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에 있는 16분짜리 단편 영화입니다. 스포일러는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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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미지의 내용이 전체의 절반쯤 되는 느낌이랄까... 뭐 그렇습니다.)


 - 아주 이상한 영화에요. 굉장히 이상한 영화인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감독이 데이빗 린치라는 걸 반영해서 다시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음... 그냥 데이빗 린치 답네요. 크게 이상하진 않습니다(?)

 데이빗 린치 영화를 보면서 '괴상하다!'는 느낌을 받으려면 '스트레이트 스토리' 같은 영화를 봐야겠죠. 이 영화는 린치 기준으로는 그냥 평범하게 괴상한 정도이니 평범한 영화인 걸로... 아 이게 뭔소리람.



 - 흑백 영화입니다. 배경은 카페(?)인데 테이블 하나랑 벽만 보여요. '잭'이라는 이름의 원숭이가 앉아서 커피를 시켜 놓고 기다리는데 데이빗 린치 본인이 연기하는 형사가 와서 마주보고 앉습니다. 그리고 다짜고짜 무례하게 맥락 없는 질문을 던지고, 그럼 '잭'이 답변을 하는데 그게 뭔소린지 잘 모르겠고, 그러면 또 형사가 추가 질문 내지는 반박을 하는데 그것도 뭔소린지 잘 모르겠... 그렇게 서로 앞뒤가 안 맞는 대화를 빡세게 나누다가 막판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갑작스럽게 마무리가 되죠. 뭔가 말이 되고 요약이 가능한 이야기를 바라면 안 되는 영화입니다.



 - 재밌는 점은 원숭이 '잭'의 연기입니다. 요즘식 cg를 전혀 쓰지 않고 있는데, 그러니까 그냥 원숭이 얼굴을 찍은 영상에다가, 입부분에만 대사에 맞는 입모양을 아주 거칠게 합성해 놨어요. 일부러 무성 영화 시절 흑백 영화들을 조명부터 필름의 질감까지 흉내낸 구식 비주얼과 잘 어울리는 효과이기도 합니다만 포인트는 그게 아니라... 그러니까 원숭이의 표정이나 몸짓, 시선 처리 같은 건 그래픽이 아니라 실제로 그냥 찍은 거란 말이죠. 그렇담 아마도 우리 린치 할배는... 원숭이에게 카메라를 들이대 놓고 오만가지 포즈와 표정, 시선, 움직임 같은 걸 와장창창 찍은 후에 본인이 쓴 대사에 맞는 장면들을 골라내서 편집했다... 라는 건데요. 이 영문을 알 수 없는 아이디어와 열정이 참말로 데이빗 린치답고 그렇습니다. ㅋㅋㅋ 막판의 급전개도 그래요. 어찌보면 되게 허탈한데, 린치 할배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낄낄대며 즐길 수도 있겠죠.



 - 아쉬운 점이라면... 잭과 형사의 대화가 (아무리 린치 영감님 영화라지만) 좀 이해가 안 가고 쌩뚱맞고 그래서 대사에서 재미를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아마도 번역하기 어려운 말장난 같은 걸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짐작만 해 봅니다만 영어 잘 못하는 동양 아저씨로서는 알 길이 없네요.



 -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무척이나 데이빗 린치스럽게 불가해한 분위기의 짧은 코믹극입니다. 뭐 대단한 신선함이나 재미를 바라기보단 그냥 린치 할배 취향을 오랜만에 아주 짧게라도 느껴보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는 작품이라는 느낌이구요. 린치 할배 팬이면 꼭 보시구요. 아니면 못 본척 하고 넘기시면 될 것 같습니다. ㅋㅋㅋ




 + 계속 할배 할배 거렸는데 검색을 해보니 고작(?) 65세네요. 아이리쉬맨을 보고 나니 이 정도면 그냥 청춘으로 느껴집니다. ㅋㅋ 아니 뭐 미쿡 나이로 하면 63이고 4년 전까진 50대였단 얘기잖아요. 오래오래 살면서 영화 좀 많이 뱉어놔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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