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안 오는 새벽의 무서운 이야기 5

2011.03.07 23:43

풀빛 조회 수:2667

아직 새벽은 아닙니다만...

이번 이야기는 그리 무섭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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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낡아 전세금이 딴 데보단 저렴한 아파트에 사는 20대 중반의 아가씨 이야깁니다.

요즘은 화재 대비를 위해 계단 문을 모두 닫아놓더라구요. 열어두면 벌금낸다고 합니다.

암튼 이 분 아파트도 마찬가지였구요.

 

계단 문 바로 앞에 엘리베이터가 있는데요, 자신은 건강관리를 위해 계단을 걸어서 올라간다고 합니다.

사는 곳은 맨 꼭대기에서 바로 아래층 15층인데요, 묵묵히 한 발자국씩 떼다보면 숨도 차오르고 집에 다왔을 때 머리도 상쾌해지고 좋다고 하네요.

 

그 날도 늘 하던대로 1층 계단 문을 열고 올라갔답니다.

좀 어둡고 추웠지만 조명이 있으니 그리 무섭진 않았데요.

지루하면 평소 전화 않던 이들에게 한 통화씩 날리기도 하구요.

전화를 하면서 올라가는데 10층인가 11층인가 바닥에 마네킹 팔이 하나 떨어져있더랍니다.

별 신경 안쓰고 계속 올라갔는데, 다음 층에도 마네킹 팔이 더 있더랍니다.

좀 신경이 쓰여서 전화를 끊고 약간 천천히 올라갔는데, 반층 올라가서 위를 봤더니 이번엔 마네킹 다리가 있더래요.

불길한 느낌이 들었지만 반층 더 올라가서 바닥에 놓여진 마네킹 다리를 안 보고 다시 반층을 올라왔대요.

그 상태에서 계단 문을 열면 밖으로 나갈 수 있는데, 괜히 이런 것에 겁먹은 자신이 우스워서 다시 약간 더 올라갔대요.

 

 

 

 

 

 

이번엔 가발이 있더랍니다.

요즘 가발 진짜 같잖아요. 정말 가슴이 덜컹했대요.

그래서 안 올라가고 좀 서 있다가 진정이 되자, 계단 손잡이를 잡고 몸을 내밀어 위층에 또 뭐가 있나 봤대요.

 

 

 

 

 

좀 어두워서 자세히는 안 보였지만 저 위에 마네킹이 목매달려 계단 손잡이에 걸려있더랍니다.

머리로는 마네킹이겠지 했지만 좀 멀고 어두워서 얼핏 사람같기도 하고 귀신같기도 해서 '으악'  비명지르고 뛰어내려가 계단 문을 열었답니다.

근데 열리지 않았데요.

게다가 위에서 뭔가 내려오는 소리도 들렸답니다.

너무 겁이 나서 그 다음 층으로 뛰어내려가 계단 문을 열었는데, 역시 열리지 않더래요.

 

 

 

 

 

이렇게 얼마간 정신이 좀 나간채로 내려갔는데 8층 정도인가 문이 약간 열려있더랍니다.

그래서 자기 말에 따르면 혼신의 힘을 다해 거의 빛의 속도로 문을 밀고 나올 수 있었답니다.

앞에는 밝은 엘리베이터가 있고 모자쓴 츄리닝 차림의 청년 한명이 서 있더래요.

그렇게 사람이 반가울 수가 없었답니다.

 

 

 

 

 

근데 나와보니 무서운 일 당했다고 하소연해야할지,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뭘 잘못 보고 이러지, 혼란스럽더랍니다.

암튼 남자가 있어서 안심도 되고 창피하기도 해서 그 남자를 약간 의식하고 있었답니다.   

엘리베이터가 올라와서 멈췄는데, 그 남자가 먼저 타선 맨 꼭대기층을 누르더랍니다.  

자신도 타고 15층에 도착하니깐 알고있던 같은 층 부부가 있어서 더 안심이 되고, 아주 반갑게 인사하고 집에 들어갔답니다.

 

 

 

 

 

 

 

며칠 뒤에 쓰레기 버리러가다가 그때의 아주머니를 만났는데요,

갑자기 자신을 잡아끌더니 그날 무슨 일 없었냐고 요즘 이상한 사람 많다고 조심하라고 마구 그러더랍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그날 그 부부가 15층에서 엘리베이터 기다리는데, 16층에서 내려온 엘리베이터 안에 그 남자가 그대로 있더라는 겁니다.

좀 이상한 느김이 들었지만 부부라 두 사람이기도 하고 좀 걱정않고 탔는데, 뒤에서 그 남자가 자꾸 혼잣말을 하더래요.

좀 정신이 이상한 사람 같다며 조심하라고 하더랍니다.

뭔 소린진 모르지만 이렇게 말하더래요.

 "아깝다, 아까워. 한 층만 더 올라오지... 씨, 한 층만 더 올라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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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무서워도 리플을 남기시면, 다음 글은 더 빨리 올라올 순 있습니다...

쓰다보니 길어졌네요. 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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