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작. 런닝타임은 1시간 57분이나 되구요.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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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호러 영화 포스터라지만 지금 짤 올리며 자세히 보니 넘나 불경하네요...)



 - 경찰 아저씨가 병원에서 자기 와이프랑 행복한 대화 중이에요. 방금 전에 어여쁜 아가를 무사히 세상에 내보내는 데 성공했거든요. 그런데 그때 아저씨를 급하게 찾는 연락이 오고, '금방 올게' 하고 아저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미친 간호사가 신생아실에 들어가 칼을 꺼내 들고는 아기들을 다 죽이고 자살합니다. 시작부터 험(...) 

 그리고 5년 후. 경찰 아저씨는 멘탈은 폐인이 되었지만 어쨌든 시니컬한 경찰 아저씨로 그럭저럭 목숨은 부지하고 있네요. 5년 전 사건의 충격으로 아내까지 자살해 버렸다는 걸 생각하면 참 힘들게 살아남으신 듯. 어쨌든 이번엔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합니다. 어린 아이들이 수십명이 죽었어요. 대체 이 황당하고 끔찍한 일은 또 무엇인가... 하며 심란해하는 아저씨 앞에 미국에서 왔다는 무슨 조사관이 등장하는데, 참 어이 없게도 초자연, 심령 현상 전문가랍니다. 심지어 전직 신부에요. 그리고 이 전직 신부님은 당연히 주인공에게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이야기를 좔좔 늘어 놓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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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러 영화 초반의 행복한 장면들은 그게 와닿으면 와닿을 수록 보기 난감하죠. 이 영화도 그런 원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 제목부터 참 직관적이잖아요? 벨제부스. 베엘제붑. 혹은 바알 신. 이름이 수십 가지가 넘지만 암튼 그 모든 이름들이 가리키는 건 수천년 전에 중동에서 여호와와 경쟁했던 라이벌 신이고. 결국 유대교가 살아남으면서 그냥 악마의 이름이 되었죠. 대충 '사탄'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 의미가 되어 버린 이름이고 그래서 이건 세상을 집어 삼키려는 사탄과 신의 성서 속 전쟁이 현대에 벌어진다는 식의 이야기입니다. 스케일 크죠? 그래봐야 결국 인생 포기 형사님과 전직 신부 콤비의 어깨에 지워질만한 스케일로 소박하게 전개될 건 뻔합니다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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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하자면 인류와 더 나아가 우주 전체를 지키는 지방 하위 공무원들의 이야기라 하겠습니다.)



 -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밌습니다. 특히 전반부가 좋아요. 걍 미친 놈들이 벌인 별개의 사건들로 보였던 것이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하나로 묶이고.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설명이 붙고. 처음엔 안 믿던 현실주의자 아저씨가 결국 상황을 받아들이게 되고. 그러면서 주먹이나 총으로는 해결 안 될 답 없는 싸움을 시작하게 되고... 뭐 이런 이 장르의 전형적인 전개입니다만. 그래도 벌어지는 사건들의 임팩트도 상당하고, 미쿡 싸람이 이 사건들이 영적인 존재와 관련 있다는 걸 증명하는 장면들도 하찮지만 옛날 영화 보는 듯한 재미가 있구요. 또 역시 전형적이지만 캐릭터도 잘 잡았죠. 끔찍한 일을 당한 후 세상 시니컬해진 아저씨가 상처를 극복하고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드라마가 배경에 깔리면서 몰입감을 주니까요.


 그런데 후반부는... 좀 당황스럽습니다. 처음엔 '이게 뭐꼬?' 라는 느낌이었는데 보다 보니 그것도 괜찮아요. ㅋㅋ 스포일러니까 자세히 말은 못 하겠고, 그냥 '어라 이제 엔딩인가?' 싶은 순간에 런닝타임은 대략 30여분이 더 남아 있고 그 동안 또 다른 오컬트 호러의 단골 소재 장면들이 펼쳐진다. 라고만 해두겠습니다. 좀 쌩뚱맞은데, 그냥 그 장면들이 괜찮아서 대충 납득하게 되는, 뭐 그런 전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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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와 자식을 이런 이야기에 툭 하니 던져 놓는 것도 참 익숙하기 짝이 없는 치트키죠. 크게 디테일 붙여주지 않아도 자동으로 몰입감 완성!)



 - 되게 뻔한 이야기입니다. 특히 헐리웃에서 세기말에 수도 없이 만들어댔던 이야기이고 이것 또한 디테일만 좀 다른 비슷한 이야기에요. 사실 사탄의 재림을 막으려 동분서주하는 일개 닝겐 몇 마리들 이야기가 달라져봐야 얼마나 달라질 수 있겠습니까. 중요한 건 비슷한 다른 이야기들과 차별화 해주는 디테일과 완성도겠죠.


