이고, 연구랑 관련되서는 다행히 이번 학기에 필요한 데이타 콜렌션은 다 마친 상태거든요. 몇몇 개인 인터뷰가 남이 있지만 온라인으로 해도 됩니다. 콘퍼란스가 취소 된 것 정도. 강의와 시험을 다 온라인으로 바꾸어야 하는 다른 동료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거죠. 요즘 저희 부서는 온라인으로 피카를(차마시기)를 하는데 그렇지 않아도 혼자 살아서 주말이 지나면 힘들어 하던 동료가 그러더군요. 이 상황이 한달 이상 가면 난 정말 견디기 힘들거야. 가족들과 함께 하루 종일 보내야 하는 사람들은 그 사람들 대로 힘들고요. (코로나가 지나고 나서 이혼율이 얼마나 높아질까를 생각하는 것도 사회학자들 대화 속에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자택근무는 어렵지 않을 텐데, 때마침 이번주에 목욕실 공사를 시작하는 이유로 소음때문에 힘듭니다. 어제는 온라인 세미나를 카페에서 참여했어요. 다음 주가 되면 좀 나아지겠지요.


70대 이상의 노인들은 될 수 있으면 집에 있으라고 하는데 싫다고 해서 말이 많습니다. 생각해 보니 코로나로 인종혐오, 세대간 혐오, 우리가 표현하지 않았지만 바로 피부밑에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던 혐오들이 밖으로 나오는 군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은 대학이 (이 사람도 제가 근무하는 대학 수학과 교수입니다) 출장을 금지하기 바로 일주일 전에 모잠비크에 갔습니다. 일주일만 늦었어도 안가는 거였는데 하면서 빨리 표를 바꾸라고 했죠. 무려 한달간의 출장이었거든요. 스웨덴 국가 기관에서 아프리카 국가국들 교육 보조 하는 사업에 하나입니다. 지난 월요일에 표를 바꾸어서 오늘 오는 중입니다. 이틀 뒤에 표를 바꾸려 한 다른 스웨덴 사람은 가는 길이 없다고 하는 군요. 더 안정적인 곳일지는 몰라도 언제 집에 올지 모르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 끔직합니다.  


여기도 조금 사재기가 있습니다. 파스타 쌀 타이레놀 화장지. 제 친구 소피아는 정말 지난 일요일 집에 화장지가 동이나서 살려고 나갔더니 여러 곳을 다녀도 없다라, 그래서 이웃에 두개만 하고 부탁했다고. 화요일에도 못샀다는 친구. 그날 저희 동네에 수퍼에는 많이 있더라고요. 화장지 구했니 했더니 아니 없어 라는 친구한테 여기 있는데, 내가 사서 내일 출근할 때 가져가마 했죠. 그러면서 이렇게 내가 널 사랑한다니 하면서 서로 웃었습니다. 


며칠 전 아이들(선물이랑 안톤) 데리고 저녁먹으로 레스토랑을 갔는데 굉장히 인기있는 곳인데도 저희를 포함해서 6명이 다 였어요. 저희 눈앞에서 지금 경제가 다 찟어지고 있다고 표현한 기사가 생각나더군요. 


살짝 걱정된 일도 있었습니다. 제 국민학교 선생님 (어쩌면 아주 노인을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 사실 저보다 16살만 많아요) 한테 메일을 보냈는 데 답이 없으신 거에요. 꽤 오랫동안 건강이 안 좋으셨고, 몇년전에는 정말 큰일을 격으신 분이라, 그리고 메일 시대에는 늘 서로 답을 빨리 하던 사이라 걱정이 들더군요. 메일을 한장 더 보냈는데도 답이 없을 때에는요.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선생님한테 무슨 일이 생겨도 누구도 나한테 연락하지 않겠구나. 서로 만나는 사이가 아니라 메일로 관계를 유지하고 가족들과는 잘 모르는 사이니까요. 저한테는 중요한 사람이 죽은 뒤 몇년 뒤에서야 우연히 소식을 들었던 때가 생가났습니다. 그가 저한테 소중한 사람이었다는 건 그도 몰랐을 수도 있어요. 다행히 오일 뒤에 선생님으로 부터 답이 왔습니다.  


오늘 하늘은 정말 푸릅니다. 지금 막 제 약혼자한테서 연락이 왔습니다. 암스테르담이라고요. 공항내에 많은 곳이 닫았다고 하는 군요. 이 시간이 얼마나 길게 갈까요. 

다들 건강 조심하세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6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81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316
124063 이번 주 무빙 예고 [1] 라인하르트012 2023.08.21 251
124062 최신영화 관련영상들: 콘크리트 유토피아 엄태화X박찬욱 GV, 알쓸별잡 오펜하이머 크리스토퍼 놀란에게 이름을 음차하자 놀란 반응 상수 2023.08.20 349
124061 아이유 선공개 라이브곡 - 지구가 태양을 네 번(With 넬) 상수 2023.08.20 224
124060 오펜하이머, 대단하네요. 전 재밌었습니다. [4] S.S.S. 2023.08.20 631
124059 미션임파서블7 400만 돌파 감사 영상/13회 차 관람/ 씨네 21 평론 daviddain 2023.08.20 212
124058 [EIDF 2023] EBS 국제다큐영화제 [7] underground 2023.08.20 633
124057 프레임드 #527 [2] Lunagazer 2023.08.20 74
124056 [아마존프라임] 90년대풍 에로틱 스릴러의 향수, '딥 워터' 잡담입니다 [2] 로이배티 2023.08.20 304
124055 동시상영관 : 비뎀업 리메이크 작품들 [2] skelington 2023.08.20 123
124054 [왓챠바낭] 의도는 알겠는데... '고스트 버스터즈' 리부트 잡담입니다 [11] 로이배티 2023.08.20 558
124053 오펜하이머 사소한 거 [3] daviddain 2023.08.19 462
124052 프레임드 #526 [4] Lunagazer 2023.08.19 91
124051 킹스 퀘스트 5 [3] 돌도끼 2023.08.19 199
124050 이런 내용의 단편 영화를 아시는 분(우주인과 랜덤채팅을 하는 여자) [3] 하마사탕 2023.08.19 288
124049 [넷플릭스] 마스크걸, 아니 이거슨 또 무엇인고.....ㅎㅎㅎ [10] S.S.S. 2023.08.19 1016
124048 어제 미국에서 공개된 DC유니버스 첫 영화 블루비틀 티저 예고편 [2] 상수 2023.08.19 239
124047 오펜하이머 이동진 심층리뷰 상수 2023.08.19 516
124046 [왓챠바낭] 애매... 하군요. '미녀 삼총사3' 잡담입니다 [12] 로이배티 2023.08.19 432
124045 SF작가 심너울의 한국일보 칼럼 ‘익명성을 내버리자’ [2] 상수 2023.08.19 397
124044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 좋으셨나요. '나이츠 갬빗' [4] thoma 2023.08.19 28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