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42분이고 장르는 호러에요.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포스터 참 맘에 들어요. 영화 내용, 분위기랑도 잘 맞구요.)



 - 배경은 1918년이고 우리의 주인공은 어느 외딴 시골 농장에 살고 있는 젊은이, '펄'이에요. 아빠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전신 마비 상태로 가족의 짐짝이 되어 있고, 엄마는 본인의 한 많은 인생 때문에 딸에게 야멸차고 매정하게만 대하지만. 그리고 이 시궁창에서 벗어나리라 꿈과 희망을 걸었던 남편 하워드는 전쟁 통에 유럽에 끌려가 있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펄에겐 꿈이 있거든요. 언젠간 멋진 댄서가 되어서 이 집을 벗어나 미국 전역을 누비며 신기한 체험도 많이 하며 폼나고 화려하게 살게 되리라는 꿈. 그래서 농장의 동물들에게 디즈니 공주처럼 말을 걸며 쇼를 하구요. 연못에는 남 몰래 귀여운 동물 친구도 하나 키우고 있구요. 가끔씩은 엄마 심부름으로 마을에 나가 생활비 좀 삥땅쳐서 극장도 가고. 그러면서 힘차게 잘 삽니다.

 하지만 뭐 장르가 호러이기도 하고. 또 도입부에서부터 허걱스런 장면이 하나 있기도 하고. 이 이야기가 이대로 흘러갈 리는 없겠죠.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미아 고스라는 배우의 개성 있는 마스크를)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굉장히 잘 활용하며 살려낸 경우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며 봤는데, 각본을 감독과 함께 썼더라구요?)



 - 좀 웃기는 경웁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 영화는 같은 감독이 같은 해에 내놓은 영화 '엑스'의 프리퀄이에요. 그리고 그 본편이 아주아주 높은 평가를 받아서 한국의 호러 팬들을 설레게 했구요. 하지만 그 '엑스'는 극장 개봉은 커녕 vod 출시도 안 되고 있는 상태에서 쌩뚱맞게 나중에 나온 프리퀄이 먼저 vod로 출시가 되어 버린 겁니다. ㅋㅋ 아 진짜 이번 '이블데드 라이즈'가 극장에 걸리지도 못한 것도 그렇고, 한국은 호러 영화의 불모지가 맞는 듯.

 암튼 그래서 '본편도 못 봤는데 프리퀄부터 볼 순 없다'고 애써 외면하고 있었는데, 어제 올레티비를 켜 보니 영문을 알 수 없게 영화 구매용 포인트 1만원 어치가 선물로 들어와 있지 뭡니까. 그래서 그냥 봐 버렸습니다. 언제 나올지도 모를 본편 기다리기도 난감하니 볼 수 있는 거라도 먼저 봐야죠. 뭐 어쩌겠습니까. ㅠㅜ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안녕하세요. 클락 켄트라고 합니다?)



 - 그러니까 저 도입부 설명을 보면 꼭 옛날 옛적 '씩씩한 농장 아가씨'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명랑 무비 같은 느낌이잖습니까. 혹은 뭐 진지한 멜로 드라마 같은 게 될 수도 있겠구요. 그리고 영화는 정말 그런 옛날 영화들 흉내에 진심입니다. 비현실적으로 예쁜 색감의 그림들이 자주 나오고, 주인공의 환상이 반영된 건지 그냥 실제인지 모를 어여쁘고 귀여운 장면도 많이 나오구요. 배우들의 연기나 미장센 같은 것도 '헐리웃 고전 시네마'의 느낌적인 느낌을 흉내내는 부분들이 많아요. 그냥 이게 이 감독 특기 중 하나이기도 하죠. 예전에도 비슷한 시도를 몇 번 했던 걸로 기억해요.