 그리고 이 영화의 장점이자 차별화 포인트는 속도감과 막나감(...)입니다. 도입부 설명만 봐도 아시겠지만 이 영화의 보이지 않는 빌런들은 어린 아이들을 노려요. 그리고 하나하나 노리는 게 아니라 한 방에 여럿을 노리죠. 당연히 아주 끔찍하고 비극적인 이야기가 되겠습니다만, 영화는 그걸 빼거나 대충 넘기지 않고 가차 없이 착착 진행시킵니다. 아니 물론 수십명의 어린 아이들이 한 방에 죽어나가는 장면을 막 보여주는 파렴치함은 확실하게 피해갑니다만. 어쨌든 그런 일이 계속 벌어지고, 주인공들이 그걸 막지 못하는 식으로 초반이 흘러가는데 이런 건 정말 헐리웃이면 상상도 안 할 부분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어차피 지구 잡아 먹겠다는 사탄이 벌이는 일인데... 라고 생각하면 이 쪽이 이치에 맞죠. 


 후반부도 그렇습니다. 여기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되게 전형적인 오컬트 영화 소재들 엮음인데요. 역시나 헐리웃이라면 '이쯤 했으니 슬슬 접겠지' 싶은 장면에서 늘 조금씩 더 나갑니다. 정말 보면서 '아니 대체 어쩌려고 이러시나' 라는 생각을 몇 번을 했는데. 역시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쪽이 맞습니다. 명색이 사탄이라는 놈이 이름값 못하면서 하찮은 일 하나하나 주인공들에게 저지 당하는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뭐 결국 이 영화의 사탄도 그 하찮은 미물들에게 쉽게 태클이 걸리기는 마찬가지입니다만. 그래도 다른 영화들 대비 이 분은 할 만큼은 하십니다. ㅋㅋ 그리고 이렇게 비교적 강력한 사탄의 행동이 영화에 몰입감을 더해주는 효과를 불러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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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들이 그토록 험한 일을 당하는 영화지만 실제로 어린이들이 험한 일을 당하는 장면은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것이 21세기니까요.)



 - 그렇게 막 나가는 영화답게 전체적인 완성도가 그렇게 막 깔끔하진 않습니다. 빨리빨리 훅훅 흘러가는 전개 때문에 보는 동안엔 별 생각이 안 들지만 다 보고 나면 '아니 근데 왜 그렇게 돼 버린 거지?' 싶은 부분들이 여럿 떠오르고. 또 이야기 다 끝난 것같은 시점에 발동을 거는 그 후반부 전개도 워낙 화끈하게(...) 막 나가서 그렇지 상황 자체는 상당히 쌩뚱맞구요. 결말도 주인공들 드라마에 맞추느라 좀 많이 말이 안 되는 식으로 거칠게 콱! 하고 맺어 버려요. 또 딱히 성서 내용이나 이런 소재들을 깊이 파서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놓는다든가 그런 것도 없구요... 그렇습니다. 그렇긴 한데,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정통 오컬트인 데다가 점잔 빼지 않고 걍 하고픈 것들 다 하며 달리는 태도가 즐거워서 이런 단점들은 그냥 대충 묻어두고 즐기게 되더군요. 일단 저는 그랬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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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멕시칸 오컬트다!!! 라는 듯이 같은 장르의 헐리웃 작품들과는 조금씩 엇나가는 포인트들이 많아서 재밌었습니다.)



 - 다시 말 하지만 어린애들 갖고 막 끔찍한 장면을 보여주는 건 없어요. 그런 파렴치한 영화 아니구요. 하지만 소재가 그렇다 보니 이런 이야긴 난 못 보겠다... 라는 분들은 안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하지만 오컬트물 좋아하시고, 특히 중동 출신 신과 악마들이 현대인들을 장기말 삼아 우주의 운명을 놓고 배틀을 벌이는 이야기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 시도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장르 영화들이 사실 은근히 볼만한 완성도로 뽑혀 나오는 일이 드문데, 그 와중에 이 정도면 분명히 수작 반열에 넣어줘야 하지 않나 싶었어요. 거칠거칠한 완성도의 영화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 거칠함까지 대략 개성인 셈 치고 즐겼네요. ㅋㅋ

 긴가민가하며 선택했던 영화인데, 낮았던 기대치 덕인지 상당히 만족스럽게 잘 봤습니다. 끝.




