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요새의 세 악인 / 주정뱅이 천사

2010.07.05 10:44

GREY 조회 수:2601

1. 지난 해 아트시네마에서 란 상영할 때  변영주 감독이 군중씬이 부럽다고 했는데

 

숨은 요새에서도 도입부에 나오죠. 수많은 포로들 틈에 다헤이와 마타키시가 만나는 게

 

정말  스타워즈 4와 닮았더군요. 다헤이 역 배우는 다른 구로사와 영화에서 점잖은 장군 스타일로 

 

나오시더니 여기선 최강의 코믹 연기를 ㅋ 하지만 정말 웃겼던 건 유키 공주였어요.

 

아무리 안하무인의 공주라지만 말투가 그게 뭐에요 ㅋㅋㅋ 잔뜩 하이톤이라 대사 치다가

 

숨이 가쁘지 않을까 걱정이 다 되더군요. 레아 공주도 이상한 머리에 불편한 원피스 입히지 말고

 

이런 스타일이었으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아요.

 

2. 주정뱅이 천사는 액션은 없지만 미후네 도시로와 시무라 다카시가 구로사와 영화에서 처음 같이 나온 

 

사실 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  저 해골바가지가 미후네 도시로라니

 

도무지 상상이 안 가는 데 자꾸 보니 얼굴 윤곽이 있더군요. 전후 시절이라 영양이 부족해서 그런지

 

폐병 환자 연기하느라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볼이 쏙 들어간 창백한 미소년 타입의 미후네 도시로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시무라 다카시는 아직 현명한 노인 풍의 연기가 몸에 덜밴듯 조금  딱딱하네요.

 

두 배우와 구로사와의 만남이 50-60년대 구로사와 월드를 만들어갈 초석이 된 거겠죠.

 

3. 주정뱅이 천사에는 오물로 가득한 늪이 나오는데 여기서 두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이키루에는 늪은 아니지만 동네 골치거리인 웅덩이가 등장하는데 이 웅덩이는 혹시

 

전쟁시 폭격으로 생긴 게 방치된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 전후가 어렵고

 

혼란스럽다보니 늪이든 웅덩이든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거죠. 아마도 식량 부족

 

때문인지 주정뱅이 천사에는 금주법도 등장하죠. 덕분에 시무라 다카시 선생은 술을 직접 만들고요.

 

미군은 등장하지 않지만 한국 기지촌 풍경과도 많이 닮아있습니다. 그래선지 신상옥의 지옥화도

 

생각났습니다.  미후네 도시로가 늪에 꽃을 던지는 장면, 마지막 결투장면에서도 그렇고요.

 

 신상옥은 비슷한 또래인 구로사와가 세계적 거장이 되어가는 걸 보면서 라이벌 의식을 가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4. 일본 문화의 장점 중 하나는 서사가 참 풍부하다는 것이라고 봅니다.

 

역사자체가 복잡하고 겐페이 전쟁이나 센코쿠 시대 애기만 가지고도

 

엄청난 이야기들이 나오고 거기에 현대로 오면 메이지 유신에  2차대전까지

 

 있고요. 사사키 사부로의 대공의 사무라이를 봐도 재밌고 내용이 풍부합니다.

 

이러니 영화든 만화든 이야기 거리가 많고 현실감이 강해질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헤이안 시대부터 자기 문자를 갖고 기록과 창작을 했다는 거겠죠.

 

한국에서 한문은 외국어다 보니 다루기 어렵고 그래서 필요한 공식적 기록을 남기는 데

 

주로 쓰이고 이야기를 만드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5. 영상자료원은 현장예매가 가능하다고 하네요. 무려 일주일치나~

 

그래선지 좀 일찍 갔는데도 좋은 자리가 없어서 잠시 좌절했는데 마침 앞쪽 c열에 자리가 남아서

 

c8이라고 했더니 직원분이 흠칫하시더군요. 본의 아니게 오인받을 행동을 했어요 - -;

 

그런데 예매하신 분들은 제대로 왔으면 좋겠어요, 좋은 자리들이 상당 수 그대로 남았더군요

 

에고~ 아까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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