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고통을 상상하는 능력'

2011.03.17 16:25

빠삐용 조회 수:3163

오늘자 반디앤루니스 책소개 메일 제목이 저거더군요.


수잔 손택의 '타인의 고통'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책들을 묶어 소개했더라고요.

책 소개를 보니 읽고 싶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타인의 고통에 연민을 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타인의 고통'을 쓰고 있을 때 손택은 이런 궁금증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시청자들은 잔인하게 묘사된 폭력에 익숙해져 버린 걸까? 매일같이 쏟아지는 이런 이미지 때문에 현실 인식이 손상된 걸까?” 

손택은 스스로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 고통의 재현물, 예컨대 전쟁이나 참화를 찍은 사진들을 볼 때 사람들이 어떤 태도를 

취해 왔는지 분석해 본다. 


손택의 지적에 따르면, “고통을 둘러싼 도상학은 기나긴 족보를 갖고 있다.” 특히 재현되어야 할 가치가 있다고 간주되는 고통은 

신이나 인간의 분노가 낳은 것이라고 이해되는 고통이었다. 이런 고통의 재현물(예컨대 고문당하는 순교자나 박해받는 예수)은 

뭔가 교훈을 주거나 본보기를 보이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고통받는 육체가 찍힌 사진을 보려는 욕망은 나체가 찍힌 사

진을 보려는 욕망만큼이나 격렬한 것”이었고, 이런 욕망은 얼마 안가 “사람들은 원래 소름끼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을 

타고났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기에 이르렀다. “‘끔찍함 terribilit’ 속에 매력적인 아름다움이 놓여 있다” “숭고하거나 장엄하며, 

그도 아니면 비극적인 형태로 아름다움을 담고 있으니, 유혈 낭자한 전투 장면도 아름다울 수 있다” 등등의 주장이 나오게 된 것

도 바로 이런 욕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런 사고방식 안에서는 고통의 재현물이 더 이상 교훈이나 본보기 구실을 하지 못한다. 단지 “병적일 만큼 음란한 정신 상태”의 

시각적 등가물이 될 뿐. 현대에 들어와 극한의 상태에서 발생한 현실의 고통을 담은 이미지가 일종의 ‘포르노그라피’가 되어버리

고, 이런 이미지를 보는 행위가 (의도했든 안 했든) 일종의 관음증이 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더군다나, 날이면 날마다 끊임

없이 폭력의 이미지가 쏟아져 나오는 현대 사회에 들어와 이미지의 성격 자체는 사람들의 “신경을 거슬리고, 소란을 불러 일으켜

야 하며,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드는 쪽으로 뒤바뀌어 버렸다. 


“쉴새없이 이미지가 자신을 드러내는 상황, 한줌의 이미지들이 반복해서 자신을 과잉 노출하는 이 상황을 그밖에 다른 어떤 방법

으로 돌파할 수 있겠는가?”라고 손택은 반문한다. 이렇듯 이미지 자체가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갈수록 자극적인 요소들을 요구하

게 되면 이미지들은 타인의 고통을 재료로 사용할 수밖에 없으며, 그에 따라 타인의 고통은 “소비를 자극하는 주된 요소이자 가치

의 원천”이 된다. 바야흐로 오늘날의 문화에서는 이미지가 스펙터클이 되어버린 셈이다. 


손택은 프랑스의 철학자 베이유와 영국의 소설가 울프를 좇아서 이렇게 얘기한다. “폭력을 당하게 되면 그 사람은 숨을 쉬는 생생

한 인간에서 사물로 변형되어 버린다”고, 즉 “인간을 하나의 개인으로서, 인류로서 구별케 해줄 수 있는 바가 잔인하게 파괴되어 

버린다”고. 이 말은 타인의 고통을 담은 이미지에도 들어맞는다. 타인의 고통을 보여주는 어마어마한 양의 이미지가 쏟아지면 사람

들은 이런 고통 자체에 점점 더 무감각해진다. “한번 충격을 줬다가 이내 분노를 일으키게 만드는 종류의 이미지가 넘쳐날수록, 우

리는 반응 능력을 잃어가게 된다. 연민이 극한에 다다르면 결국 무감각에 빠지기 마련”인 것이다. 


