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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에어컨이 싫어지신 분 있으실까요.

이런 폭염에 윌리스 캐리어 선생님을 어찌 기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만은, 저는 진짜 에어컨이 좀 힘들어지려고 하고 있습니다. 

회사에 오면 이 냉기에 감사하면서도 이래도 되나 싶은 그런 감정이 있죠... 프레온 가스로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PC 적인 죄책감도 갖고는 있지만 이건 진짜 부수적인 문제이고요. 

그냥 제 몸이 에어컨에 잘 안맞습니다. 그래서 여름에 계속 얇은 덮바를 챙겨다닙니다. 제작년부터였나? 회사에 들어가 있으면 정말 너무너무 추운 겁니다. 다들 이게 추운 게 아니라 시원하다고 느끼는건지ㅠ 

제가 땀이 많아서 옷이 땀에 젖은 채로 찬바람을 맞으면 그 때부터 몸이 냉동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대중교통이 저한테 쥐약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의 9호선을 타보신 분들은 아마 아실 겁니다. 에어컨을 강풍 모드로 엄청나게 틀어놔서 냉동육 체험을 하게 됩니다. 지하철이든 버스든 반팔만 입은 채로 타면 추위를 타기 때문에 전 무조건 얇은 점퍼를 입고 다닙니다. 회사에 들어와서도 계속 위에 하나는 걸치고 있습니다. 

제가 워낙 땀이 많아서 물에 젖은 티셔츠를 입고 회사나 대중교통에서 찬바람을 맞게 됩니다. 그래서 이제 에어컨이 싫어지려고 하고 있습니다.


제가 또 놀랬던 게, 에어컨의 바람이 의외로 피부를 건조시키더군요.

한번은 피부가 너무 푸석해진 겁니다. 왜 이러지 싶어서 로션을 열심히 발랐는데 트위터에서 누가 말하더군요. 

에어컨으로 건조해진 상황에서 로션만 열심히 바르면 유분 때문에 오히려 피부가 더 안좋아진다고... 그래서 요새는 스킨만 열심히 두들기고 있습니다.

옆에는 항상 가습기를 켜놓고 있구요. 사무실에 들어설 때마다 항상 두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李子益怒曰, 夏熱冬寒, 四時之常數也. 苟反是則爲恠異. 古聖人所制, 寒而裘暑而葛, 其備亦足矣. 又更營土室, 反寒爲燠, 是謂逆天令也. 人非蛇蟾, 冬伏窟穴, 不祥莫大焉. 紡績自有時, 何必於冬歟? 又春榮冬悴, 草木之常性, 苟反是亦乖物也. 養乖物爲不時之翫, 是奪天權也.
이자가 더욱 노해서 말했다.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운 것은 사계절의 한결같은 이치이다. 만일 이에 반하면 괴이한 일이 된다. 옛 성인이 만든 제도는 추우면 갖옷을 입고 더우면 베옷을 입도록 마련하였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또 다시 움집을 만들어서 추위를 더위로 돌린다면 이는 하늘의 질서를 거스르는 것이다. 사람은 뱀이나 두꺼비가 아닌데 겨울에 굴에 엎드려 지낸다는 것은 이보다 상서롭지 않은 것이 없다. 길쌈은 제 때가 있는데 하필 겨울에 하느냐? 또 봄에 꽃이 피고 겨울에 시드는 것은 초목의 한결같은 성질인데 만일 이에 반한다면 또한 철을 어긴 물건이다. 철을 어긴 물건을 길러서 때에 맞지 않게 즐긴다면 이는 하늘의 권리를 빼앗는 일이다.

<머슴들이 여름에 더워서 토굴을 파자 거기에 일침을 날린 이규보의 극혐 일화....>


제가 생각해도 좀 웃기고 이상한데, 전 약간 자연에 순응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래서 에어컨을 켜는 게 뭔가 반칙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선풍기까지는 오케이, 하지만 에어컨은 노노 이런 혼자만의 고집인거죠. 혼자 사니까 이런 얼빠진 고집을 부릴 수 있는 거긴 한데요 ㅋ

바람을 나오게 하는 건 자연의 이치를 따르는 거지만 공기를 차게 하는 건 뭔가 자연을 역행하는 그런 느낌이 있습니다.

심지어 얼마전까지는 선풍기도 집에 없었습니다. 에어컨은 있긴 한데 틀기는 너무 싫고, 그래서 부채질로 버티다가 진짜 도저히 안되겠더군요.

그래서 동네 시장에서 중고 선풍기를 6만원 주고 샀습니다... 약간 눈탱이 맞은 거긴 한데 신용카드로 산 거기도 하고 as도 받을 수 있겠거니 하고 그냥 흥정은 안했습니다.

어차피 할아버지 할머니가 운영하시는 작은 가게인데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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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선풍기 켜놓고 시원하게 잡니다. 매일밤마다 목숨을 걸고...


아마 올해 여름에는 집에서는 에어컨을 안 켤것 같습니다.

그냥.... 싫습니다... 어찌보면 저야말로 약간 극한의 오리지널 자연매니아 같은 건데요. 자연풍이 좋습니다. 에어컨 찬바람은 느낌이 너무 별로입니다.

그러면 분명히 이 오만불손한 것아 네가 땡볕에서 시달려봐야 윌리스 캐리어 선생님의 은혜를 깨닫겠구나 하실텐데요.

이건 정말 제 취향입니다... ㅠ 저는 에어컨 바람이 정말 안좋아요. 어느 정도 더위라면 차라리 덥고 맙니다. 

(올해 깨달은 건데 저는 땀은 많이 흘려도 더운 걸 그렇게 싫어하진 않더라구요)

그리고 에어컨 청소를 아직 안했습니다!!

전에 에어컨 청소를 사람 불러서 하는 거 보니까 와.... 시커먼 땟국물이 땟국물이...

그거 켜놓고 자면 저는 아마 수명이 얼마나 줄어들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겸사겸사 에어컨 안켜고 올 여름을 나보려합니다. 8월 한달 남았네요.


어차피 윤씨가 전국민한테 전기세로 삥뜯는 것도 괘씸해서요.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09937_36199.html



오늘 오전 10시 쿠팡 인천물류센터 4층, 내부 온도가 34도가 넘습니다.

습도는 58%, 노조는 바람이 통하지 않아 센터 안이 마치 습식 사우나 같다고 합니다.

노조가 측정한 다른 물류센터의 내부 온도, 새벽 3시에도 32도가 넘습니다.



육체노동하시는 분들은 조금 더 시원한 환경에서 에어컨의 덕을 많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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