 그리고 도입부에서 우리의 펄은 정말 디즈니 공주님 흉내까지 냅니다. 당연히 은근슬쩍 스멀스멀 웃기구요. 하지만 장르가 장르이니 노림수는 뻔한 것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귀엽고 발랄한 느낌에다가 음산하고 위험한 분위기를 슬쩍슬쩍 섞어 넣다가 언젠간 '펑!!' 하고 터지겠죠. 게다가 먼저 적었듯이 시작부터 주인공이 황당한 짓 한 번을 해서 '사실 전 멘탈 헬스에 문제가 아주 많은 사람이랍니다' 라고 대놓고 알려주기도 하구요. 그러니 딱히 놀랍거나 신선하거나 그럴 부분은 없습니다. 감독도 특별히 그렇게 보이려고 애를 쓰지도 않구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대충 이런 느낌으로 예쁘장한 가운데)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이런 식으로 불쾌하고 기이한 느낌을 섞는다... 라고 보시면 됩니다.)



 - 그렇게 신선함이나 놀라움 같은 건 저 멀리 치워 버린 대신에, 퀄리티가 좋습니다. 진짜 옛날 영화같단 느낌까진 안 들어도 암튼 그런 느낌은 낭낭하구요. 미아 고스를 비롯해서 배우들의 연기도 좋구요. 이야기는 전형적인 대신에 구색을 맞춰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도시에서 펄을 유혹하는 '보헤미안' 남성 캐릭터나 악의 없이 살벌하게 펄을 압박하는 엄마 캐릭터나, 다들 나타내는 바가 명백하면서도 이야기에 잘 어울리게 배치되어 효율적으로 잘 쓰입니다. 


 상당히 느긋하게 전개되는 이야기이지만 초장에 펄의 똘끼를 선명하게 보여준 덕에 늘 긴장감을 깔고 심심하지 않게 흘러가구요. 중간중간 포인트가 될만한 이벤트들을 짤막하게 넣어주는 센스도 좋구요. 다짜고짜 와다다 달리는 호러가 아니라는 걸 미리 알고 기대치를 맞춰서 본다면 딱히 심심할 틈은 없을 겁니다. 게다가 이제 본격적으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하면 그런 장면들(?)도 임팩트 있게 잘 연출되었구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어쨌든 예쁘게 잘 찍은 장면들이 나름 적절한 은유와 상징을 담고 펼쳐지구요.)



 - 뭣보다 제목에 주인공 이름을 박아 넣은 영화답게 캐릭터를 잘 만들었습니다. 이 구역의 미친 x가 누구인지는 분명하지만, 동시에 우리 펄씨는 시대와 팔자의 희생양이기도 해요. 그래서 보다 보면 펄과 엮이는 인물들은 물론 펄 본인까지도 걱정을 하게 됩니다. 아이고 저 세상 물정 모르는 젊은이가 저러다 뭐 험한 꼴 당하는 거 아닌가... 와 아이고 저 분위기 파악 못한 캐릭터가 저러다 피칠갑 되는 건 아닌가... 라는 식으로 양측을 다 걱정하며 보게 되는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아니 뭐 본격적으로 사건 벌어지기 시작하면 당연히 한 쪽만 걱정하면 되는 분위기가 되긴 합니다만. ㅋㅋㅋ 그거야 장르상, 이야기 컨셉상 어쩔 수 없는 거구요. 또 나중에 펄씨가 벌이는 폭주는 살짝 한풀이의 성격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은근 즐겁기도 해요. 시각적으론 매우 끔찍합니다만 뭐... 그거야 장르가 호러니까 익스큐즈하고 넘어가도록 하죠.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제가 본 중에선 주연 배우님의 능력과 매력을 가장 잘 드러낸 영화가 아니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랬습니다.)



 - 그리고 미아 고스가 있습니다.

 비주얼부터 임팩트를 타고난 분이라 이 분의 연기를 그렇게 진지하게 들여다본 적은 없었던 것 같은 느낌인데. 본인이 직접 각본까지 함께 쓰고 만든 이 영화에서 아주 단단히 실력 발휘를 해 주십니다. 엿같은 팔자의 순박한 시골 젊은이와 분노 조절 장애 미친 놈... 이라는 캐릭터의 양면을 모두 어색함 없이 표출해주시구요. 그래서 귀엽고 안타깝다가도 역할 정도로 막나가는 비호감이 되기도 하고. 약자였다가 빌런이었다가 쉴 새 없이 오락가락하는 캐릭터를 잘 살렸어요. 영화의 클라이막스와 크레딧 씬에선 꽤나 긴 롱테이크와 함께 좀 곡예성 연기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역시 참 잘 하더군요. 원래부터 이렇게 잘 하는 분이었나? 라는 생각을 하며 즐겁게 봤습니다. 자칫하면 팬 될 뻔!! ㅋㅋㅋ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아 이 분을 까먹을 뻔 했군요. 엄마 역으로 나오신 분인데 분량은 많지 않지만 역시 미아 고스 못지 않게 잘 해주셨습니다. 탠디 라이트라는 뉴질랜드 배우님이시네요.)