따라서 손택은 이렇게 주장한다. 연민은 쉽사리 우리의 무능력함뿐만 아니라 우리의 무고함(“우리가 저지른 일이 아니다”)까지 증

명해 주는 알리바이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타인의 고통에 연민을 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오히려 그런 고통을 쳐다볼 수 있

는 우리의 특권이 그들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숙고해 보는 것,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나 잔혹한 이

미지를 보고 가지게 된 두려움을 극복해 우리의 무감각함을 떨쳐내는 것, 그래서 전쟁과 악랄한 정치에 둘러싸인 채 타인에게 연민

만을 베풀기를 그만둔다는 것, 바로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과제라고.



http://www.bandinlunis.com/front/product/detailProduct.do?prodId=2352621

여기에서 쓱쓱 퍼온 출판사 리뷰입니다. 


여러가지로 생각해 볼만한 책인 거 같은데, 사는 것과 도서관에서 빌리는 것 중 어느 쪽이 제가 그나마 제대로 읽을 가능성이 있는가...

하면 역시 도서관 쪽이라는 슬픈 결론이...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사면 콜렉션 될 뿐")


잡힌 물고기에게는 먹이를 주지 않는 이 나쁜 버릇을 고쳐야 할 텐데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43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02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040
104491 레드 라이딩 후드 보신 분 계신가요? 어떻던가요? [13] Niea7 2011.03.17 2184
104490 [기사] 안기부 X파일 보도기자 유죄 확정. [3] mithrandir 2011.03.17 1289
104489 NC, 73억원 일본에 기부 [7] 고독이 2011.03.17 2635
104488 듀게 여성동지들의 연애 관련글을 보다 보면 느끼는게.. [16] 불별 2011.03.17 4091
104487 오랜만에 지뢰찾기를 했어요. [7] at the most 2011.03.17 1567
104486 킹스스피치 봤어요(스포 있을지 모르지만 스포가 있는 영화인지 ^^) [1] 감동 2011.03.17 1388
104485 디비디/블루레이 시청시 서플먼트는 다 보시는지요. [14] 올랭 2011.03.17 1160
104484 백수남편에 대한 푸념.. [16] Eun 2011.03.17 5466
104483 땅 좁은 나라에서 원전 짓는 일은 엄청나게 큰 도박일지도 모르겠군요.. [3] windlike 2011.03.17 1571
104482 멋있는 애니메이션 [1] 가끔영화 2011.03.17 1140
104481 제가 커뮤니티 생활하면서 받은 골 때리는 쪽지. [11] 자본주의의돼지 2011.03.17 3040
» '타인의 고통을 상상하는 능력' [9] 빠삐용 2011.03.17 3163
104479 이래서 마음 먹은 일은 바로바로 해야 [1] 가드너 2011.03.17 1214
104478 "우리는 가난하지만 어려움에 빠진 일본인들을 도울 마음은 부자예요." 프레데릭 2011.03.17 1249
104477 스마트폰 때문에 더 피곤하다고 느낀 적 없으신가요? [11] 눈이내리면 2011.03.17 2627
104476 지진 사진 [2] 가끔영화 2011.03.17 1709
104475 요리강좌에서 생긴 일 [6] 아이리스 2011.03.17 2392
104474 2011년 롯데, LG 한국시리즈 맞대결 할듯 [12] 달빛처럼 2011.03.17 1900
104473 수목드라마 뭘 보시나요? [6] 안녕핫세요 2011.03.17 1703
104472 뒤바리 부인 [1] 감자쥬스 2011.03.17 233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