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자려구 하는데 밑에 무서운 이야기가 나와서 잠깐...

제가 대학 때 기숙사 생활을 좀 했는데

어느날 기숙사의 친구 방에서 다른 과 학생들과 술을 마셨어요.

엄청 마셨어요. 다른 과 놈들과 마시다 보니

같잖은 자존심에 불을 당겨서 폭탄주를 너한잔 나한잔 하면서 마시다가

어느 순간 필름이 딱 끊겼습니다.

 

타는 듯한 목마름에 눈을 떴는데 제가 침대에 누워 있더라구요.

머리는 깨지는 것 같고 온 몸이 얻어맞은 것처럼 엉망이었어요.

그래서 룸메이트한테 물 좀 달라고 하려고 고개를 들어 봤더니...

으스름한 달빛에 비친 내 룸메이트 침대에 첨 보는 사람 둘이 엉켜붙어

자고 있는 거예요. 아니 저 놈들이 왜 우리 방에 와서 자고 있지?

술이 덜 깬 와중에 이 상황이 뭔가 이해가 안 되고 기분도 안좋더라구요.

 

그래서 간신히 이불을 젖히고 비틀거리면서 일어났어요.

일단 밖으로 나가 룸메이트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듬더듬 문으로 가서 문고리를 잡는데 아니 글쎄... 문고리가

안 잡히는 거예요. 어, 어디있지? 여기있던 문고리가...

있어야 할 것이 없으니까 갑자기 소름이 쫙 끼치더라구요.

왜 여기 문고리가 없는 거지? 왜 문고리가 없는 걸까. 왜? 왜?

문쪽은 컴컴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서 계속 손으로 더듬

거리며 허우적대는데 바로 그때 뒤에서 부시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룸메이트 침대에 누워있던 두 놈중

한 놈이 이불을 젖히고 서서히 일어나는 겁니다.

딱 돌아봤더니 머리가 거의 산발이 돼서 부시시 일어나는데 뭔가 정신을

못 차린 듯 두리번거리더라구요.

저는 거의 혼이 나가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거의 손톱으로 긁듯이

허우적거리며 문고리를 찾다찾다 못 찾고 끝내 주저앉았습니다.

그때 그 놈이 제게 말하더군요.

"나가시게요?"

그러면서 침대에서 나와 제 왼쪽에 달린 문고리를

돌려서 문을 열어주었어요.

 

 간단히 말하면 제가 술에 취해서 방을 잘못 찾아들어갔는데

하필 복도 건너편 방이라 우리방하고 구조가 정반대여서

문고리도 반대로 달려 있었던 겁니다.

전 그것도 모르고 계속 오른쪽 문고리를 찾고 있었던 거구요.

완전히 코미디 같은 상황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정말 평생 기억에 남을 만큼 소름이 끼쳤답니다.

 

이런 썰렁한 이야기를... 밤 늦게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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