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10 22:07
1. 블랙스완
친구놈과 같이 봤습니다. 영화 시작 30분 후부터 열심히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던 제 친구는 영화 끝나고 여자들이 재밌다고
추천해 준 영화는 역시 재미없다며 여동생을 헐뜯었습니다.
옆에 있던 젊은 아낙은 잘생긴 남친에게 어때 생각보다 재밌지? 라고 물었고 남친은 뻘쭘한 얼굴로 끄덕끄덕
관객수가 100만이 넘은 것 같던데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어쩌다 두번 보게 된 영화라 두번째 볼 때는 이것저것 잡생각을 많이 하면서 보게 되더군요
포트먼의 환상장면은 여러가지로 환상임을 나타내는 앵글을 많이 잡았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나이트에서 약 먹은 이후 택시타고 밀라 쿠니스와 집까지 같이 오는 장면같은 건데 리버스앵글에선 밀라쿠니스 쪽으로
시선이 없죠, 뭐 기본적인 테크닉이니 테크닉과시는 아닐꺼고, 마지막 공연피날레의 환상과 실제의 경계를 명확히 하기 위한 설정이었겠죠
처음 볼 때도 촬영에 감탄을 금치 못햇지만 다시 보니 정말,
촬영하는 지인에게 인물을 쫓는 핸디헬드의 완벽함은 어떤 경로로 탄생하느냐라는 질문을 던지면 보통 체력이라고 얘기하면서
리허설 몇 번 하면서 촬영과 배우간의 어느정도 동선만 맞춰지면 외국영화의 훌륭한 핸디헬드촬영도 충분히 나도 할 수 있다라는 답이 나오는데
이 영화를 보면 무슨 말을 할까요
배우들에 대해선 뭐 말 할게 없겠죠, 역시 배우를 꼬실려면 육체적으로 연기한다는 느낌이 팍팍드는 걸로 꼬셔야 한다는 걸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극장에서 영화 시카고를 보면서 느꼈던 기분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참 8000원 내고 좋은 눈구경하다 가는구나
2. 골든 슬럼버
일본영화!! 이 저주받은 변태내러티브같으니라구
왜 일본영화계에서 구로자와 아끼라가 나왔던 걸까요? 그만 없엇어도 일본영화라는 것에 대해 애초부터 기대를 안했을텐데
일본영화 개방이전 구로자와 아끼라, 이와이 슈윤지, 이마무라 쇼헤이, 오즈 야스지로, 미야자키 하야오, 기타노 타케시 같은 사람들 영화만 볼 때만 해도
정말 넘사벽같았던 일본영화였는데 개방이후 동시대의 일본흥행영화들이란 걸 보게 되면서 정말 울고 싶어지더군요
뭐 내용설명할 필요도 없고 처음 친구와 차에서 만나 암살이네 총리대신이네 하고 떠들때부터 알아봤지만 타케우치 유코 기다리면서 봐 줬는데
그놈의 연쇄살인마가 등장하며 주인공 구해줄 때부터 주먹을 화면에 날려습니다.
요즘 일본영화인들은 왜 항상 비이성적이며 비현실적인 무엇을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세계에 등장시키면서 벌어지는 자극을 이렇게도 좋아하는 걸까요
그게 헐리우드에 대항하는 유일한 방식인건가요. 이 영화적 변태들같으니
3. 마지막 한 걸음까지
베리드나 127시간같은 리얼영화들의 뒤를 이어 최근 에드해리스와 콜린 패럴 나오는 리얼 시베리아수용소 탈출영화가 개봉한다고 하길래 아 예전에 비슷한 영화가
있었는데 하면서 떠올린 영화입니다.
독일영화인데 독일군 장교(?)가 소련군에게 잡혀서 몇년간 수용소에서 노동하다가 탈출해 정말 엄청난 고생을 한 끝에 몇년만에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입니다.
2000년인가 2001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완성도는 60년대 영화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단순히 후지다는 뜻입니다.
영화의 외형상 그래도 꽤 대작인데 연출이 많이 허술하죠, 특히 소련군 악당은 정말 최악입니다.
하지만 실제 이야기가 주는 엄청난 리얼함 때문에 잊을 수 없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특히 수용소 탈출해서 도망다니다 배고파 죽을 뻔 하다 바다표범(?)잡아먹는 장면은 여명의 눈동자에서 뱀먹는 최대치 이후 최고의 장면이죠
앞에 애기한 헐리우드 영화가 이 영화의 리메이크는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비슷한 이야기인만큼 이번에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줬으면 합니다.
2011.03.10 22:14
2011.03.10 22:16
2011.03.11 00:29
2011.03.11 00:40
그리고 그 원작을 지은 이사카 코타로가 주로 어떤 얘기를 즐겨하는지도 마찬가지구요.
거대 권력에 맞서는 개인은 그가 즐겨찾는 소재고 등장하는 연쇄살인범도 원작에선 변태스럽기보단 그런 영역으로 접근됩니다.
물론 영화는 저도 무척 실망했습니다만 원작은 그럭 저럭 읽어볼만합니다.
그리고 그의 최대 강점인 구성력은 이 작품의 아주 중요한 관람포인트죠. 그게 영화상에선 좀 약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