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 스피치, 홍콩

2011.03.18 19:54

흔들리는 갈대 조회 수:1841

  코엑스 메가박스 관람권이 있는데 킹스 스피치를 노리고 있었죠.  주변 사람들 몇몇에게 같이 가자고 꼬셔보기도 했지만, 다들 "그게 뭐야?  영화? 그런 영화가 있어?"라는 반응이라 그냥 쿨하게 혼자 보기로 했습니다.

 

  영화는 생각보단 초반에 좀 지루했습니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감동적이더군요.  스토리 진행이야 전형적으로 가는 것이지만, 실제 있었던 일이고 그것도 2차 세계대전이라는 엄청난 일이 배경으로 깔려서 더 감정선을 자극했던 것 같습니다.(제가 2차 세계대전사 이런 걸 좀 좋아합니다.  남동생의 영향으로) 마지막에 조지 6세의 연설 장면을 보는데 그 연설을 듣는 영국 국민들을 보니 저들이 과연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울컥 하더군요.  막 선전포고를 한 상태이고 이제 전쟁이 닥쳐올 현재, 국왕의 저 말들이(지극히 형식적인 말이긴 하지만 말이란 때와 장소에 따라 같은 단어라도 다른 힘을 지니니까요) 저들에게 어떤 느낌을 주었는지 굉장히 생생하게 다가오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마 지금 일본에서 큰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과 아무래도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콜린 퍼스는 여러 역할을 한 배우인데, 저는 '오만과 편견' 인상이 강하게 남아서인지, 언제나 비슷한 인물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소심하고 젠틀한 영국인이랄까요?  이번에 조지 6세를 연기하는 것도 감정이 억제되어 있던 '다아시'와 크게 다르게 보이지 않던데, 제가 보는 눈이 없어 그런 건지도 모르겠네요.

 

  남편이 갑자기 홍콩 발령을 받아 5-6월엔 홍콩을 가게 되었습니다.  3년 예정입니다.  지난 달에 전세 연장을 위해 8000만원을 만들려고 정말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애를 많이 썼기 때문에 재계약한지 1달도 안 되어 이런 일이 생기니 좀 허탈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매우 기쁩니다.  남편이 계속 이직이나 해외근무를 원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이 소식을 지인들에게 전하니 절반 이상이 이렇게 말합니다.  "이거 축하할 일이야?"  심지어 방금 집주인에게 알렸는데, 집주인조차 그러네요.  어제는 심지어 이런 말까지 들었습니다.  "홍콩으로 어학연수하러 가는 사람은 없잖아?  차라리 필리핀으로는 가도."  홍콩은 국제도시 아닌가요?  저는 나름 집은 좁고 더워도 뭔가 기뻤는데, 저렇게 말하는 사람이 너무 많으니 이젠 혼란스럽습니다.  심지어 이렇게 말하고 싶기도 합니다. "우리 남편이 좌천되어 가는 게 아니거든요."  홍콩이 남편이 일하는 다국적회사 아시아지부가 있어 떠나는데, 다들 그곳은 돈 쓰러 가는 곳이지 아이(10살 된 남아입니다) 데리고 교육시킬 곳은 아니라고 하네요.  남편에게 말하니 남한테 부러움 받고 싶은 거였냐고 하는데, 부러움은 못 받더라도 동정은 사고 싶지 않거든요. 그냥 내가 떠난다는 것에 아쉬워해 주길 바랄 뿐이었는데 말입니다.  홍콩이 아이 데리고 가기에 안 좋은 곳인가요?  알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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