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생활 반경이 처가 근처에 머물다보니 처제네 식구와도 가깝게 지냈습니다. 아이들도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같이 어울려 친구처럼 많이 놀았죠. 저희 식구가 나이도 많고 손위다보니 처제네는 저희에게 존대하고 저희는 처제네에게 말을 놓고 지냈습니다. 와이프도 제부와는 동생의 연애시절부터 워낙 오래 보고 살아서 편하게 지내죠. 함부로 대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평소에 존대하진 않습니다.

몇년을 그렇게 지냈는데 얼마 전 제가 처제와 통화하는 걸 들으신 아버지께서 노발대발 하시네요. 형부가 처제에게, 처형이 제부에게 말을 놓는 건 말도 안되고 예의 없는 짓이라고요. 아무리 세월이 변해도 이건 변할 수 없는 거라며 지금이라도 당장 말을 높이고 와이프에게도 제대로 가르치라는 겁니다.

근데 이게 사실 좀 민감합니다. 이게 사위는 처가에서 백년손님이고 처제와는 남이라는 옛생각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는데다 듣기에 따라서는 지금처럼 지내는 걸 가까이에서 보면서도 아무런 터치를 안하신 처가 어르신들을 상대로 당신들은 애들을 예의없게 키우셨소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으니까요. 이런 우려를 전달했지만 이건 명백하게 옳고 그름의 문제이므로 그쪽이 틀렸다고 얘기해도 된다고 생각하시니 난감하네요. 예전처럼 처가 식구 평생에 몇 번 볼까 말까 하는 시대도 아니고 지금같은 시대면 이게 뭐 굳이 잘못된 것도 아니지 않나 싶은데 생각보다 훨씬 진지한 문제로 받아들이시는군요. 남들이 보면 가정교육 잘못받은 것들로 보인다는. 그렇다고 원하시는대로 지내자니 그렇게나 어려운 사이면 지금처럼 어울리면서 서로 애도 맡기고 지내는 게 더 말도 안되지 않나 싶고.

뭐 일년에 몇 번 같이 만나지도 않으니 보시는 앞에서 연기를 하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겠습니다만... 가끔씩 이런 문제로 분위기를 싸하게 만드시니 맘이 무겁습니다. 저도 아이를 키워보면서 저를 키워놓으신 부모님들께 지금이라도 더 잘해드리고 말도 잘 듣고 싶습니다만 가치관이 너무나 다른 문제를 여럿 만나니 그것도 쉽지 않군요. 진짜 누구 말처럼 몇 번 화끈하게 부딪치고 그분들이 적당히 포기하게 만드실 수밖에 없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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