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그닥 대중화되지 않은 것 같지만, 얼마전에 친척집에 놀러가니 오델로 게임이 있더군요. 윈도우에서는 리버시 라는 이름으로 깔아놓은 게임이죠. 이게 한 수 둘 때마다 돌들을 뒤집어줘야해서 사실 손으로 하기엔 귀찮은 게임입니다. 정확도도 떨어지고요. 그래서 대중화가 안된건지도 모르겠어요. 하여간에.

 

그 게임을 예전 PC통신 시절에 좀 하다가 말았습니다. 그땐 동호회가 있어서 같이 할 상대도 많았고 고수들도 많아서 많이 배웠어요. 그때 경험으로 지금 컴퓨터랑 둬보면 초보 수준 정도는 이깁니다. 근데 문제는 제가 왜 이기는지를 모른다는 거. 누가 가르쳐달라고 해도 룰을 가르쳐줄 수 있을 뿐, 잘 두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 "공식" 이나 "공략법"을 설명을 못하겠습니다. 그냥 두다 보면 그렇게 될 뿐이죠. 그러니 남들처럼 상대방의 수를 3~4수 앞서 예상하고 두는 건 먼 나라 이야기. "지금 거기에 왜 둔거야?" 라고 물으면 대답 궁색.

 

더 단순한 게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폰으로 한창 unblock me 게임(바를 상하 혹은 좌우로 움직여 치우고 특정 바를 출구로 탈출시키는 게임)을 하고 있는데, 그닥 잘 하지도 못하지만, 근 80판을 깨면서도 이 게임의 "공략법"을 모르겠습니다. 그냥 가능한 이동을 이리 저리 하다보면 출구가 열리는 수준이고, 전체 그림을 보고서 "흐음.. 이걸 이리 저리 옮겨서 빼면 되겠군" 이라는 전략은 절대 못짜요.

 

생각해보니 예전에 한창 게임 많이 할 때도 젤 먼저 찾은게 "공략집" 이었네요. 대항해시대를 하면서도 "어디에서 뭐 사서 어디에 팔면 많이 남아서 초기자본 벌 수 있음." 같은 기초정보는 제가 탐험하기보다는 그냥 남들이 써놓은 매뉴얼을 봤고, 삼국지도 "언제 어느 지역에서 인재 탐색하면 누구 나옴" "전쟁할 때 이리이리 움직이면 내 타격 최소화하고 상대방만 잡을 수 있음" 이런걸 공부했달까요.

 

그냥 게임일 뿐인데 생각없이 할 수도 있지만... 생각해보면 "매뉴얼 보면서 천천히 할 수 없다"는 점이 제가 스타크래프트를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인 것 같기도 해서 문득 "이 게임 깨려면 뭘 제일 먼저 해야함, 뭘 절대 하면 안됨" 등의 공식을 도출하는 선구자들이 부러워진 출근길이었습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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