 - 대충 결론내자면 뭐, 대략 뻔한 설정으로 좀 유희성이 짙은 형식으로 전개되는 영화입니다만. 그 설정을 잘 살려내고 있고 또 그게 영화의 메시지나 스타일과도 잘 조화되어 있구요.

 전형적인 싸이코 돌아이 호러지만 캐릭터가 괜찮고 배우도 찰떡 같이 소화해 주고 하니 '이 정도면 간만에 보는 괜찮은 돌아이 영화였다'라는 기분으로 흡족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뭐 다시 생각해봐도 본편인 '엑스'를 먼저 보고 봤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지만, 수입 배급사들이 안 도와주니 어쩌겠습니까. ㅋㅋ 그래도 미뤄뒀다가 언젠가 본편을 본 후에 보는 게 좋겠다면 그렇게 하시구요. 저처럼 걍 이거라도 먼저 봐야쓰것다... 싶은 호러 팬들이라면 그냥 보셔도 괜찮을 거에요. 본편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 또한 단단하게 잘 만든 소품 호러였습니다.




 + 근데 1918년에 극장에서 유성 영화를 틀고 있는 풍경은 이쪽 문외한인 제가 보기에도 좀 무리수였으나... 설마 만든 사람들이 그걸 몰랐겠습니까. 걍 의도한 효과를 위해 슬쩍 시치미 떼고 만든 거겠죠. 결과물이 좋았으니 굳이 시비를 걸 이유도 없겠구요.



 ++ 주인공 펄과 엄마의 관계를 보면 아무리 봐도 '캐리' 생각이 나구요. 그래서 펄도 '나는 예쁘지도 않고 사람들이 안 좋아하고 어쩌고' 같은 신세 한탄을 합니다. 아 네, 뭐, 그렇군요? ㅋ

 이 분이 인디 아들래미랑 결혼했다는 건 인디아나 존스 4를 보고 나서 이것저것 검색해보다가 처음 알았어요. 샤이아 라보프가 어디 유튜브에 나와서 '개 같이 살다가 개 같이 멸망했던 내 삶을 구원해준 천사'라며 아주 격렬한 사랑을 고백하는 영상도 있고 그렇던데. 암튼 뭐 행복하시길 빌고. 라보프씨도 본인 말대로 정말로 정신 차렸길 빌구요(...)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펄은 엄마 심부름으로 장보러 갔던 시내에서 매우매우 수퍼맨처럼 생긴 훈남 젊은이의 유혹을 받구요. 그래도 일단은 뿌리치고 집에 왔는데, 다음 날 방문한 시누이로부터 며칠 후에 마을 교회에서 댄서 오디션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흥분하지요. 하지만 엄마는 당연히 야멸찬 소리를 한 사발 들이 부으며 펄을 좌절 시키고. 결국 살벌한 몸싸움 끝에 엄마는 심한 화상을 입고 쓰러집니다. 근데 죽지는 않았고, 펄은 그런 엄마를 지하실에 가둬 버리고 와다다 시내로 달려가서 훈남 젊은이와 뜨거운 시간을 보내요.


 다음 날 그 젊은이 차를 얻어 타고 집에 돌아왔는데. 참 대담하게도 젊은이를 집으로 끌어들여 섹스를 나누려고 합니다만, 뭔가 묘하게 어질러져 있는 집안 꼬락서니에다가 지하실에선 정체 모를 쿵쿵 소리가 들려오는 상황에 뭔가 불길함을 느낀 젊은이는 '아 네, 그럼 일단 전 출근해야 하니 집에 좀... 하하하' 하고 회피 기동을 시도하고. 안타깝게도 "내가 뭘 어쨌다고!!!!" 라고 달려드는 펄의 분노의 쇠스랑에 퍅퍅퍅... 사망합니다. 그러고 펄이 키우는(?) 뒷뜰 호수의 악어님 식사가 되구요.