 + 영화 중간에 등장 인물 한 명이 '근데 왜 이 놈들이 멕시코에서 난리임?'이라는 대사를 칩니다. 그렇죠. 생각해보면 좀 웃기긴 하고, 영화는 그에 대해 정말 대애충 한 마디로 넘겨 버립니다만. 그래도 그 질문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맘에 들었네요. 사실 그렇잖아요. 왜 사탄이고 재림 예수고 간에 자꾸만 미국 등 쌩뚱맞은 나라에만 나타나는 겁니까. ㅋㅋ 멕시코도 마찬가지구요.



 ++ 그리고 위의 의문 때문에 덩달아서 '터미네이터'가 생각났습니다. 그렇습니다. 알고 보면 오래 전부터 멕시코는 인류의 희망이자 메시아의 나라였던 것...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그러니까 5년 전 신생아실 사건, 그리고 현재에 벌어지는 어린이 학살 사건들은 모두 예수와 사도들의 재림을 막기 위한 악마 추종자들의 테러였습니다. 주인공의 아들도 사도 중 하나였던 것이고. 아마도 악마 추종자 놈들이 아주 정확한 정보는 얻을 수 없어서 대략 그 동네에서 그때쯤 태어난 애들을 몰살... 이런 식이었던 거죠. 

 그리고 초반에 마치 빌런인 것처럼 폼을 잡는 괴한이 하나 나오는데, 이 사람이 그 모든 학살 현장 근처에서 목격되었다는 얘기가 초반에 나오거든요. 근데 이 사람은 정반대로 사도들을 살리기 위해 근방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던 겁니다. 사탄과 추종자들의 음모에 맞서는 인류의 희망!!! 뭐 이런 조직이 나오고 거기 리더에요. 심지어 사탄에 맞서기 위해 사탄에게 영혼도 팔았습니다(...) 본인 설명으론 사탄을 추종하는 거랑 사탄과 거래를 하는 건 별개라나요. 죽고 나면 자기 영혼은 영원히 지옥불에서 타긴 하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해서 얻어낸 정보로 재림 예수는 살려내고 말겠다. 라는 살신 성인 아저씨였던 겁니다. ㅠㅜ


 암튼 그래서 당연히 아직 많이 어린 재림 예수 어린이가 나타납니다. 사탄 추종자들이 이 아이도 노리지만 살신 성인맨이 그 직전에 극적으로 구해내구요. 사건을 쫓던 주인공 형사님과 미쿡 아저씨도 단서를 추적하다가 결국 이들과 합류하게 되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워낙 말도 안 되고 무시무시한 일들을 잔뜩 겪어 버린 주인공들은 그 살신 성인맨의 말을 믿기로 하고 예수 어린이를 사탄 추종자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몰래 옮겨 버리기로 해요. 그게 어디냐! 면 미국이죠. ㅋㅋ 그래서 마약 밀매하는 놈들이 옛날에 사용했다는 지하 터널로 향합니다만.


 그 안에서 갑자기 주인공 형사님이 미쳐 날뛰기 시작합니다. 사실 그 전에 사탄을 만났을 때 '니 아내와 아들을 모두 살려주겠다'며 유혹하는 악마에게 이미 낚여서 조종 당하는 상태였던 것이고. 그 과정에서 선량한 사람들 몇 명을 잔인하게 죽여 버리기까지 하네요. 그런데 그 때 살인 성인 아저씨가 나서서 주인공을 제압하고는 엑소시즘 의식을 시도하는데... 결론만 말하자면 사람 몇이 더 죽고 실패하려는 순간에 극적으로 사탄을 주인공 몸에서 꺼내고 봉인해 버리는 데 성공합니다. 다만 이걸 모두 해 낸 아저씨는 죽겠죠.


 에필로그를 보면 미쿡 아저씨는 결국 다시 신부가 되었고. 바티칸의 높은 분들에게 재림 예수 어린이와 형사 이야기를 보고합니다. 철저히 보고 받아야 하기 때문에 어딨는진 니들한테도 못 알려주겠다. 하지만 애 엄마, 형사 아저씨와 함께 안전하게 잘 있다... 고 하구요. 사탄에게 몸 빼앗겼던 놈에게 이런 중요한 걸 맡길 수 있나? 라는 윗분들의 지적에 '가장 악한 존재를 받아들였고, 결국 쫓아냈기 때문에 이제 어지간한 악마들은 다 이겨낼 수 있는 적임자가 되었다' 같은 설득력이 없는 이야길 하네요. ㅋㅋ

 그러고 형사, 애 엄마와 재림 예수님이 차를 타고 황야를 달려 안전한 곳을 향하는, 마치 터미네이터 같은 느낌의 장면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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