 화를 가라앉힌 펄은 일단 전신마비 아빠를 질식사 시킨 후 집 떠날 채비를 다 하고서 시누이와 함께 댄서 오디션에 참가해서 열정의 땐스를 선보입니다만. '오, 참 잘 하시는데 우리가 바라는 스타일이 아니군요? 우린 좀 뭐랄까, 미국적인? 금발의? 나이도 어린???' 이라는 이유로 탈락. 광광대며 울다가 시누이의 위로를 받으며 집에 돌아옵니다만. 참으로 오지랖 넓고 선량한 시누이의 '마음 속 말 다 해 봐' 라는 부추김에 걍 지금까지 자기가 한 일들을 다 털어 놓고. 겁에 질려 부들거리며 도주하는 시누이를 맹추격해서 이번엔 도끼로 찹찹... ㅠㅜ


 그러고나선 지하실 계단에 죽어 있는 엄마의 시체 곁에 누워 엄마의 팔을 자신에게 두르고 청승을 떨면서 장면이 전환되고. 전쟁터에 끌려갔던 남편 하워드가 돌아옵니다. 이 가련한 젊은이가 집에 들어와 보니 식탁 의자에 앉아 썩어가는 장인과 장모의 충격적인 비주얼이 반겨주고요. 이 양반이 경악하는 동안에 주방에서 펄이 나타나 반갑게 인사를 하구요. 겁에 질린 남편을 바라보며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기괴한 표정을 하고선 웃다 울다 눈물 흘리는 펄의 표정을 클로즈업으로 한참을 보여주며 크레딧이 올라갑니다. 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8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82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331
123927 Mark Margolis 1939-2023 R.I.P. [5] 조성용 2023.08.05 173
123926 [티빙바낭] 그 시절 양키님들의 유머 감각, '웨인즈 월드' 잡담 [4] 로이배티 2023.08.05 357
123925 [넷플릭스] 오오쿠, 우워.....재미집니다. [4] S.S.S. 2023.08.04 716
123924 요새 일어나는 무차별 살인사건 catgotmy 2023.08.04 374
123923 이런저런 일상잡담 메피스토 2023.08.04 201
123922 대체 왜 하필 최악찜통 매립지 위에서 잼버리를 하는지에 대한 설명 [14] 일희일비 2023.08.04 1124
123921 프레임드 #511 [6] Lunagazer 2023.08.04 99
123920 칼부림하는 사람들 [7] Sonny 2023.08.04 924
123919 미션 임파서블 7 그레이스/드디어 10회차 [4] daviddain 2023.08.04 304
123918 국뽕에 모용감을 주는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어요. [5] 왜냐하면 2023.08.04 738
123917 묻지마 범죄 예고와 갈수록 흉흉해지는 세상 [7] 상수 2023.08.04 658
123916 세계 영화 100 역시 대부 1편 재밌네요 가끔영화 2023.08.04 189
123915 [아마존프라임바낭] '멋진 징조들' 시즌 2를 좀 봐주시지 않겠습니까 [4] 로이배티 2023.08.03 586
123914 남남 안재욱 안보다보니 완전 아저씨네요 가끔영화 2023.08.03 327
123913 프레임드 #510 [4] Lunagazer 2023.08.03 102
123912 어제 시작한 예능 프로 '채령 K대 가다' [1] 왜냐하면 2023.08.03 437
123911 미임파 7 9회 차 할 것 같은데 daviddain 2023.08.03 227
123910 브로커 (2022) catgotmy 2023.08.03 191
123909 [게임바낭] 근래에 엔딩 본 게임들 몇 가지 잡담 [8] 로이배티 2023.08.03 416
123908 잡담 - 지구 열대화, 2023 새만금 잼버리, 멀티버스라는 다른 선택지와 해피엔딩의 불가능성(후회,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어요) [3] 상수 2023.08.02 4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